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꼰대를 참 견디기 힘들어 하지만, 꼰대에 대한 혐오는 너무나 일방적이라는 생각을 한다. 어쩌면 그들은 그저 성실하게 자신의 시대에 맞춰 회사를 다녔을 뿐일 텐데. 온갖 매체에서, 컨텐츠에서, 하다못해 광고에서까지 그들은 고정된 이미지로 낙인찍힌 채 온갖 조롱을 감수한다.
물론 세상 어디에나 존재하는 진성 꼰대들을 옹호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차마 눈 뜨고 못 봐줄, 행동 하나하나 걸음 하나하나 내뱉는 단어 하나하나에 꼰대력이 진하게 배어 있어 모든 주변인들의 얼굴을 찡그리게 하는 그런 사람들도 존재한다. 하지만 그건 그냥 그 사람이 쓰레기이기 때문이지, 오로지 꼰대이기 때문이지는 않다는 것이다. 어느새 이 꼰대라는 단어는 그 공격 대상이 유례없이 광범위해지고, 위력 역시 걷잡을 수 없이 강해졌으며, 무엇보다도 주니어급이라는 이유로 분간 없이 난사해도 문제없는(사용자는 없다고 생각하는) 괴물 같은 단어가 되어 버린 것이다.
이를 테면 이런 일이 있었다. 간만에 친구들과 만나 밥을 먹은 후 정해놓은 코스처럼 상사 뒷담화가 디저트로 테이블에 올라왔을 때의 일이었다. 자신의 팀 내 과장급 상사가 개꼰대라는 내용의 한탄이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 친구는 자신의 회사에서도 소문난 애주가로, 가능한 모든 상황에 술을 곁들이고자 하는 굳센 의지를 갖고 있다. 문제는 그게 회사에서의 점심시간에까지 적용되었다는 점이다. 물론 맥주였고, 그 정도로는 이 친구의 업무 능력에 0.1%의 해도 가하지 못하는 건 사실이다(오히려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연히도 같은 식당에 들어섰던 과장님이 친구가 500 두 잔을 털어 넣는 장면을 고대로 목격해버렸고, 오후 다섯 시에 업무가 마무리되어갈 시간에 조용히 친구를 불러내어 이야기를 꺼낸 것이다. 네가 술을 좋아하는 것도, 잘 마시는 것도 알지만 회사 사람들도 많은 식당에서, 무엇보다도 일과 중인 점심시간에 만큼은 술을 참았으면 좋겠다, 하고. 음...맞는 말이고, 과장이 사원에게 한 말치곤 적확하고도 정중하구먼, 하고 나는 생각했다. 물론 입 밖에 내지는 않았다. 지가 뭔데, 뭘 마시든 내 자유지, 개꼰대새끼 등을 난사하고 있는 살벌한 뒷담의 전장에서 이런 얘길 했다간 나에게까지 젊은 꼰대 딱지가 날아와 미간에 박혀버릴 것 같아서. 꼰대는 상사의 부당함에 대한 공격 수단을 넘어서서 자신의 막나감에 대한 정당화 수단으로까지 남용되고 있는 것이다.
아무튼, 바야흐로 대꼰대시대에 이런 주장은 메마른 여름의 물방울만큼이나 의미 없이 증발되겠지만, 그래도 의미 없이 기록을 남겨 본다. 새파란 막내가 이런 글을 써줄 수 있게 하는, 내가 아는 누구보다도 꼰대와는 거리가 먼 우리 팀장님과 사수님들, 늘 고맙습니다. 오래오래 한 팀으로 해 먹어요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