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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t Nov 22. 2019

아이들이 교육과정이다

학부모 알림장 8호


 안녕하십니까? 3학년 6반 담임입니다. 요즘엔 추워서 아침에 학교에 오기 싫을 텐데도 수많은 갈등을 이겨내고 학교에 오는 아이들이 얼마나 감사한지요.^^

지난주에 아이들 앞에서 공개적인 사과를 했습니다. 한 아이의 글이 제 마음에 들어와 박혔거든요. 

온 책 읽기와 주제통합 활동으로 ‘한밤중 달빛 식당’에서 한 장면을 정해 모둠별 연극 만들어 발표하기 활동을 했었습니다. 

상황에 맞는 말투와 몸짓, 표정으로 말하기와 관련한 수행평가로 진행했지요.

 하지만 연극이 끝나고 아이들과 같이 연극에 대하여 좋은 점과 아쉬운 점을 이야기하고 점수를 공개했습니다. 한 모둠이 연극을 하면서 계속 웃어서 아쉬운 점을 나눌 때 그 말이 많이 나왔는데 그 부분과 점수를 공개한 것이 한 아이에게 속상했나 봐요. 

그것을 글로 쓴 것을 읽고 생각했습니다.

 ‘그 아이에게 사과를 해야겠다.’고요. 

우선 솔직하게 글을 쓴 게 좋았습니다. 

이리저리 꾸며서 다른 사람의 기분에 맞춰 쓰는 게 아니라 자기 기분에 솔직한 부분이 참 좋았다고 얘기했습니다. 그리고 점수를 공개한 것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어서 미안하다고요.

하지만 아쉬운 점을 얘기하는 것은 부끄러운 부분이지만 받아들여야 한다고 얘기했습니다. 

다음에 그 부분을 신경 써서 더 좋은 연극을 만들 수 있는 밑거름이 될 수 있으니까요.

 한밤중 달빛 식당을 통해 우리 반이 얻은 깨달음이기도 했습니다. 

나쁜 기억이 항상 나의 인생에 나쁜 영향만을 주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요. 

어쨌든 그 아이와 반 아이들에게 사과를 하고 나니 저도 아이들도 마음의 응어리가 조금은 풀린 것 같습니다. 

아이들의 마음을 잃는 것을 항상 조심해야겠습니다.      

지난주에는 아이들과 책 소개하기 활동을 했습니다. 

교과서에서 배우는 내용은 왜 이리도 재미없는지요. 

하지만 교과서에서 책을 소개하는 방법을 몇 가지 제시하고 있어서 아이들과 책을 소개하는 방법이 다양하다는 것을 알게 하고 싶어서 교과서를 통해 배웠습니다. 

교과서에 나온 방법 외에 책을 소개하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아이들과 얘기하다 보니 책을 소개하는 방법이 교과서에 제시된 4가지보다 훨씬 많았습니다. 

더군다나 아이들이 얘기한 방법이 더 재미있어 보이기도 했습니다. 

지면을 빌어 간단히 소개하면 

책갈피 만들기, 

사진자료를 이용해서 소개하기, 

간추려서 들려주기, 

소개하는 글과 그림 그리기, 

역할극 또는 인형극으로 소개하기, 

책 홍보 포스터 만들기, 

책 소개 뉴스 만들기, 

책 소개해주는 동영상 만들기,

등장인물 성대모사하여 책 홍보하기, 

시 쓰기 등이었습니다. 

아이들과 얘기해보면 항상 교과서를 뛰어넘는 더 재미있고 참신한 아이디어들이 쏟아집니다. 

아이들이 얘기하니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싶은 마음도 자연스레 생깁니다. 

아이들이 얘기한 소개하는 방법을 자유롭게 골라 소개 자료를 만들고, 연습하고 발표하기를 했습니다. 

아이들이 준비하는 것을 보니 기대가 되었는데 지난주 금요일에 발표를 해보니 역시나 아이들도 너무 좋아했고 저도 너무 즐겁게 발표를 들었습니다. 

전문적인 책 홍보 포스터에 버금가는 작품들도 많았고, 책을 소개해주는 유튜버처럼 영상을 제작한 아이들의 영상을 보여줄 땐 아이들이 감탄하며 시청했습니다. 

무대를 꾸미고 책을 사는 상황을 인형극으로 꾸민 아이들과 손톱에 얼굴을 그리고 손가락 인형극을 만든 아이디어도 놀라웠습니다. 

책을 소개하는 뉴스를 만들어 역할극을 만든 아이들의 발표는 아이들이 숨죽여 지켜보고 큰 박수도 보내주었습니다. 

이번 시간을 통해서 다시 한번 깨닫습니다. 

아이들이 교육과정에 참여해야 아이들이 즐거운 수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지난주 월요일에는 우리 학년에서 진행하고 있는 영재 선도교육활동과 관련하여 다육이 테라리움을 만들었습니다. 

아이들이 너무 좋아하고 즐거워했습니다. 

열심히 키워보겠다는 아이들도 있었고 아빠가 우리 집 식물 지킴이인데 할 일이 더 생겨 힘들겠다며 자기도 돕겠다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식물이 자기와 엄마를 거쳐 가기만 하면 살아서 나간 적이 없다는 아이는 걱정도 해서 다육이는 물을 잘 안 줘도 잘 살 수 있는 거니까 희망을 불어주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이 가져간 테라리움에 관심을 가지고 예쁘게 가꿀 수 있도록 도와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아이들의 글쓰기가 점점 생각이 깊어지고 내용도 잘 씁니다. 

하지만 글쓰기는 참 힘들어합니다. 

사실 학교에서도 수요일과 금요일에 하지만 아침에 9시가 다 되어 오는 아이들이 많아 조용하게 생각을 정리하고 글을 쓰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는 게 아쉽습니다.

 수요일과 금요일에 글쓰기 공책을 제출하니 미리 집에서 조용한 시간에 글을 쓰는 것이 어떨까요. 

가정에서도 바쁘신 시간이지만 아이들이 글쓰기를 쓰며 삶을 가꿀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다음에 또 소식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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