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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서천재 정태유 Mar 21. 2020

책을 읽고 싶지 않을 때 읽는 법.

읽고 싶지 않을 때는 읽고 싶게 만들어라. 

  '포기하지 않는 것도 실력입니다.'  - 알렉스 퍼거슨 (前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


  무조건 책만 보고 달려오던 어느 날, 몸에 살짝 열이 나는 게 감기 기운인지 온몸에 힘이 없다. 책을 펼쳐 놓고 보기는 하는데 눈앞에 아른거리는 글자가 하나도 머릿속으로 들어오지 않는다.

  '아, 오늘 컨디션이 너무 안 좋은데…. 감기인가보다. 책은 다음에 읽는 거로….'

  그렇게 책을 덮은 지 3일째. 이제는 더 책을 읽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평생 책과 함께 살리라!' 큰소리치면서, 방 안 곳곳에 눈에 보이는 곳마다 '책!, 책! 책! 책을 읽자!'라고 써 붙여 놨건만….

  문득 지금까지 읽어온 책들을 바라보면서 온갖 생각들이 머릿속을 휘저어 놓는다.

  '책을 많이 읽는다고 해서 달라질 수 있을까?'

  '이렇게 계속 무턱대고 평생 책만 읽게 되는 게 아닐까?'

  막연했던 마음속 걱정과 두려움이 한꺼번에 커지면서 지금껏 억눌려 왔던 '포기'란 녀석이 서서히 고개를 드는 순간이다. 드디어 올 것이 왔다. 바로 '슬럼프'가 찾아온 것이다. 하지만 조금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슬럼프'는 피해 가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넘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사전에서 슬럼프의 정의를 찾아보면 이렇게 쓰여 있다.

  슬럼프 운동 경기 따위에서자기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저조한 상태가 길게 계속되는 일.

  올림픽이라든가 월드컵이라든가 하는 초대형 경기를 앞두고 그 단 하루, 단 한 번의 기회를 위해서 매일 땀을 쏟는 운동선수들. 사실 운동선수만큼 슬럼프를 두려워하는 사람이 또 있을까. 그들에게 있어서 슬럼프라고 하는 것은 단순한 부진을 넘어서 가장 두려워하는 것임이 분명하다.     


  나는 '생존 독서'를 진행해 오면서 이런 '슬럼프'를 꾸준히 겪어봤다. 처음에는 한 달째, 그다음에는 석 달째, 그리고 1년. 이렇게 매 순간 찾아오는 것이었다. 어떨 때는 앞에서 말한 것처럼 몸이 아플 때도 있었고, 직장 일로 너무 바쁠 때도 있었다. 주변 사람과의 갈등으로 인한 스트레스도 그렇고 내가 아닌 가족이 아플 때와 이사라든가, 직장을 옮기는 일 등 여러 가지 많은 일이 있을 때도 그랬다. 사실 하나하나 예를 들고 보자면 책을 읽지 못할 일들은 너무도 많다. 그렇게 슬럼프와 맞닥뜨리는 순간이 오게 되면 오히려 한 번 '씩'하고 웃어주는 거다. 마치 쥐구멍에서 쥐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던 고양이처럼 말이다. 여태껏 애태우면서 기다리고 있던 슬럼프를 드디어 만나게 되었을 때, 언젠가는 써먹게 될 것을 예견하고 준비해 두었던 회심의 카드를 꺼내는 것이다. 나는 그 방법을 다음과 같은 5가지로 활용하고 있다.     


  1. 이미 읽었던 책을 다시 읽는다.

  내가 읽었던 책 중에 가장 재미있었던 책을 친한 친구에게 소개해 준다고 생각해 보자.

  '어떤 책을 추천할 수 있을까?', '그 이유는?', '대략의 내용 또는 줄거리는 어떤가?'

