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
브런치를 시작한 지 8개월이 지났다.
처음 몇 달간은 글 쓰는 자체가 신기하고 재미있어 지속적으로 글을 써서 발행을 했다. 의무감도 있었고 스스로와의 약속도 이행하고 싶었다. 무엇보다 글 쓰는 자체가 신이 났다. 그중 몇 편은 신기하게도 다음 포털 사이트에 게시되는 영광을 누렸다. 그런 일이 글쓰기에 새로운 힘을 실어 주었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나고 나니 이제는 글 쓰는 일이 버거워졌다. 슬럼프인가? 아니면 나태해진 것인가?
글을 쓸 수가 없었다.
글을 아예 쓰지 못한 것은 아니고 ‘발행’할 수 없었던 것이 맞는 말인 것 같다. 사실 작가의 서랍 속에 발행하지 못한 몇 편의 글이 있다. 쓰다가 전개가 되지 않아 멈춘 글도 있고 다듬어 다시 정리해야지 했던 글도 있다. 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땐 고민이 덜 했다. 그냥 쓰면 오타 검증 후 바로 발행하곤 했다. 어느 날부터 글에 대한 책임감이랄까, 알 수 없는 생각이 많아지면서 글을 쓸 수 없었고 쉽게 ‘발행’을 누를 수가 없었다.
이 글이 누구에게 도움을 줄까, 형편없는 글로 나쁜 평판을 받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과 더불어 글의 대부분이 ‘나’에 초점을 둔 지극히 개인적인 글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과 느낌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라는 자괴감이 들었다는 표현이 가장 정확할 것 같다.
그럼에도 글을 써야 한다.
지극히 개인적인 편견에 불과할지라도 내 속에 들어있는 감상과 이야기를 꺼내야만 한다. 그래야만 그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모른다. 얼마 전 아는 분의 인스타 피드에서 읽은 글은 이 글을 쓰는데 큰 자극을 주었다. ‘자기 자신에게서 벗어난 글’을 써야 한다는 내용의 글이었다. 작가들이 느끼는 자괴감에 대한 이야기인데 자신에 대한 글에서 나아가 다른 사람을 돕는 글을 써야 한다는 내용이었던 것 같다. 그 글을 읽으며 반대로 아직은 스스로에게 집중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글을 쓰기 위해서는 나를 더 끄집어내야 한다는 생각이, 아니 용기가 났다. 나를 끄집어내서 공간을 만들어야 다른 생각과 글감, 더 나아가 다른 사람을 돕는 글도 들어올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극히 개인적인 글일지라도 용기를 내서 다시 글을 써보기로 한다. 지속적인 글 쓰기가 어디로 데려다 줄지 알지 못한다. 어쩌면 어디로도 데려다주지 않을지도 모른다. 에스컬레이터에서 거꾸로 걷는 것처럼 언제나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지속적으로 써보기로 한다. 제자리걸음이라도 하지 않으면 다른 무엇을 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