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era Nov 13. 2022

일하는 엄마 아이의 가방엔 맑은 날에도 우산이 꽂혀있다

비 오는 날에도, 맑은 날에도 항상 우산과 함께 하는 아이들

  “비 온다”

  창문 앞에 서보니 세차게 창문을 두드리며 비가 내린다. 얼마만의 비인가. 나무에 달랑달랑 달려있는 몇 잎 남은 나뭇잎들이 모두 쓸려갈 터이다. 가을의 끝자락, 비가 내리는구나.


오랫만에 단비가 내린다.




  비 예보 없이 맑은 날이 계속된 요즘이었다. 며칠 전 출근길, 엘리베이터에서 아래층 학생을 만나 인사를 나누었다. 가방에는 접이식 우산이 꽂혀있었다.

  ‘우리 딸 가방에도 항상 우산이 꽂혀있는데’

  라는 생각 다음으로

 ‘이 아이의 엄마도 일하시지.‘

  라는 생각이 함께 올라왔다. 가방 속 우산이 문득 쓸쓸하게 느껴졌다. 가을이어서 그렇기도 하고 일찍 가야 한다며 아빠 따라 부랴부랴 등교한 아이의 모습도 떠올랐기 때문일 것이다.


  딸아이 가방 속에는 항상 우산이 꽂혀있다. 학교 가방에도, 학원 가방에도.  맑은 날에도, 비가 오는 날에도. 비가 세차게 내리는 어떤 날엔 손에 하나 더 들려지기도 한다.

학교 가방, 학원 가방에 꽂히 작은 우산




  우리 엄마도 일을 하셨다. 갑자기 비 오는 날 아무리 기다려도 엄마는 우산을 들고 오지 못했다.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겨 기적처럼 엄마가 와주길 기다렸던 날도 있었던 것 같다. 운이 좋으면 친구와 함께 하교하기도 했고 친구 엄마가 우산을 빌려주시기도 했다. 운이 나쁘면 그대로 쫄딱, 책가방까지 젖은 생쥐가 되는 거였다. 툴툴대며 오는 날엔 그 어떤 날보다 집까지의 길은 길고 멀었다.


  비 오는 날 우산을 들고 학교에 데리러 오지 못하는 엄마 마음을 그때는 몰랐다. 엄마가 되고 나서야 집에 오는 길이 길고도 멀었던 내 마음과 다르지 않았을 엄마 마음을 알게 됐다. 하교 시간에 비라도 내리면 내내 어떻게 집에 갔을까 걱정을 한다. 내리더라도 조금만 내려주길 마음으로 기도한다. 우산을 가지고 다니지만 세차게 내리는 큰비에 작은 접이식 우산은 속수무책이기 때문이다. 가방과 운동화 속 양말까지 다 젖을 것이 뻔하다.

  그렇게 비를 맞고 옷도, 가방도, 운동화도 젖으며 단단하게 아이가 자라는 게 맞을 텐데도 엄마 마음은 내내 불편하기만 하다. 커다란 우산을 들고 학교 앞에 서 있어주지 못하는 상황이 마음 쓰리기만 하다.


  세상의 모든 비를 막아줄 수 없는데도 다 막아주고 싶은 마음, 엄마 마음이다. 그럼에도 다 막아주고 싶은 마음을 숨겨야 하는 것 역시 엄마 마음이다. 불편하고 속상해도 안 그런 척

  “그렇게 비도 맞아가며 스스로 헤쳐가며 세상을 살아가는 거야.”

  통 크게 아무렇지 않게 말해보기도 한다.




  엄마가 되어도 다 알지 못하는 마음. 다만 맑은 날에도 항상 가방에 우산이 꽂혀있는 아이들을 볼 때면 나도 모르게 짠하고 따스한 눈길을 주어 본다.

  ‘단단하게 스스로 잘 해내고 있는 거야 ‘

  마음을 다해 응원도 해 준다.


매거진의 이전글 다음에... 다음에 언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