  이런 기분으로 나 자신에게 책을 소개해 보는 거다. 예전에 읽었던 책 중에서 가장 재미있던 책을 생각해 보고, 그 책을 찾아서 다시 읽는 거다. 이럴 때 꼭 처음부터 다시 읽을 필요는 없다. 재미있었던 부분만 찾아서 읽어도 되고, 첫 시작 부분만 또는 이야기 끝부분만 읽어도 좋다. 나의 경우, 그 책을 읽고 정리해 놓은 내 블로그를 찾아서 다시 읽어본다. 그곳에는 내가 그 책을 읽고 어떤 생각을 하였는지, 어떤 감동했는지와 함께 당시의 내 기분이 적나라하게 묘사되어 있다. 그 글을 읽게 되면 당시 내가 느꼈던 감동이 그대로 다시 전해져 와서 책에 대한 흥미가 되살아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마치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를 다시 보는 느낌과 비슷하다.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는 방법 중에 즐겁고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리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     


  2. 의외의 장소에서 책을 읽는다.

  우리는 보통 기분전환을 위해서 새로운 장소를 찾는 경우가 있다. 산이라든가 숲을 찾기도 하고, 때로는 사람이 북적거리는 시장이라든가, 때로는 사람이 한 명도 보이지 않는 겨울 바다를 일부러 찾기도 한다. 책을 읽고 싶지 않을 때도 이런 기분전환을 함께 하는 것도 좋다. 날씨가 좋은 휴일 이른 아침에 두꺼운 책 한 권을 가방에 넣고 동네 뒷산을 오른다. 그렇게 산 중간에 있는 작은 벤치에 앉아 책을 읽어보는 거다. 의외로 책이 잘 읽힌다. 찜질방도 의외로 책을 잘 읽을 수 있는 곳이다. 뜨거운 불가마 속에 앉아서 책을 읽으면 흐르는 땀과 함께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되는 때도 있다. 휴일 새벽에 버스나 전철을 타보는 것도 추천해 본다. 그렇게 버스 가장 뒷자리(전철이면 제일 앞칸이나 제일 뒤 칸)에 앉아서 종점까지 앉아서 책을 읽어보자. 몇 분이 걸리든 몇 시간이 걸리든 상관없다. 종점에 도착할 때까지 책을 읽어보았다면, 이번에는 반대 방향으로 해서 다시 집을 향해 오는 동안 읽으면 된다.     


  3. 영화를 보고 책으로 읽는다.

  책과 영화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말하고 싶다. 사실 우리 주위를 찾아보면 유명한 영화 중에 책을 원작으로 하는 것이 생각보다 많다. 이 영화를 찾아서 보고 그 감동이 채 가시기 전에 책을 읽는 것은 나에게 있어 매우 좋은 방법이었다. 세계적인 명화를 보고 그 이야기를 다시 책으로 만나보는 것. 반대의 경우도 좋다. 영화를 볼 것을 염두에 두고 책을 읽는 것도 좋다. 최근에는 유명한 영화를 소설로, 또는 만화로 재각색하는 때도 많아서 보는 사람이 새로운 기쁨을 주고 있다. 고등학생 시절에 공부에 지쳤을 때는 책으로 마음을 달래곤 했었다. 그 당시 읽었던 책이 '양들의 침묵', '쥐라기 공원' 등의 소설이었는데, 놀라운 것은 그 책들을 영화로 만났을 때였다. 영화 속 장면 장면마다 책으로 읽었을 때의 활자들이 머릿속에서 춤을 추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영화를 책으로 보는 것, 책을 영화로 보는 것. 그 어느 쪽이든 좋다. 기쁜 마음으로 책을 다시 손에 잡을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4. 욕조에서 책 읽기

  평소 내가 가장 즐기는 독서법 중의 하나다. 물론 슬럼프를 극복하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새벽이나 밤늦은 시각, 식구들이 모두 잠들었을 때 조용히 욕조에 뜨거운 물을 받아놓는다. (나는 욕조에서도 충분히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튼튼한 욕조 덮개를 사용하고 있다) 준비사항으로 두 가지가 필요하다. 하나는 시원한 물 한 컵이 필요하다는 것과 절대로 휴대폰을 가지고 있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준비가 모두 끝났으면 책 한 권을 들고 욕조에 몸을 담근다. 이때 한 시간이든 두 시간이든 손에 든 책을 다 읽을 때까지는 욕조 밖으로 나가는 일이 없어야 한다. 이렇게 책에 집중해서 읽다 보면 어느새 시간은 나도 모르게 지나가게 되고 온몸은 때가 나오기 쉬울 정도로 퉁퉁 불어있기 마련이다. 기분 좋게 책 한 권을 읽었다고 한다면 목욕은 자연스러운 순서가 된다. 사실 욕조에 몸을 담그고 있을 때보다 행복한 순간이 또 있을까?     


