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를 배우게 되는 계기는 정말 다양하지만 처음으로 해야 할 일은 하나입니다. 어디서든 기타를 구해야죠! 문제는 어디서 어떻게 구하냐는 겁니다. 새로 구입을 하려고 해도 어디서 사야 하는지, 무작정 낙원상가에 갔다가 코 베이는 건 아닌지, 검색해서 나오는 초보용 패키지가 합리적인 가격인 건지 모르겠는 것 투성이죠. 그래서 이번에는 첫 기타 고르는 법을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가장 합리적이고 돈이 덜 드는 순서대로 나열해드릴 테니 차례차례 확인해보세요!
0. 어쿠스틱 기타(통기타)로 시작하세요
본격적으로 어디서 구할지 고민하기에 앞서 어떤 종류의 기타를 사야 할지부터 정해야겠죠. 최고의 선택은 어쿠스틱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렉기타는 치기도 편하도 소리도 다양하게 나지만 일단 초심자분들이 배우고 싶어 하시지도 않으시겠죠. 더구나 배운다고 해도 혼자 집에서 주구장창 일렉만 치면 재미가 없습니다. 다음으로는 나일론 소재의 부드러운 줄을 사용하는 클래식 기타인데, 얘는 줄도 부드러운 대신 소리도 엄청나게 부드럽습니다. 말 그대로 연주 전용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물론 반주에 클래식 기타를 사용하는 제이슨 므라즈같은 아티스트들도 많지만 통상적으로는 어쿠스틱 기타가 어떤 상황에서도 가장 무난합니다.
1. 집을 잘 뒤져보세요
자취하시는 분들에겐 해당사항이 없겠지만 집 어딘가 구석에 낡은 기타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제가 그랬거든요. 한창 오아시스에 빠져서 기타에 대한 관심이 무럭무럭 생겨나다가 베란다 쪽 구석에 먼지가 두껍게 쌓인 기타 케이스를 발견했습니다. 그 기타를 들고 무작정 동네 악기점으로 찾아가 세팅을 맡긴 게 기타와 관련된 제 첫 기억이네요. 아무튼 혹시 모르니 집을 한번 잘 살펴보시고 부모님께 혹시 집에 기타 없냐고 여쭤보세요. 7080의 대학생 치고 통기타 치면서 아침이슬 안 불러본 사람 찾기가 더 힘드니까요. 그동안 방치돼있었다면 당연히 바로 연주하긴 힘들 테고 저처럼 동네 가까운 악기점으로 가시면 됩니다. 몇십 년 쌓인 때 빼고 광 내고 줄 갈고 하면 소리는 조금 안 좋더라도 입문자에겐 충분한 기타가 됩니다.
만약 1. 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 고쳐도 쓰기 힘들겠다는 소리를 듣거나 2. 넥이 너무 휘거나 바디가 부풀어서 견적이 5만 원 이상 나오신다면 과감하게 포기하시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시면 되겠습니다. 보통 세팅비는 저렴한 곳은 만원에서 2만 5천 원을 넘지 않는 것이 보통입니다. 오래 방치된 기타를 세팅하는 법은 이 글의 끝부분에 부록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2. 주변에 물어보세요
사실 여기서 90%는 해결됩니다. 전 글에도 말씀드렸다시피 무작정 기타 배웠다가 한 달 지나고 포기한 사람 정말 어마 무시하게 많습니다. 바로 평화로운 중고나라에 처분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케이스에 넣어놓고 방 한구석에 방치하시는 분들이 더 많을 거예요. 언젠가 한 번 다시 도전은 해봐야지 하면서요. 이런 분들에게 적당한 가격에 처분할 기회를 제공하는 게 두 번째 방법입니다. 사람 수가 좀 되는 단톡방이나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에 물어보세요. 혹시 안 쓰는 기타 나한테 팔 사람 없냐고. 적어도 제가 가르친 친구들(중에 집에 기타가 없었던 친구들)은 한 명 빼고 다 이 방법으로 기타 구해왔습니다. 그렇게 방치된 기타라면 고가의 기타는 아닐 테니까 친분을 믿고 잘 구슬려보세요. 5만 원에서 10만 원 정도에 좋은 딜을 할 수 있으실 겁니다. 그렇게 친구한테 안 쓰던 기타를 염가에 넘겨받으면 그대로 악기점으로 향하시면 됩니다.
3. 기타에 빠삭한 지인이 없다면 낙원 상가 가지 마세요!
기타를 사려고 무작정 현금 뽑아 들고 낙원상가로 가는 건 컴맹이 고사양 조립컴퓨터 맞추겠다고 용산 가는 거랑 비슷한 겁니다. 인터넷으로 사고 싶은 모델을 미리 정하고 최저가를 알아가면 되는 것 아니냐 라고 하실 수도 있습니다. 물론 그렇긴 하죠. 근데 살면서 처음 들어가는 악기점이라는 게 굉장히 떨리고 당황스럽습니다. 물론 상인분들이 불친절하시다거나 위압감을 조성하시는 건 절대 아닙니다. 하지만 낯설고 전혀 모르는 공간에서 이것저것 따져가면서 물어보고 서비스를 얻어내고 흥정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죠. 분명히 10만 원 중반대 기타를 사려고 갔는데 이야기를 듣다가 30만 원대의 기타 턱 하니 사 오는 경우도 여럿 봤습니다. 그러니 옆에서 자신을 보호해줄, 준전문가 수준의 지인이 없다면 낙원 상가는 나중에 천천히 가셔도 좋다고 저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물론 예외는 있습니다. 나는 기타가 빼곡히 들어선, 나무 내음 향긋한 상가에서 현금 주고 내 손으로 기타를 사는 경험을 해 보고 싶으신 분들은 가셔도 됩니다. 다만 가격대를 정확하게 정해놓고 이 이상으로 절대 돈을 쓰지 않겠다는 각오를 하고 가시는 게 좋습니다.
