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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ra Aug 30. 2020

다음에... 다음에 언제?

그러게 다음에 언제......

엄마, 친구랑 놀아도 돼?


아이에게 걸려온 전화. 원격 수업에 지친 아이는 항상 친구가 그립다.

“다음에...... 지금은 안될 것 같아.”

“다음에? 다음에 언제?”

“코로나가 좀 괜찮아지면”

“다음에? 또 다음에? 다음에는 없어.”

안된다는 말에 서운함이 가득 묻어난 대답이 눈물처럼 후드득 떨어져 마음에 들어온다.





다음에.. 그러게 다음에 언제?


다음에 언제냐고 묻는 아이의 말에, 다음에는 없다는 아이의 말에 마음이 아득해진다. 코로나 상황이 조금쯤 좋아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일주일에 두 번 뿐이지만 6월부터는 학교도 갔고 친구와 집에서, 놀이터에서 조심스럽게 마스크를 쓰고 놀곤 했는데 다시 치솟는 확진자 수는 몸과 마음을 움츠려 들게 한다. 많은 경우의 수와 확률, 또 상황이 마음 편하게 친구와의 놀이를 허락할 수 없게 했다.


그저 친구가 좋을 나이에 같이 놀지 못하고 학교가 개학은 했지만 원격 수업으로 전환되었으며 남편과 나는 출근을 하니 또 오롯이 아이 혼자 집을 지키는 신세가 되었다. 여름방학이 끝나고 나면 학교 가는 횟수가 더 늘어날 거라, 친구들과의 놀이가 조금 더 자유로울 거라 막연히 기대했다. 그렇지만 여름방학 끝자락에 다시 시작된 치솟는 확진자 수는 모든 가능성을 닫아버렸다. 언제까지 우리는 많은 것을 포기하고 내려놓은 채 지금처럼 지내야 하는 것일까?




누군가는 생업을 내려놓고
누군가는 아름다운 얼굴을 방호복 속에 감추어야 하고
누군가는 확진자가 되어 모든 경로를 고백하고 마녀 사냥을 당하고
누군가는 확진자 밀접촉자가 되어 집 안에 갇혀 지내고
누군가는 확진자가 될까 봐, 밀접촉자가 될까 봐 집 안에 꽁꽁 묶여 생활을 하고
누군가는 마스크와 소독제로 무장을 하고 출퇴근을 하고
누군가는 혼자 원격수업을 하고


지금 우리의 모습들이다. 매일 기사를 검색하고 확진자 수를 확인하고 쏟아지는 확진자의 이동 경로에 촉을 세워 만약의 상황에 대비하며 두려워한다.


초반에는 다 감내하고 참아낼 수 있었다. 언젠가 끝날 것이라는 막연한 확신이나 희망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어쩌면 끝이 없을 것만 같다는 생각은 더욱 마음을 불안하고 힘들게 한다. 과연 우리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다시 마스크를 벗고 마음 편하게 나들이하고 친구를 만날 수 있을까?


백신 개발이 가속화되고 있다지만 백신이 나와도 워낙 많은 변종으로 완벽하지 않을 거라는 기사가 무성하다. 마스크는 여전히 생필품, 스스로를 지키는 최고의 방어막으로 남을 것이며 거리두기는 계속될 것이라고 한다.



 '함께'의 중요성을 가르쳐 온 우리는
언제쯤 '함께'를 다시 찾을 수 있을까?

내려놓고 포기한 많은 것들 속에 혹시 아이의 유년기가 포함되어 있을까 봐 무척 겁이 난다. 유년기에 밤늦도록 친구와 숨바꼭질을 하고 학교 운동장에서 고무줄과 공기놀이를 했고 부모님을 설득해 어렵게 친구 집에서 파자마 파티를 하며 늦은 시간까지 속닥이곤 했다. 그 속에는 언제나 친구가 함께였는데......


그런데 지금은

학교도 갈 수 없고 친구와 놀 수도 없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아이들은 이 코로나 시대를 어떤 모습으로 기억할까? 만약 이 상황이 점점 길어진다면 일생에 한 번뿐인 우리 아이들의 유년기는 정말 어쩌란 말인가.



어려운 상황 속에서 코로나 최전선에서 고생하고 계시는 의료진, 공무원 등 여러 관계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아이의 유년기에 대한 투덜거림이 사치임을 알면서도 엄마 마음은 무너져 내리기 일쑤입니다. 또한 매일 긴 시간 마스크를 쓰고 있는 어린아이들을 바라보는 교사의 마음은 안쓰러움에 미어지기 일쑤입니다.

어려운 상황에서 고생하시는 분들께 늘 감사하고 죄송한 마음뿐입니다. 코로나 현장에서는 힘듦이 얼마만큼일지 감히 상상이 되지 않습니다. 일개의 엄마로, 교사로 느끼는 이 마음은 몇 만 분의 일도 그에 닿지 않음을 알지만 속상한 마음을 이렇게 글로 적어 스스로를 위로하는 투정을 해 봅니다.

인류를 멸망시키지 못한 상황은 결국 우리를 발전시켰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결국 우리는 코로나바이러스도 딛고 일어나 더 앞으로 나아가지 않겠습니까? 그런 희망을 갖고 오늘 한 번 더 마스크를 고쳐 쓰고 열심히 일개 엄마로, 교사로 살아가겠습니다.

부디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도 우리나라 대한민국은, 우리 지구인들은 희망을 잃지 않기를, 마음 아프고 고통스러운 분들이 더 이상 생기지 않기를 두 손 모아 간절히 기원합니다.



    

긴 장마의 중간에 잠깐  들어온 햇살 한 줌에도 기뻤는데 지금 이 상황이 끝날 것이라는 확신 한 줌이 있었으면 좋겠다. 희망 고문이더라도 희망이 필요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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