  5. 리듬 독서

  사람의 심장이 뛰는 데에는 높낮이가 있다. 바이오리듬 또한 높은 곳이 있으면 낮은 곳이 있다. 주식이나 환율 등도 높은 곳과 낮은 곳이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높고 낮음. 바로 리듬이 있다는 점이다. 독서 또한 마찬가지다.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서 같은 곳에서 일하고, 같은 곳에서 잠을 잔다고 하더라도 어떤 주기든 리듬은 존재한다. 책 읽기도 마찬가지다. 당신의 책 읽기에 리듬을 부여해야 한다. 요일도 좋고 시간도 좋다. 높은 곳이 있으면 낮은 곳이 있도록 하는 것, 많은 것이 있으면 적은 것이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 바로 리듬이다.

    나는 책 읽기에도 리듬 독서를 도입해 보았다. 월요일과 금요일에는 가장 짧은 독서를, 화~목요일에는 보통의 독서를, 토/일요일에는 가장 왕성한 독서를 하는 거다. 그렇게 한 주일을 정리해 보면 '월-화-수-목-금-토-일'이 '약-중-중-중-약-강-강'과 같은 리듬이 생겨난다. 시간 또한 마찬가지다. 나의 일반적인 하루 일과 중 책 읽는 시간을 정리해 보면, 평일에는 새벽 - 아침 - 점심 - 저녁의 4부분으로 나뉜다. 새벽 4시 또는 5시 비교적 맑은 정신에 혼자만의 시간인 새벽에는 가장 집중해서 읽고, 출근 시간에 전철 안에 서라든가 업무 시작 전 사무실에서 읽을 때는 비교적 약한 리듬이 된다. 이들 리듬을 정리해 보면 '강-약-중-약'이 된다.

  이렇게 나름의 리듬을 설정하고 책을 읽게 되면 그 정도에 따라서 좀 더 쉽게 책을 읽을 수 있다.     

  어떤 방법이든 실행해 보도록 하자. 기왕이면 다섯 가지 방법 모두 써볼 것을 추천한다.

 



 

  슬럼프가 오는 것을 막을 방법은 없다. 즉, 슬럼프는 비껴가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좋은 방법을 벤치마킹해서 자신만의 방법으로 만들어내는 것. 이것은 책뿐만이 아니다. 지금까지 해오던 것을 포기하지 않고 슬기롭게 극복하는 방법을 찾는 것. 그것이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진정한 노하우인 것이다.

  슬럼프는 누구나 겪을 수밖에 없다. 명심해야 할 것은 슬럼프에 빠지지 않는 방법은 결코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다만 슬럼프라고 여겨지는 순간을 어떻게 슬기롭게 대처하는지를 고민할 뿐이다. 책을 읽고 싶지 않을 때라고 한다면 읽지 마라. 다만 지금까지 애써 읽어 왔던 책들과 그 책을 읽기 전에 스스로 마음먹었던 결심을 한 번 생각해 보라. 자신의 꿈이 여전히 유효한지, 아직도 열정이 남아있는지를 마음속으로 되짚어 보자.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당신은 지금 겪고 있는 슬럼프 따위는 전혀 고민할 게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99도까지 열심히 온도를 올려놓아도 마지막 1도를 넘기지 못하면 영원히 물은 끓지 않는다고 한다물을 끓이는 건 마지막 1포기하고 싶은 바로 그 1분을 참아내는 것이다."     - 피겨퀸 김연아     


  지금 끓이고 있는 물이 80도인지, 99도인지는 알 수 없다. 부글부글 거품이 오르는 게 눈에 보이는 순간, 그때가 바로 비로소 100도에 이른 것이다. 책이 안 읽히는가? 지금은 잠시 쉬는 중이다. 다만 잠시 후 더 빠르게 달려갈 그 순간을 위해서 충분히 기다리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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