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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RO Nov 04. 2020

38세에 읽는 고교독서평설

편독하지 않는 엄마가 되자

 이 글을 쓰기에 앞서 본인은 “지학사”와 전혀 관련이 없는 일반인이며 필자 선생님들과도 전혀 무연(無緣) 임을 밝히는 바이다.


 올해 38세.

(며칠 전 생일이었는데 곧 해가 바꾸면 또 한 살을 먹어야 하는 신세이다.)


 1년 가까이 정기구독을 하고 있는 “고교독서평설”에 대해 집에 방문한 모든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네 나이에 왜 이것을 읽느냐 물어본다.


그냥. (이유가 있어야 하나?)

재밌어서. (그러는 넌 읽어는 봤니?)


네 수준이 아직 거기라는 둥.

잘 어울린다는 둥.

소설책을 하나 더 사서 읽으라는 둥.


농담 섞인 그러나 유쾌하지 않은 응언(應言)들이 오고 가는 순간이다.


소소하지만 의미있는 일들을 기록하고자 했던 이곳에 이 화제(話題)를 가지고 온 이유도 결국 그들의 수많은 의미 없는 질문에 글로 답하고자 함에 있다.


뭐 어때서.


 육아를 하며 아이 동화책은 하루에도 몇 번씩 읽어 주고 있는데 고등학생 대상의 서적이라니 그에 비하면 경(經)이지 않은가. 사설(社說)이든 사설(辭說)이든 나에게는 다양한 주제의 읽을거리를 제공해주는 고마운 잡지(雜誌) 임이 틀림없다. 종이 신문이 사라지다시피 하고 스마트폰에서 읽는 다양한 색과 빛을 반사하며 내뿜는 활자 기사에 익숙해진 현대 시대에  종이에 쓰인 이 덤덤한 글자를  한 자 한 자 가볍게 씹어 볼 수 있는 것이라니 이 얼마나 맛있는 간식인가. 게다가 생각보다 꽤 깊은 사회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고 곧 마흔을 앞둔 나이에 입시의 설렘(?)을 다시금 느끼게 하니 말이다.


앞으로도 구독할 의사 있음(별 5개)


 언젠가 TV에서 한 미혼 -아이가 없음을 꼭 밝히고 싶으므로- 여배우가 시간이 나면 다양한 서점에 가서 다양한 - 여기서의 다양함이란 도서마다의 권장 나이를 고려하지 않은 전부를 포함하고 있다.- 책을 읽는 것을 보았다. 어딘가 모를 동질감과 나에 대한 안도감- 적어도 내가 다른 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이 드는 장면이었다. 나 또한 내 만 5세 아이의 자연과학책에서 다양한 지식을 얻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니 말이다.


 생각해보자.

 고구마는 줄기를 심고 감자는 감자를 심어야 한다는 사실이나 오징어나 문어는 입이 아닌 깔때기를 통해 먹물을 내뿜고 달팽이는 암수 구별이 없음에도 스스로 성별을 정해 짝짓기를 통해 알을 낳는다는 사실이 누군가에는 당연하지만 누군가에는 놀라울 수 있는 사실일 수 있지 않겠는가.

 지식의 다소(多少)의 문제가 아니라 ‘낯설게 바라보기’로 다가가면 알고 있던 상식도 6살 아이와 함께 아르키메데스처럼 ‘유레카’를 외칠 수 있으니 나는 무엇이든 ‘처음 알게 된 것처럼’ 무엇이든 새롭게 받아 드릴 자세로 임하고 싶다.


 나는 한석봉의 어머니처럼 수십 년간 떡장사를 하며 열심히 오래 노력하면 어둠 속에서도 비뚤지 않고 올곧게 떡을 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해이한 정신으로 돌아온 아들을 한 없이 부끄럽게 할 생각은 없다. 그저 그녀처럼 내 아이에게 “행동의 모범”이 되고자 하는 것이다.


 “엄마도 김치를 안 먹으면서 왜 나한테만 김치를 먹으라고 해!”


내가 가장 듣고 싶지 않은 말의 유형이다.

(비단 음식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님은 굳이 거론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나는 내 독서 욕구를 채우며 아이와  함께 공유고 대화하며 공감하기 위해 나름의 방법을 찾고 있는 것이다.


뭐 어떠한가.

육아에 정답은 없듯.

독서에도 정답은 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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