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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t Sep 21. 2022

위대한 교사, 세상 모든 것을 위대하게 생각하는 교사

내가 위대한 교사를 포기한 이유

안녕하십니까? 명절 연휴는 가족, 친지분들과 평안하셨는지요. 

가족과 함께 하는 평안이라는 말이 당연한 말인 듯하지만 당연하지만은 않은 일도 있는 것 같습니다.

 때론 건강 문제로, 때론 돈 문제로, 생각의 다름으로 인해 가장 가까운 가족의 관계에서 평안하지 않은 일들도 많아짐을 생각합니다. 하지만 가족의 힘은 때론 그 모든 불편함을 이겨내게 하는 위대함을 가지고 있기도 하지요. 그래서 오늘날 바뀐 명절 풍경에도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먼 지방으로 가족을 만나기 위한 여정을 하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과 추석 지낸 이야기를 하고, 추석 지낸 일을 그림일기로 쓴 것을 함께 보았습니다. 참 다양한 추석 연휴를 보내고, 가족과 보낸 좋은 시간을 기억하고 있는 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2학기가 되고 나서부터 아이들이 부쩍 성장한 것을 느낍니다. 

1학기 때는 남자아이들은 주로 잡기 놀이, 큐브 블록 만들기 등 단순한 놀이를 했고, 여자아이들은 손 유희 활동, 색종이 접기 등을 했습니다. 

2학기가 되고 나서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할리갈리 등 보드게임을 합니다. 서로 함께 모여 규칙을 정하고 그 규칙에 맞게 놀이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학교라는 공간이 아이들의 통제하는 공간으로써 인식하는 모습도 있지만 서로가 다른 개인이 모여 어울리는 공간으로써의 역할이 있기에 지금까지도 유지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연하겠지만 그렇게 모임으로써 불가피하게 생기는 갈등도 아이들이 겪어가며 성장하는 것이겠지요. 


‘모든 사람이 갈등을 겪으며 성장한다는 것’ 


밖에서 보면 아름다운 결말이지만 그 안에서 그것을 감내하는 사람은 수많은 고통을 온몸으로 받아내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갈등을 중재하고 바라보는 어른의 입장에선 속이 썩어 문드러지는 일이기도 합니다. 

교실에서 유일한 어른인 교사는 개별 아이들의 슬픔도 헤아려야 하는 숙명 같은 짐도 짊어져야 합니다. 

아픔은 아이보다 어른의 것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해왔습니다.

 아이의 아픔을 교사의 것으로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교사의 자격이 없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교사로 첫 발령을 받고 제 커뮤니티, SNS 등의 아이디를 GT로 새겨 넣었습니다.

 위대한 교사가 되겠다는 제 다짐이었습니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나지 않아. 그 다짐은 너무나 무책임하고 이기적인 다짐이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위대한 교사가 되기 위해 모든 아이들을 이해하고 1년 안에 변화시켜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아이들을 제 기준으로 구겨 넣었던 것이지요. 

모든 아이를 이해할 수 있는 교사라면 벌써 생활의 달인에 나오는 달인처럼 tv에 나왔을 것이지요.

 하지만 제작진이 제시하는 가장 어려운 미션도 통과해버리는 그 달인처럼 한국에서 가장 문제아를 데려와도 금세 온순하게 만들어 가정으로 돌려보내는 마법 같은 일이 벌어지지는 않습니다. 

인간을 가르치는 것은 미묘하고 복잡한 감정과 마주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나에게 깊은 고민으로 빠져들게 하는 아이들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처음부터 다시 고민했습니다. ‘나는 위대한 교사가 될 수 없다. 대신 수많은 고민을 하게 하고 제 교육관을 끊임없이 수정하게 하고 공부하게 하는 세상 모든 것들이 위대한 교사’라는 생각이 문득 머리를 스쳐 지나갔습니다. 

어쩌면 교사는 위대하고 유명해져야 하는 존재가 아니라 모든 것에 위대한 면이 숨겨져 있을 것이란 믿음을 가진 존재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누군가의 아픔만 헤아리려 하면 지극히 평범한 교사는 지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대신 소소한 일상 속에서 타인의 선의를 발견하고 위대함을 찾아내 함께 기뻐한다면 일상을 더 행복한 기운으로 채워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이제 와서 생각하니 교사로서 가장 성장했던 시간은 1학년을 맡은 시간인 것 같습니다. 항상 부족한 교사와 함께 해주셔서 죄송하고 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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