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부륵 호텔이야기
어제오늘 머무른 인스부륵의 호텔은 구석구석이 지속가능한 물건으로 차 있다. 쓸데없는 종이 광고를 최대한 줄이고 꼭 필요한 호텔 정보나 광고는 최대한 오래 남는 재질로 만들었다.
보통 유럽의 관광지에 있는 호텔들은 한번 보고 버리는 종이로 된 광고물들이 너무 많다. 타월 및 침구 교체 안내, 객실 정리 요청, 와이파이 정보 등 종이로 된 정보지들이 여기저기에 놓여 있다. 물론 현대적인 호텔은 이런 정보들을 객실 내 태블릿을 통해 디지털화하기도 하는데 손님 모두가 디지털 기기를 가지고 여행 다니는 시대에 광고나 하려고 객실에 설치하는 디지털 기기 역시 낭비이고 환경오염에 한몫하지 싶다.
재질 좋은 광고물을 만드는 것도 낭비인 점이 분명히 있으나 비닐봉지, 종이 등 한 번 쓰고 쓰레기통으로 들어가는 일화용 물건의 사용을 줄이고 돈이 훨씬 더 들더라고 이런 식으로 호텔광고나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옳은 변화이다.
깨끗하고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관광자원으로 먹고사는 동네이다 보니 일화용 광고나 정보지에서 제법 값이 나가는 재질의 홍보물을 만드는 컨셉으로 전환하는 것이 초기단가가 높더라도 투자 가치가 있다고 여겨졌을 것이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가죽, 목재, 금속으로 만든 재사용 가능한 고급 재료를 사용해 안내판, 지침, 홍보물을 제공하는 것은 UN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에 부합한다. 종이 제품을 대체함으로써 폐기물 발생을 예방하고 감소시키는 책임 있는 소비와 생산에 기여하기 때문이다.
또한, 대량 종이 생산과 폐기와 관련된 탄소 발자국을 줄이는데 내구성 있는 재료 사용은 자원이 더 오랜 기간 동안 효율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하여 순환 경제 접근법을 촉진시키고 가죽과 목재 같은 재료의 미적 매력은 고객 경험을 향상시켜 호텔이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과, 환경보전을 고려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므로 고객들은 호텔에 머무르는 동안 저절로 착한 소비에 동참할 수 있게 된다.
어제오늘 이 호텔에 머물면서 선진시민이 된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유럽은 전 세계에서 탄소 배출량이 가장 많은 대륙이고 그동안 산업화를 이끌면서 잘 먹고 잘살면서 망쳐놓은 환경을 돌이키는데도 앞장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해야 할 일을 묵묵히, 세련되게 해내는 작은 호텔에 머물면서, 예쁨에 실용성, 거기다 환경까지 다 챙긴 디자인에 (모르고) 투자한 내 자신이 기특하게(? 얼마나
기특한 일이 없으면… 쯧쯔) 느껴진다.
별 수고 없이 감동받고 어깨가 으쓱해진 이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