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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t Jul 12. 2023

배움의 이유

요즘 학교에서 새김책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새김책은 마음에 새겨두는 책의 줄임말로 한 학기에 책을 한 권 정해서 함께 읽는 것을 의미합니다. 

 국어 교과를 중심으로 여러 교과와 통합하여 함께 배우는 프로젝트 활동입니다. 새김책을 하는 이유는 국어 교과서는 언어활동을 분절화하여 단원에 배치하고 나누어 배우게 하는 데 목적을 둡니다. 언어활동을 가만히 돌아보면 우리의 언어활동은 분절되어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한글만 하더라도 아이들은 전체 낱말을 반복해서 보고 듣고 말하다 보니 자연스레 원리를 알게 되고 깨닫게 되는 부분이 대부분이지요. 교과서에 나오니 뜬금없이 비유하는 표현을 배우고, 다음 단원에서는 주장하는 글을 배우지요. 맥락 없이 배워야 할 것이 나열되어 있는 교과서 내용을 배우는 학생도 이유를 찾지 못해서 지루하고 가르쳐야 하는 교사도 힘이 드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새김책 활동은 한 권의 책 전체를 함께 읽는 것에 의미를 둡니다. 한 챕터씩 읽으며 내용을 요약하고 읽으면서 생각한 것, 궁금한 것 등을 이야기합니다. 이야기를 하다가 샛길로 빠져보기도 합니다. 비유하는 표현이 나오면 비유하는 표현에 대해서 공부하고 책에 나온 내용 중에서 주제를 잡아 토론을 하기도 합니다. 토론을 하려면 당연히 토론의 방법에 대해서 배워야 하지요. 그렇게 배움의 맥락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하는 것입니다. 

새김책을 하면서 가장 좋은 것은 좋은 책을 함께 읽는다는 것입니다. 책을 좋아하는 아이들보다 책을 스스로 읽지 않는 아이들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한 학기에 한 권의 책이라도 온전히 읽는 행위 자체에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독서를 권하는 이유는 책을 읽으면 두뇌 활동이 활발해지고, 지식이 쌓여 결국에는 공부에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감이 큰 몫을 차지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반성합니다. 

책, 그중에서 문학을 읽는 이유는 그냥 재미있어서 읽는 것입니다. 

살아보지 못한 등장인물의 삶을 함께 살아보고, 나와 다른 삶을 고민해 보는 것 그 자체에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 책을 읽습니다. 

새김책을 하는 것도 무엇인가를 더 가르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책을 함께 읽으며 독서의 즐거움을 어렴풋이 알게 된다면 좋겠습니다. 

이후 자신의 삶을 다른 것으로 채우지 못해 허전할 때, 학교에서 친구들과 함께 즐겁게 책을 읽었던 기억이 떠올라 책을 찾아 읽게 된다면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나의 삶을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프로필, 페이스북 등을 통해 꾸며진 타인의 삶과 비교하고 채우려 하는 것보다 책이 삶을 훨씬 풍요롭게 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교사로서 항상 되새기는 것은 가르치려는 마음을 줄이고 배움의 의미를 고민하고 질문하게 하는 것입니다. 

가르친다는 것은 스스로 배우려고 오는 사람에게 더 효용이 있는 것입니다.

 배움을 얻을 곳이 귀하던 예전에는 가르침을 얻기 위해 스스로 먼 길을 찾아가곤 하였지만, 지금은 언제 어디서나 지식을 얻을 곳은 넘쳐납니다. 

그렇기에 스스로 배우기 위해 학교에 오는 아이들은 드뭅니다. 

그런 연유로 수업 시간에 무엇을 배우기 전에 이것을 왜 배워야 할까를 질문합니다. 원그래프와 띠그래프를 배울 땐 이것이 어디에 쓰이길래 배우는지, 사회에서 경제를 배울 땐 경제가 무엇인지, 경제가 우리 일상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 질문을 합니다. 

질문을 하는 이유는 이것을 왜 배워야 하는지 질문을 하는 습관을 갖게 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학원을 다니고, 여기저기에서 많은 지식을 배우지만 정작 이것을 왜 배우는지 근원적인 질문 없이 수많은 지식을 머릿속에 구겨 넣고만 있지는 않은지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삶에서 우리는 수많은 답을 찾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질문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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