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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리 Sep 04. 2024

티켓을 끊었다.

항공권 예매하기

   "친구의 친구를 사랑했네~"

   노래는 몰라도 이 구절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거다. 유명가수의 오래된 노래이고, 세기말 휴대폰 광고의 배경음악이기도 했지만 친구의 친구를 사랑한다는 금기는 어느 시대에나 파격적이니까. 갑자기 생각난 것은 아니었다. 친구의 친구를 소개받고 먼저 인연이 있는 친구보다 더 자주 연락하고 만나면서 우리 사이에 장난스럽게 쓰던 말이었다. 그리고 지금 친구보다 더 사랑하면 안 되는 금기(?)를 깨고 친구의 친구와 떠나보기로 했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경계해야 하는, 그냥 여행도 아닌 쌩고생을 각오해야 하는 산티아고 순례길로.


   "이번이 아니면 어려울 것 같아."

   여행을 준비하기 시작한 건 올해 초부터였다. 언젠가 가보고 싶다고 꿈꾸었던 곳.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지만 ‘언젠가’라는 말처럼 아련하게 느껴졌던 곳. 가겠다고 꿈꿨던 여행에 특별한 이유는 없었지만, 그 길 위를 한 번쯤 걸어보고 싶었다. 저마다 출발하는 지점은 다르지만 목적지는 하나인 길. 특별히 계획을 짜지 않아도 화살표만 따라 걸으면 되는 길. 걷는 동안 다음 날 무엇을 할 지, 어디로 가야 할 지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그 길을 걷고 싶었다. 처음엔 혼자 가기로 마음먹었다. 서로의 일정을 맞추다 보면 분명 미뤄지거나 틀어지는 경우가 생겨서 내 의지가 꺾일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가장 걷기 좋다는 9월에 가자고 마음은 먹었지만 진전은 없었다. 비행기 티켓팅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6개월 이상 남은 비행기 티켓을 결제하기는 부담스러웠다. 그렇게 순례길은 내 기억에서 잊히고 있었다.


   "우리 산티아고 안 가? “

   일하느라 정신없었던 상반기를 지나 하반기를 접어들 무렵이었다. 올해 초 순례길에 관심이 있다고 해서 이런저런 얘기를 던져봤지만 반응이 시큰둥 한 친구가 갑자기 이렇게 말했다.

   “정말 갈 거야? 갈 생각 있어?”

   “가야지!!!”

   뭔가 갈 생각은 있는 것 같은데 확실한 제스처가 없는 친구에게 쐐기를 박았다.

   “그럼 다음 주에 만나서 일정 확인해 보자. “

   그렇게 우리는 두 달이 조금 안 되는 시간을 앞두고 함께 산티아고 순례기를 걸어보자고 결정했다.


   “꼭 가야 하는 이유는 모르겠고, 일단 가보고 싶었으니 GO!”

   순서가 뒤바뀐 것 같지만, 항공권을 끊고 친구에게 물었다. 산티아고 순례길에 가고 싶은 이유가 무엇인지. 특별한 이유는 없고 그냥 한 번쯤 걷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나도 비슷했다. 예전에 정말 가고 싶을 때도 있었는데, 다시 생각해 보니 꼭 가야 하나 하는 의문도 들었다. 하지만 분명한 건 하나 있었다. 내년엔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른다는 것이다. 지금과 똑같을 수도, 별일이 없을 수도 있지만 우리에겐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는 올해가 산티아고로 떠날 수 있는 적기이지 않을까. 불필요한 고민은 시기만 늦출 뿐이었다.


   우리가 약속한 시간에 다다르면 공항에 우리가 탈 비행기가 준비될 거야. 우리는 그 비행기를 타고 산티아고 순례길로 떠나겠지. 모두가 멋지다고 응원해 주지만 누구나 걷고 싶어 하는 길은 아닌 그 길로. 항공권을 결제하며 설레던 지금이 언젠가 잊히겠지만 이것만은 기억해. 가장 멋진 여행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평생 잊지 못할 여행이 될 거야. 나의 동행자, 브루.




일정

AUG  25, 2024년 항공권 예매

(OCT 17~NOV 21 총 36일간의 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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