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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ngjoon Dec 26. 2021

29.98세의 ‘글쓰기’

 한창 버킷 리스트가 유행했을 때, 그리고 그 유행이 꽤나 오래 지속되어 나의 리스트가 여러 번 업데이트가 될 때에도 빠지지 않은 것이 두 개 있었습니다. 첫 번째로는 10곡짜리 앨범 내 보기, 그리고 대망의 장편 소설 써 보기. 첫 번째야 그렇다고 치고, 나름대로 돈을 받고 글을 쓰는 세상에서 가장 상업적인 프로 글쟁이가 되어보니, 아…어쩜 저리 오만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쓰고자 하는 글의 , 만들고자 하는 세상의 크기는 결국  사람의 깊이에 비례한다고 생각합니다. 저에겐  정도 깊이의 비관도, 우울함도 없고 앞으로도 생길  같지 않으니, 특기가  살기인 인간에게는 택도 없는 꿈이었던 것이죠. 그러니 저는 비교적 허들이 낮은 에세이, 혹은 최소한의 메시지를 담은 일기를 끄적이며 때때로 단편 소설에 도전하는 (그리고 대부분 실패하는) 것입니다. 지나치게 교조적이거나,  결과 스워지는 글을 쓰는 것만을 열심히 피해 가면서 말이에요.


 이처럼 모자람밖엔 없는 반쪽자리 글쟁이지만, 그래도 글쓰기를 포기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월급도 받아야 하거니와, 어떤 문구를 읽었을 때 ‘와…좋다’ 를 넘어서 ‘아…글 쓰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는 그 감각이 꽤나 중독적이기 때문입니다. 영업이 끝난 놀이동산에 입장하는 것 같은, 그런 미지의 두근거림이요.


 비록 브런치가 제발 글 좀 쓰라고 알람을 치졸한 전 애인처럼 끈덕지게 보내서 써본 글이지만, 어쩌나 저쩌나 글쓰기는 즐겁네요. 같은 반쪽짜리 글쟁이들의 적당히 뜨뜻한 연말을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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