4. 집에도, 주변에도 없다면 인터넷으로 사세요!
부득이하게 새 제품을 사야 하는 경우라면 저는 인터넷에서 사시는 걸 추천합니다. 일단 악기시장에서 제일 수요와 공급이 풍부한 게 초보자용 어쿠스틱 기타입니다. 자연스럽게 선택폭도 넓고 합리적인 제품이 많죠. 아주 저렴하게는 10만 원 이하의 제품도 있고, 보통 10만 원 중후반대를 넘기지 않는 것이 보통입니다. 더구나 이런 가격대의 제품은 들어가는 목재나 파츠가 대부분 비슷하기 때문에 소리 품질 역시 대부분 일정합니다. 필요한 스트랩이나 케이스나 피크 역시 좋은 제품은 아니더라도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것도 큰 이점입니다. 찾아보시면 브랜드가 대충 콜트, 코로나, 스윙, 데임, 덱스터, 에피폰 정도가 나올 건데 말씀드렸다시피 음질에 큰 차이는 없습니다. 그냥 디자인 이쁜 거 고르세요! 모양이 이뻐야 손도 자주 가게 됩니다. 10만 원대를 넘기지 않는다면 어느 기타를 사시든 괜찮습니다.
스쿨*직, 국제*디같은 규모가 있는 사이트에서 구매하시면 일단 골치 아플 일이 없습니다. 배송 깔끔하게 갖다주죠, 기본 구성품이랑 사은품 정량(?)으로 챙겨주죠, 물건 상태 확실하죠. 택배 오는 거 두근두근 기다렸다가 바로 개시하시면 됩니다.
+ 방치된 낡은 기타를 세팅하실 때의 팁
우선 떨리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악기점에 들어섭니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툭 던지듯 물어봅니다. '사장님 통기타 세팅 얼마예요?' 사실 가격은 악기점 마음대로입니다. 처음 와 본 티를 심하게 낸다거나 하면 호옥시라도 코 베일 수 있으니, 먼저 견적을 정확하게 물어보세요. 그러면 사장님이 만 오천 원에서 2만 원 정도를 부르고 기타를 우선 보자고 하실 겁니다. 정말 상태가 나쁘지 않은 이상 추가금을 부르시진 않을 거예요.
그러면 다음 질문이 줄은 어떤 걸로 갈아드릴까요?입니다. 이때 제일 많이 나가는 걸로 갈아주세요~ 하면 두 가지가 문젭니다. 첫 번째, 사장님 맘대로 엘릭서 같은 고급 줄로 갈게 되면 돈이 더 나오겠죠? 둘째, 보통 많이들 쓰는 줄을 초보자가 처음부터 쓰게 되면 손이 너무 아플 수도 있습니다. 기타 줄의 분류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게 줄의 두께인데 가장 많이들 상요하는 라이트, 즉 가장 얇은 줄이 0.12인치인 줄은 꽤나 손가락이 아픕니다. 물론 줄이 두꺼운만큼 소리도 강하게 잘 나죠. 그래도 초보자에겐 덜 두껍고 잡기 쉬운 얇은 줄이 적합하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제가 추천드리는 두께는 0.11인치의 커스텀 라이트입니다. 얇은 줄로 편하게 배우시다가 나중에 소리가 아쉽다면 라이트, 혹은 미디엄 게이지로 바꿔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결론을 말씀드리자면 '마틴 011(커스텀 라이트)로 갈아주세요~'라고 하시면 됩니다. 마틴은 업계 1,2위를 다투는 기타 브랜드인데, 이 브랜드의 스트링이 제일 무난~합니다. 가격은 만원대 초반에서 최대 만 오천 원 정도이고요.
지금까지 기타를 어디서 구해야 할지, 그리고 어떻게 세팅을 받아야 할지를 말씀드렸습니다. 사실 이런 과정에 굉장히 설렙니다. 한 번 밖에 못 겪어보는 과정이기도 하고요. 돈을 써야 하기 때문에 신중함이 필수지만 그래도 즐기셨으면 좋겠습니다. 낙원 상가는 그냥 놀러라도 한번 가 보시는 것도 좋아요. 약간의 먼지 냄새와 악기의 나무 냄새가 찐하게 배어있는 매력 있는 곳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연주를 시작하기 직전까지, 기타를 어디서 구하고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어떻게 독학을 시작해야 하는지, 맨땅에 헤딩하는 법을 부족하나마 말씀드려보고자 합니다. 오늘은 이만 줄일게요!
tjlim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