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t Jan 02. 2020

문제는 학원에 안 가면 불안한 마음입니다

지난주에는 독감으로 인해 우리 반이 술렁였습니다. 

저 또한 독감에 걸려 금요일에 학교를 못 나갔으니 말입니다.

 크리스마스 미션은 아이들이 떨리는 마음으로 열심히 미션을 수행한 덕분에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에게 뜻밖의 선물을 받은 선생님께서 감사의 인사도 남겨주셨습니다. 

편지를 쓰고 리코더 연주를 열심히 연습한 아이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지난번 학원에 관한 글이 많은 학부모님께 고민을 드린 것 같습니다. 

공감의 글을 남겨주신 분도 계시고 학부모로서 교육에 관한 여러 고민을 담은 글로 실제적인 자녀 교육에 대한 질문을 해주신 분도 계십니다. 

지난번 글에 이어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우리 반 아이 중 몇 명은 쉬는 시간에도 학습지를 풀거나 학원에서 내준 숙제를 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그 아이들을 보면서 나이에 맞지 않게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모습에 대견하다는 생각이 드는 게 아니라 안타깝다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그 아이는 친구들과 마음 편히 놀지도 못하고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일까요? 그래서 제가 얘기했습니다. 

학원 선생님한테 가서 숙제 좀 줄여달라고 그러라고요. 

이젠 평생 공부를 해야 하는 시대인데 이런 방식으로 과연 얼마나 지속 가능할까요? 

사실 저는 부모의 말을 큰 반항 없이 따르고 있는 아이들이 오히려 더 걱정스럽습니다. 

마음속에 어떤 폭탄이 터질 줄 모른 채로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습니다. 


또 한 가지 걱정스러운 것은 학원에 의존하는 모습입니다. 

저는 아이들이 학원을 가야만 공부를 잘할 수 있다는 생각에 반대합니다. 

물론 스스로 공부를 하다가 도움이 필요할 땐 학원을 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학원에 의존하는 것은 스스로 공부하는 힘을 깨우치지 못하게 할 가능성이 큽니다.      

학교에서, 학원에서 아이들은 열심히 듣고 배워갑니다. 그리고 저녁쯤 아이들은 ‘오늘 많이 공부했으니까 이제 좀 쉬자.’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집에 올 때까지 스스로 공부한 적은 거의 없습니다. 

물론 요즘 우리 학교는 배움 중심 수업을 많이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조별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보는 부분이 있지만 교사에게 듣고 배우는 형태가 일반적입니다. 

학원은 학교보다 더 진도를 빼야 하니 말할 것도 없고요. 

그렇게 공부를 많이 한 것 같은 착각으로 스스로 복습하는 것은 대충 넘어갑니다. 

하지만 학원을 아무리 다녀도 스스로 배운 것을 복습하는 습관이 없다면 상황이 크게 나아지지는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오히려 학원을 다니지 않고 스스로 문제를 풀며 배운 것을 복습하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15년 넘는 시간 동안 교사를 했지만 많은 학원을 다니는 아이보다 꾸준히 집에서 스스로 복습한다는 아이가 처음 출발선은 다르지만 결과적으로는 더 나은 성취력을 보이는 것을 많이 보아왔습니다. 

     

그렇다면 그런 습관을 가지기 위해 가정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역설적이지만 모든 것이 공부와 관련되어 생각하는 마음부터 버려야 합니다. 

독서만 봐도 그렇습니다. 

책을 읽는 목적이 무엇일까요? 

독해능력을 기르기 위해 책을 읽고 독서감상문을 쓰기 위해서일까요? 

책을 읽는 목적은 글을 통해 감동과 재미를 느끼고 내 속의 관념의 틀을 깨트려 새로운 세상을 상상하는 것에 궁극적인 목적이 있는 것이지, 수능 언어영역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 읽는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 시대는 공부를 잘하기 위해 책을 이용하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독서법과 관련한 책이 불티나게 팔리는 것만 봐도 그렇습니다. 

정작 성인이 되어서는 책에서 손을 놓아버린다는 통계자료만 봐도 그렇습니다. 

부모는 책을 통해 아이들이 더 많은 세상을 보도록 도와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당연하지만 부모가 책을 좋아해야 아이들도 책을 좋아합니다. 


가정에서의 분위기는 아무도 침범할 수 없는 고유의 영역이어서 말씀드리기 조심스럽지만 그 가정의 분위기가 아이의 학습에 관한 부분을 좌우할 수 있기에 말씀드리려 합니다. 

아이에게는 스마트폰을 보지 않도록 하면서 부모는 소파에 누워 스마트폰을 놓지 않는 모습, 아이에게는 공부하라고 하면서 부모는 tv를 보는 모습은 어떨까요? 그렇다고 부모가 스마트폰을 하는 만큼 아이에게도 스마트폰을 하도록 허용하는 것도 안 될 것 같고요. 


저희 집은 가족회의를 통해서 아이들이 의사결정에 참여합니다. 

평일에는 스마트폰을 하지 않도록 했고요(부모의 요구), 

어떤 학원도 다니지 않기로 했습니다.(아이들 요구) 

평일에는 tv도 보지 않기로 했고요(부모의 요구), 

대신 놀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주기로 했습니다.(아이들 요구) 

학원을 가지 않는 대신 문제집을 가지고 복습을 하기로 했습니다.(아이들과 부모의 합의) 

일방적으로 부모가 결정한 사항이 아니라 아이들이 의사결정에 참여해서인지 아이들도 스스로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물론 아이들이 공부하는 시간에는 부모도 책을 읽거나 공부하는 것을 봐주거나 합니다. 

습관이 정착되는 기간(보통 1~2년)만 지나면 부모가 크게 신경 쓸 필요도 없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녀와 부모 간에 관계가 깨지거나 대화가 단절되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아이가 무엇을 힘들어하는지, 어떤 부분에서 도움이 필요한지를 관심 있게 지켜보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학교 혁신이다 교육제도 개혁이다 말이 많지만 학교와 더불어 가정의 관심이 없다면 빈껍데기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 아이가 무엇을 해야 행복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같이 공유하며 아이가 좋아하고 행복해하는 것을 부모가 같이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내 아이의 모습이 그 아이가 할 수 있는 것, 그 아이가 행복한 모습으로 자라고 있는지, 부모의 요구와 욕심을 닮아가고 있는지 항상 고민하며 자녀교육을 하신다면 교사가 바뀌고 교육제도가 바뀌고 학교가 바뀌어도, 특히 옆집 학부모의 말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부모의 모습으로 자녀 옆에 계시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학부모 편지 10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