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버스 정차 벨을 누르던 중 갑자기 눈이 갔다. 커다란 빨간 원에 ‘STOP’이라고 적혀있는 버튼. 어느새 익숙해진 그 버튼이 새삼 어색하게 느껴졌다. 빨간색과 흰색이 2:1로 나뉘어있는 네모난 버튼은 어디 갔지? 그 다음에 타원형 버튼도 있지 않았나? 어느 순간 기억의 가장 윗부분에 떠 있던 그 모양들도, 어느 순간 어색하게 느껴졌다. 지금 보고 있는 둥그런 버튼도, 어느샌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멸종되겠지.
우리는 인식하지 못한 채, 수많은 시대들의 종말들을 매일같이 맞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