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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쏨바디 Jan 28. 2022

#9 회사원인 그녀는 어쩌다가 음반을 내게 되었을까

그래서 드디어 냈습니다, 음반 

2021년 3월 30일. 

뜻하지 않게 시작한 나의 여정에 첫 마침표를 찍은 날짜.  


나는 전문음악인도 아니고 아인슈타인도 아니고 에디슨도 아니고

대단치도 않은 그런 사람이지만 내 인생에 있어서 최선의 버전으로 사는 것을 

최대한 1순위로 두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최고가 될 수 없음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비록 최고가 되지 못하더라도

한번뿐인 '나의 인생이라는 작품에서는 적어도 내가 주연인 최선의 버전'으로 살아가기

특히 갑상선 항진증(그레이스 병)을 통해 내면적으로 힘든 시기를 겪은 이후, 이에 대한 나의 신념은 더 확고해졌다. 


누군가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어차피 뮤지션의 길을 갈 생각도 아니고, 금전적인 수익을 얻을 것도 아닌데 꼭 그렇게 많은 돈을 투자하면서 앨범을 내야 하는 이유가 있어? 냉정하게 들리겠지만 듣는 이도 많이 없을 텐데 말이야 "


틀린 말은 아니다. 아시다시피 음원 플랫폼에서 음악을 재생하는 것만으로 큰 수익을 창출하기는 힘들다.

오늘자로 해당 사이트에서 확인해보았을 때 지금까지 내 음원에 대한 누적 수익은 

총 $6.9로 한화 약 9000원.   


그러면 이번에는 내가 이 음반을 내기 위해 투자한(투자라 쓰고 소모라 읽는) 금액을 대략적으로 계산해보자.


프로듀서 선생님과 함께 수업한 3개월 레슨 비용, 보컬 레슨 비용, 마스터링 비용 등을 포함해

총 180만 원을 지출하셨습니다. 그러니깐 수익은 9000원인데 투자비용이 180만 원인 존재해서도 안 되는?!

세상 기이한 이익률이 나오는 것이다.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숫자이다. 

이를 예상하지  못했던 것도 아니고 ( 물론 생각보다 많이 들긴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음반을 냈던 정말 본질적인 이유는 "재미있어서였다"


재밌었다.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느낌이며 내 자신을 완전히 새로운 세계에 던져 놓는 기분. 

처음으로 무언가를 만들어 낸다는 것에 대한 희열. 그리고 그것이 음악이라는 쾌락. 이것은 분명 이전에 언급한 바와 같이 그 무엇과도 대체될 수 없는 낙이다.


이전까지의 나는 항상 음악을 듣는 '청취자의 입장'이었고 

그것은 살아가면서 내가 바꿀 수 없고 뒤집을 수 없는, 틀에 박힌 고정된 공식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살면서 처음으로 내가 청취자가 아니라 생산자의 입장이 된 것이다. 재미있었다. 


앨범 준비과정이 재미있었던 또 다른 이유는 평소라면 전혀 생각해보지 못할 그런 질문들을 이를 통해서 나 자신에게 던져봤고 고찰했기 때문인 것 같다. 내가 어떤 순간에 가장 행복하지? 이를 통해서 얻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나의 인생에서 무엇을 우선순위로 둘 것인지?  


하지만 음악시장에도 암묵적인 룰이 있으니 바로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음악' 이 곧 성공한 음악이라는 공식이다. 음악을 업으로 삼으시는 분들에게는 언제까지 음악이 취미일 수 없고 경제적인 이득이 되어야지 비로소 생계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중간에 음악 하는 것을 포기하고 다른 직종으로 중도 변경하시는 분들이 많다고 들은 적이 있다. 음악을 만드는 모든 사람들은 한 번쯤 꿈꾸지 않았을까? 본인의 노래가 대중적인 노래가 되는 순간을. 설령 아니라고 해도 마음속으로 한 번은 바라게 되는 지극히 정상적인 인간의 욕망인 것이다. 나 또한 저 공식이 절대적이지는 않지만 틀리다고 부인할 수도 없는 것이다. 다만 나는 무언가의 가치에 대한 평가를 100% 외부에 두지는 않기로 했다. 


"절대 다른 사람의 칭찬에 의지하지 마십시오. 

 거기에서는 얻을 것이 없습니다.

 자신의 가치를 바깥에서 얻을 수는 없는 일이지요"       -샤론 르벨, '새벽 3시' 

                                                                              

아무튼 행복했던 여정이었다. 더불어 중간에 포기하지 않은 나 자신에게 고맙다. 지금은 또 다른 제2의 여정에 있지만 내가 처음 시작하면서 느꼈던 감정을 결코 잊을 순 없을 것이다. 영원히 몰랐으면 모르지. 판도라의 상자 마냥 무언가를 알고 난 이후 그 이전으로 되돌아가기는 힘든 법이다. 최근에 지나가던 서점에서 우연히 인상 깊게 본 구절을 인용하는 걸로 '회사원인 그녀는 어쩌다 앨범을 내게 되었을까'편을 마무리하려 한다. 

그동안 읽어주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그 어떤 상황도 견딜 수 있다"  -니체




아래는 지난해 발매한 제 음원을 들으실 수 있는 각 사이트들의 링크 모음입니다.

부족하지만 즐겁게 들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SoundCloud  (가입, 로그인 필요 없이 청취 가능한 사이트)

https://soundcloud.com/youaresomebody/tracks

*멜론 : 

http://kko.to/Mh526DwYB

*지니 :

https://www.genie.co.kr/detail/albumInfo?axnm=81982514 

*벅스 : 

https://music.bugs.co.kr/album/20389038?wl_ref=list_ab_01_ar

*Spotify : 

https://open.spotify.com/album/64zngeC5nV3LjBW0bG10L4?si=_HTk-vwhRQ65szsmzeY3hg&utm_source=native-share-men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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