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Soheessays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hee Yang Sep 02. 2020

혼란한 세상, 똑똑하게 뉴스 소비하기

혼돈의 카오스인 이 시국에서도 현명하게 자신을 지키기 위해

세상은 여전히 소란스럽고, 하루에도 쟁점이 나뉘는 사건이 십 수 가지씩 발생하고 있습니다. 언론들은 이를 앞다투어 보도하고, 유튜브와 블로그 등으로 2차 3차 가공되면서 점점 몸집을 불려 갑니다. 좀 더 자극적인 타이틀, 자극적인 메시지 찾기에만 혈안이 된 모습에 환멸을 느끼지만, 그 결과로 얻은 조회수와 댓글 수를 보면 그 뒤의 기획자와 작성자들의 심정이 아주 이해되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복잡한 사건과 쟁점들을 정교하게 정리해 전달하거나, 날카로운 문제제기를 하기는커녕 불붙은 논쟁에 기름만 콸콸 부어대는 일부 언론의 행태가 답답하다고 말하자, 몇 년 전 갓 기자가 된 한 지인은 그렇게 써야 일단 클릭을 하고 읽으니까 어쩔 수 없다고 답하더라고요. <클릭수가 곧 월급>이라며.


물론 모든 언론이 그렇지 않고, 그 변화의 속도를 늦추는데 힘쓰는 기자분들도 계실 테지만요. 만약 저 명제가 일부 언론, 그중에서도 주류 언론사회에서 진리인 명제로 여겨진다면, 슬프지만 이 생태계는 아주 오래간 변하지 않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앞으로 더 자극적인 헤드라인이 메인을 점령할 거고, 그만큼 더 촘촘하게 짜인 가짜 뉴스가 활발히 생산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는 변할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가 선택하고 소비하는 방식에 변화를 준다면, 넘쳐나는 자극적인 보도와 분열의 언어 사이의 행간을 우리가 똑똑하게 소비한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 더 나은 담론을 생산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저는 저와 소히월드를 스쳐가는 독자분들 모두가 혼란한 세상 속에서도 똑똑하게 자신을 지킬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러한 바람이 문득 잦아든 날, 언젠가 또 기억이 옅어질 때를 대비하여 나와 우리를 위한 레퍼런스를 적어보려고 합니다.



1. 타이틀만 보고 발끈하지 맙시다.**


대부분의 언론사들이 전형적으로 활용하는 수법입니다만, 아직도 - 어쩌면 이전보다 훨씬 - 잘 먹히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클릭 수와 반응을 유도하려는 이 낡은 수법은 매번 새롭고 더욱 자극적인 형태로 다가오기 마련이니, 스스로 물고기가 되어 낚이지 않는 것이 상책입니다. 그러나 클릭하지 않고는 못 배기겠다면, <대체 뭘 이야기하고 싶어서 이런 태도지?>라는 의구심과 함께 내용을 살폈으면 좋겠습니다. 무조건적 수용보다는 비판의 자세로 상대해주어야 훨씬 타격이 덜 합니다.





첫 두 꼭지를 다루는 데 있어, 지난 몇 달간 논란이었던 <인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 당시의 보도를 활용하려고 합니다. 저는 사실 (자주 그렇긴 하지만 특히) 당시 언론의 행태에 충격을 많이 받았거든요. 분열의 언어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이 보이기 시작하고서는요.


위 이미지는 인국공 정규직 전환 논란 당시 조선일보의 페이스북 보도입니다. <비정규직 입사 : 입사 -> 정규직 전환>라고 간단명료하게 써 두었죠. 사실 뉴스 기사 안 보고 저것만 봤을 땐 확 열 받기가 쉽습니다. 뭔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저도 황당했거든요. 그러나 전말을 조금만 살펴봐도 허위사실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토록 민감한 사안을 다루는 데 있어, 국내에서 가장 파워 있는 신문사가 이 정도 팩트체크도 못했을 리가 없습니다. 만약 못했다면 기자로서의 자질이 없는 거고, 했는데도 저런 워딩이 나왔다면 프레임화에 명백한 의도가 있었던 것이죠.


