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t Jul 12. 2023

무너지는 마음을 지켜낼 수 있게 하는 말

더운 날씨에 점심시간에 놀고 들어 온 아이들은 덥다며 연신 손부채질을 하고 있습니다. 그 바람에 교실 선풍기도 닦고 지난주에는 에어컨 청소 업체가 와서 전체 학교 에어컨을 청소하며 여름을 지낼 준비를 마쳤습니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할 때가 있습니다. 주로 체육 시간이지요. 

체육 시간에 승부를 가르는 경기를 하는 상황이 많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체육 시간에 배구형 게임을 진행했습니다. 모둠을 나눌 때부터 신경전이 벌어지지요. 운동을 잘하는 아이를 잘 나눠서 팀의 밸런스를 맞추는 것에만 10분 넘게 지나갑니다. 밸런스가 맞지 않아서 한 팀이 일방적으로 지게 되면 그 책임은 교사인 제 잘못이 크기 때문입니다. 다행히도 우리 반 아이들이 착해서 저에게 크게 따지지 않고 열심히 참여하지만 경기가 일방적으로 진행되면 제 스스로도 후회가 들지요. 그래서 팀 밸런스 맞추는 것에 시간을 많이 들이는 편입니다. 

10분을 들여 밸런스를 맞춰 배구형 경기를 토너먼트 방식으로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경기 심판을 보고 있는데 몇몇 아이가 실수를 해서 공을 아웃시키거나 제대로 토스를 하지 못해 상대편으로 공을 넘기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그러자 대놓고 화를 내지는 않지만 실수한 아이들에게 다그치는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경기가 끝나고 괜히 서먹해져 있는 아이들을 따로 불러 얘기할까 하다가 예민한 감정을 지나고 있는 사춘기 아이들 마음이 다치거나 관계가 더 어색해지지는 않을까 걱정도 되었습니다. 그래서 전체 아이들을 모아 놓고 말했습니다. 

“친구 관계는 아주 큰 사건 때문에 무너지는 것보다 사소하지만 서운한 감정이 모여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 경기에서 이기는 거랑 친구 관계랑 비교했을 때, 뭐가 더 중요할 것 같니? 경기에서 이기는 게 뭐라고. 다른 사람 마음 아프게 하면서 이기면 뭐가 남을까? 그 사람은 실수하고 싶어서 하는 것도 아니고 열심히 하려고 하는데 잘 안 되는 마음을 헤아려 줄 수 있어야지. 또 앞으로 한 가지만 기억하자. 이긴 사람은 진 사람 마음을 헤아려 주고, 진 사람은 이긴 사람을 진심으로 축하해 주면 좋겠다.”

아이들이 제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요즘 국어 시간에 언어 사용에 대한 이야기를 배우며 나를 힘들게 한 언어, 나를 힘 나게 한 언어, 누군가를 힘나게 했던 내 언어 중 한 가지를 골라서 글쓰기를 했습니다. 다른 때 같으면 모둠원끼리 돌려보게 했지만 한 아이가 그러더군요. 

“선생님, 혹시 발표하나요?” 

왠지 발표를 시킨다고 하면 진짜 속 마음을 쓰지 않을 것 같아서 그냥 선생님만 읽겠다고 했습니다. 늦게까지 고민하며 쓴 아이들의 글을 읽으며 이 아이들이 고민도 많고 상처도 많이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때론 주변으로부터 듣는 기분 좋은 한 마디가 무너지는 마음을 지켜내게 하고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누군가의 한 마디에 온 마음이 흔들리는 시기를 지나는 우리 아이들, 자기 때문에 가족이 아플까 봐 때론 아무렇지 않은 척 자신과 친구, 가족을 지키고 있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아이들에게 건네는 누군가의 한 마디가 아이의 인생에 끼치는 영향은 나비효과처럼 상상할 수도 없이 커집니다. 그래서 아이들 주변엔 좋은 어른이 많아야 합니다. 아이들은 주변의 좋은 어른의 모습을 보며 삶의 지표를 세우도록 해야 합니다. 한 아이가 쓴 글 마지막엔 이런 말이 쓰여있었습니다. 

“네가 듣고 싶어 하는 말이 뭔지 알아.” 

아이들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이 무엇일까 헤아려보는 좋은 어른이 되고 싶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배움의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