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하 Feb 10. 2024

방학은 연수다

도심 속 일상 여행자로 살기

나는 여름과 겨울, 매년 두 번의 방학을 맞이한다. 학생에게 방학(放學)은 공부를 내려놓는 시기이기보다는 학교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공부를 이어가는 시기이다. 교사에게도 마찬가지다. 방학은 정확히는 연수 기간에 해당하며 장소가 학교가 아닐 뿐이다.

< 제41조 연수의 법률적 정의: 교사의 방학은 학교 밖에서 스스로 하는 연수이다 >

선배 교사의 말을 빌리자면 소위 미치기 일보 직전에 방학이 온다. 휘몰아치는 학사일정과 각종 사건 사고나 민원 등으로 지치는데 이때 방학은 오아시스가 된다. 그래서 많은 교사들은 방학식 당일 혹은 그다음 날 훌쩍 해외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주로 멀리, 그리고 장기로. 그런데 약 스무 번의 방학을 경험하며 깨달은 사실은 내가 여행을 크게 즐기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멀리 여행을 가지 않아도 매일을 여행처럼 살 수 있다. 일상의 경험들에서 얻을 수 있는 깨달음이 여행지에서 얻을 수 있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나는 항상 읽고 싶은 책, 해보고 싶었던 요리, 가고 싶은 전시회가 밀려 있는 도심 속 일상 여행자이다.


가장 길게 여행을 갔던 곳은 제주도였는데 동쪽의 작은 마을에 머무르며 약 3주 동안 북카페를 다니고 그림을 그리고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오름을 올랐다. 그리고 가끔 게스트하우스 사람들과 밤에 한 잔 하거나 다음날 동행하여 일정을 함께 했다. 그래도 80% 이상의 시간을 혼자 보냈고 그게 너무 좋았다. 항상 하고 싶지만 하지 못한 일들이 존재하는데 대부분이 혼자 하는 것들이다.


그래서 방학은 나만의 시간을 내가 자율적으로 조정해 살 수 있는 시기이기에 더욱 소중하다. 아직 가고 싶은 곳이 서울에도 많다. 이번 겨울 방학은 장기 출장, 단기 출장이 퐁당퐁당 있어서 대신 서울 이곳저곳을 탐방하기로 했다. 첫 번째 여행지는 종로였고 공교롭게도 같은 날 종로의 낮과 밤을 즐겼다. 낮에는 전시와 독서를 좋아하는 친구를 오랜만에 만나 ‘문도멘도 전시회’를 다녀왔고, 밤에는 음악과 춤을 즐기는 친구와 ‘사바하’라는 뮤직 바에 다녀왔다. 특히 문도멘도 전시는 ‘도심 속 일상 여행자’로서 일상을 그림으로 기록하는 내가 추구하는 삶을 이미 살고 있는 작가의 작품을 보게 되어, 게으른 나의 실행력을 반성하고 또 마음가짐이나 스킬을 배울 수도 있는 기회가 되었다.


그라운드 시소 서촌 : 멘도문도 판타스틱 시티 라이프

프로크리에이트로 그림을 그리고 캘리그래피를 하기 위해 아이패드를 구매했던 2020년의 초심을 되살린 전시회이기도 해서 참 좋았다.


남은 방학도 지금처럼 꾸준히 운동하고 서울 곳곳을 여행하고, 가끔 마음 맞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며 나만의 제41조 연수를 지속해야겠다. 그리고 밀린 숙제들도 기록으로 남긴다.


< 방학 때 할 일들>

알람 무시하고 늦잠 자기

천장이 높은 북카페에서  하루 종일 병렬 독서 하기

운동이든 독서든 강박 느끼지 않고 지내보기

디지털 디톡스(인스타, 유튜브) 12시간

종로 전시회에서 천천히 전시를 즐기고 근처 카페에 가서 전시 소감문 쓰기

금주 2주, 몸 근육 말고 뇌 근육도 단련하기

집 정리 정돈하고 대청소하기



작가의 이전글 조카는 그냥 좋잖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