덕분에 많은 이들은 제대로 자극을 받았고, 해당 비정규직 전환 대상자들은 물론이거니와 '비정규직' 자체에 속하는 모든 노동자들에게 무수한 인신공격이 쏟아졌습니다. 1등 시민과 2등 시민을 나누는 듯한 그 폭력적인 언어들 속에서 수많은 노동자들의 노동이 폄하당하는 모습은 몹시 처참했습니다. 물론 이들이 받은 피해에 대해선 아무도 책임져주지 않았고요.


조선일보가 잘못한 거 아닌가? 신문사가 그랬다면 당연히 검증된 내용인 줄 알았으니까 그런 거 아닌가? 생각할 수 있습니다. 맞아요, 명백한 언론의 잘못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보도 행태가 어느덧 주류가 되어버렸다는 것이에요. 비단 조선일보뿐만 아니라, 좌우 가릴 것 없이 많은 언론들이 앞으로도 앞장서서 분열을 조장하고 차별에 동조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니까 우리라도 당하지 말자는 겁니다.



2. 시간의 여유가 된다면, 극단의 정치/이념 성향을 가진 언론사의 글을 대조해봅시다.


물론 우리 모두 바쁜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지만, 민감한 사안일수록 다양한 논조의 의견을 꼭 들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앞서 언급한 인국공 사태에서 기초적인 팩트체크조차 거치지 않은 날 선 보도들이 잇따르자, 저는 과연 각 언론들은 이 사건을 어떤 방식으로 다루고 있는지 알아보고 싶어 졌습니다. 그래서 아래와 같이 리서치를 진행한 적이 있었는데요 :



*참고 : 위 -> 아래로 갈수록 우 -> 좌 성향입니다.



놀랍게도 같은 사건 보도하는 뉴스들 맞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단지 하나의 사건에 논쟁이 붙었을지라도 그 안에는 복합적인 사안이 매우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어느 부분을 조명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프레임을 씌울 수도, 상반된 논조를 만들어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논쟁의 규모가 거대한 사건일수록, 다양한 성향의 신문사 보도를 함께 찾아보려고 합니다. 각 언론이 비판점으로 잡는 부분은 무엇인지, 나와 대치되는 의견을 주장하는 언론이 있다면 내가 보지 못한 맹점을 파악한 바가 있는지 찾아내는 겁니다.



2-1. 요약본 뉴스레터도 전부가 아닐 수 있습니다.


요즘 요약형 뉴스레터 메일링 서비스가 인기인데요. 해당 요약형 뉴스레터들의 경우 기존의 메이저 언론사들보다 이념 논쟁에서 자유롭고, 객관적인 사실 위주의 전달이라는 점에서 특정 사건의 경위를 파악하거나 논점을 훑어보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요약본 뉴스레터 역시 결국에는 소수의 편집자들의 취사선택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는 점을 염두하며 소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더불어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어도, 복합적인 사안의 다층위적 논쟁점이나 담론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요소가 누락되어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모든 사안을 일일이 살필 필요는 없지만, 본인이 관심을 가지고 깊게 들여다보는 사건이라면 요약형 뉴스레터에만 의존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3. 통계자료라고 다 객관적이진 않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통계자료를 근거로 주장하는 것들이 모두 객관적이고 정확하지는 않습니다. 통계자료가 무서운 이유는, 암묵적으로 객관성을 인정받는 가장 주관적인 지표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아래 사례보다 극단적인 예시가 널리고 널렸지만, 가장 최근에 보았던 자료가 있어 레퍼런스로 남겨둡니다.


 

 8월 31일 자 동아일보 기사입니다. 요지는 <한국은행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재난지원금 효과 없음>이었는데요. 최근 2차재난지원금 재원 마련에 관해 리서치를 거듭하던 저로서는, 불과 몇 달 전 한은이 직접 소비자심리지수 반동 등을 근거로 <1차 재난지원금을 통한 정책 대응의 효과가 있었음>을 언급한 기사를 보았기에 의아했습니다. 그래서 본 동아일보 기사에 언급된 한국은행 보고서를 직접 찾아보았는데요. <2020. 08 논고 - 한국은행 거시계량모형(BOK20) 구축 결과> 보고서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


"BOK12는 2012년 구축된 이후 최근 경제상황 변화를 반영하는데 한계가 있어 BOK20 모형 구축을 통해 이를 보완하였다. 동 모형에서는 추정 기간을 기존의 2011년 말까지에서 2019년 1/4분기까지로 연장하고 2019년에 이루어진 한국은행의 국민계정 2015년 기준년 개편으로 인 한 경제변수의 변화를 반영하였다."


