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미션 이야기
겨울이 오니 다시 미세먼지가 극성입니다.
매일 점심시간마다 밖에 나가서 놀다 볼이 빨개져서 들어오는 우리 반 아이들인데 밖에 나가질 못하게 하는 것도 담임으로서 미안해집니다.
요즘 사회 시간에 가족에 대해서 배우고 있습니다.
옛날과 오늘날의 결혼 풍습, 가족 구성원의 역할 변화, 가족 형태의 다양한 종류에 대해서 배우며 이야기 나누기를 하고 있습니다.
특히 가족 구성원의 역할 변화에 대해서 배우면서 옛날과 다르게 오늘날에는 여성도 다양한 사회생활을 하고 있다는 내용을 배웠습니다.
예전보다 배움의 기회가 많아지고 평등 의식이 높아져서 남녀가 집안일을 같이 하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아이들에게 각자의 집에서 가족 구성원끼리 서로 도와가며 살아가는 예를 이야기해보는 시간도 가졌는데 아이들의 입에서는 불편한 진실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주말에 아빠가 계실 때 같이 놀아달라고 했더니 자는 놀이하자며 먼저 일어나는 사람이 지는 거라고 했다는 한 아이의 얘기에 우리 반 모두 배를 잡고 웃었습니다.
아빠들은 주말에 소파에 누워 자거나 tv만 본다는 아이들도 꽤 많았습니다.
아빠가 늦게 퇴근하셔서 아빠 시키려는 설거지는 엄마가 그냥 하신다는 얘기도 했습니다.
교과서에서 보여주는 가족의 모습이 전부가 아님을 아이들의 이야기 속에서 느꼈습니다.
가족마다 그럴만한 나름의 이유가 있는 것일 테지요.
교과서보다 많은 이야기들이 사회 시간에 오고 갔습니다.
가족과 보내는 여가 생활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주말에 가족과 함께 여행도 가고 시간을 보내고 싶은데 아빠, 엄마가 골프를 치러 가서 외롭다며 눈물을 글썽거리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그 아이의 얘기를 들으며 공감하는 아이도 있었지만 의외로 몰폰(부모님 몰래 스마트폰을 하는 것)을 할 수 있다며 자기는 주말에 가족이 어디 간다고 하면 가기 싫다고 하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커가며 점차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보다 자신만의 공간, 친구와 보내는 시간이 더 소중해지는 시기가 곧 올 아이들도 있고 벌써 그 시기를 지나고 있는 아이도 있습니다.
늦기 전에 아이와 함께 즐거운 추억을 많이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른이 되면 어릴 적 가족과 함께 보낸 좋은 추억이 삶을 지탱할 힘이 되어 주는 것입니다.
어제는 가족이 겪는 문제와 그 해결 방법을 공부하며 가상 가족회의를 열었습니다.
가족회의의 주제는 ‘스마트폰 사용 시간 정하기’였고 문제 상황은 자녀가 스마트폰을 매일 3시간 정도 사용하는 상태로 정했습니다. 우리 반 전체 6모둠이 역할을 나눴습니다. 1모둠-아빠, 2모둠-엄마, 3모둠-할머니,4모둠-나(당사자),5모둠-누나(언니), 6모둠-형(오빠)로 정했습니다.
아이들이 관심 있어하는 부분이어서 정말 치열하게 토의하고 의견을 주고받았습니다.
부모님 쪽의 의견은 시력도 나빠질 수 있고 학습에 방해가 되기 때문에 평소 1시간으로 줄이자는 의견이었고, 자녀 쪽의 의견은 2시간에서 2시간 반은 스마트폰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었습니다.
하지만 회의는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으며 생각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의견을 조금 양보하는 과정이라는 말에 아이들이 조금씩 대안을 제시하며 양보했습니다.
아이들끼리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합니다.
“얘들아, 평소에 3시간을 하는 건 좀 너무하지 않냐? 그렇게 해보니까 나는 눈도 아프고, 공부도 잘 안되더라.”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결국 숙제가 있는 경우에는 스마트폰을 더 사용할 수 있으며 평소에는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정도 사용하는 것으로 결정되었습니다.
아이들이 가족회의를 하는 게 재밌었나 봅니다.
아이들과 가족의 문제를 가족회의를 통해 결정하는 과정을 보여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아이들도 가정의 문제에 참여할 권리가 있음을 알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지난주에 아이들과 크리스마스 미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크리스마스 미션이란 크리스마스이브에 학교에서 아이들을 위해 고생하시는 분들께 찾아가서 음악 시간에 배운 캐럴 메들리와 에델바이스 2곡을 리코더 2중주로 들려드리며 우리 반 아이들이 쓴 편지와 작은 선물을 드리는 미션입니다.
아이들과 의논한 결과 교통지도 시니어 봉사단, 급식실 조리원 분들, 학교 청소 담당 여사님, 해솔반(특수 아동 도움 교실), 교장선생님, 교무실 선생님 이렇게 여섯 분으로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총 11명이 미션단으로 지원하였습니다. 아이들을 세 팀으로 나누어 두 분씩 찾아가서 연주를 해드리기로 했습니다.
아이들이 걱정 반, 설렘 반이지만 아침시간, 쉬는 시간에 걸쳐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미션단 최종 리허설은 12월 23일(월요일)에 하도록 하겠습니다.
아이들이 크리스마스가 누군가에게 선물을 받는 날로만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감동과 기쁨을 주는 의미 있는 날로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이번 크리스마스가 아이들에게 마음이 따뜻해지는 소중한 기억이 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