"다만 계량모형의 특성상 충분한 시계열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최근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구조 변화를 모형 내 직접 반영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코로나19 이후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경제구조의 변화를 감안하여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모형의 현실 적합도 개선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야 할 것이다."



(원문 전체보기는 아래 링크로)

https://www.bok.or.kr/portal/bbs/P0000551/view.do?nttId=10060032&menuNo=200438



그러니까 요약하자면, 해당 보고서의 모형은 1)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한 경기침체기에 해당하지 않는, 2019년 1/4분기까지의 기간만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2) 현재와 같은 팬데믹, 이로 인한 경기침체 상황에 적용하기엔 한계가 있음을 보고서에서도 밝히고 있습니다. 따라서 해당 통계를 근거로 <긴급재난지원금 효과 없음>을 논하는 행태는 끼워 맞추기에 불과한 보도로 볼 수 있는 것입니다. 황당해서 조금 더 찾아보니, 경제학 전문가로 유명한 최배근 교수님도 얼마 전 유사한 지적을 하셨더라고요.


따라서 통계지표를 근거로 내세운 주장이 있다면, - 그리고 특히 해당 주장이 매우 critical한 내용을 담고 있다면 - 해당 기사가 인용한 통계 결과 자체보다도 그 표본이나 산출 근거를 찾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사실 정확히 인용 표기하거나 기초 설정을 설명해주는 것은 언론의 몫이지만, 이렇게나 나몰라라 하는 기사들이 훨씬 많기에 .. ( 휴 ! )



4. 네이버 페이스북 유튜브 댓글은 여론이 아닙니다.


뉴스 기사도 중요하지만, 그 하단에 댓글란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타인의 영향을 많이 받아가며 살아가기에, 지속적으로 엇비슷한 의견과 생각에 노출되다보면 나도 모르는 새 그렇게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방식에 젖어들지도 모릅니다. 특히나 그 의견과 생각의 자극도가 극에 달했을 땐 더욱 빠르게 말입니다. 그러나 닳아오르는 여론의 바깥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굳이 의미 없는 논쟁에 휩싸이고 싶지 않은 사람들도 꽤나 - 어쩌면 훨씬 - 많습니다. 본래 건전한 토론과 성장은 결코 침묵에서 오지 않기에 이 현상이 바람직하다고 볼 순 없겠으나, 그에 앞서 보통의 '토론'이란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이미 닳아버린 댓글란에 피로감을 느껴버리는 것이죠. (개인적으로는 건강한 시민 양성 문화를 위해 최우선으로 풀어가야 할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이 섹션에서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최근 시사인 잡지에서 읽었던 <자신의 틀 안에서만 파악하는 세계*>라는 기사의 일부분으로 갈음합니다. 눈 앞에 보이는 댓글란이 여론의 전부라고 맹목적으로 믿고 무의식적으로 따르다가, 결국 그들만의 틀에 갇혀버리지 않길 바라면서 :


"(...) 그러니 유튜브 채널의 생태계에선 공신력이 경쟁되지 않는다. 시청자들이 얼마나 머무르냐에 따라 해당 채널의 수익이 결정된다. 채널의 수익률 관점에서 본다면, 짜깁기와 갖다 쓰기가 최고로 효율적인 방법이다 (...) 더욱이 국뽕과 국까 채널의 구독자들은 같은 유형의 콘텐츠만 보게 된다. 예컨대 국뽕 구독자들은 국뽕만, 국까 구독자들은 국까만 본다. 그들은 점점 더 다양하고 복잡한 모든 사잔을 자신이 가진 틀에서만 파악하게 된다. *시사인 674호 - <지금 유튜브는 국뽕 아니면 국까, 하현기 새로운소통연구소 소장>






예전부터 저를 위해서도, 여러분을 위해서도 꼭 써보고 싶었던 주제였는데, 요새 우리의 피로도를 급증시키는 일련의 혼란스러운 사건과 논쟁과 더불어 교통정리는 커녕 가짜뉴스와 자극적 보도만 쏟아내는 언론에 대한 분노 덕분에 쭉 정리해볼 수 있었네요. 이 영광을 혼돈의 카오스인 이 시국에게 바치며, 부디 이 와중에도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잘 지켜낼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마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하기 싫은 일은 어떻게 해야할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