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독서천재 정태유 Mar 23. 2020

오늘이 내 생애 최고의 날이다.

오늘 행복하지 않다면 내일도 결코 행복할 수 없다.

  '현재를 즐기면서 미래를 계획하고 과거에 집착하지 않으면 행복해질 수 있다.'
  - 셀리그먼


  '당신이 생각하는 행복의 기준은 무엇입니까?'     


  막상 이 질문을 받게 된다면 대부분 사람은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 건강, 돈, 사랑, 가족, 성취감' 등.

  사실 그렇다. 앞에서 말한 기준 하나만이 아니고 우선순위의 차이일 뿐. 이 모든 것들을 누구나 다 바라는 행복의 기준일 것이다. 2019년 세계 행복 보고서에 따르면 가장 행복한 나라 1위는 핀란드이고, 2위는 덴마크, 3위는 노르웨이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상위권 국가들은 북유럽 국가이고 대한민국은 54위, 일본은 58위, 중국은 93위라고 한다. 이를 결정하는 요소들로는 기대수명이라든가 1인당 국민소득, 사회적 자유, 부패지수 등 매우 다양하다. 각각의 사람들이 느끼는 행복에 대한 기준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중요한 것은 최상위를 차지하고 있는 북유럽 국가들의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것은 최근 이들 국가에서 유행하는 '휘게(Hygge) 라이프'가 관련이 있다는 점이다. '휘게'란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또는 혼자서 보내는 소박하고 여유로운 시간, 일상 속의 소소한 즐거움이나 안락한 환경에서 오는 행복을 뜻하는 단어다.

  나는 행복의 기준을, 무엇보다도 나 자신과 나와 함께 하는 사람들과 건강한 웃음 속에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생존 독서'를 시작하게 된 계기 중에 가장 큰 목적은 바로 이 '가족과의 행복'에 있었다. '행복'이라는 것이 책에서 찾기는 쉽지 않았지만, 나는 실제로 수많은 책을 읽게 되면서 '책을 읽고 있는 나 자신'에게서 발견할 수 있었다.     


   대학교 2학년 때 휴학을 하고 군복무를 하던 때였다. 내 어머니께서 대장암 수술을 마치고 방사선 치료도 받았지만, 암세포가 몸 곳곳으로 전이되어 끝내 암을 이기지 못하고 이듬해 돌아가셨다. 어머니께서는 돌아가시는 마지막 순간에도 막내아들인 나를 찾으셨으며 급히 휴가를 얻어 병원을 찾은 내 손을 잡고서 짧게 두 문장을 건네고 눈을 감으셨다.

   “너는 건강해야 한다. 이 엄마처럼 병들지 말고 꼭 건강하게 살아라.”

   “철들어라. 이제 너는 성인이다. 네 삶을 살아야 한다.”

   이 순간의 모습은 벌써 이 십 년도 훨씬 전의 일이었지만 방금 눈앞에서 본 것처럼 생생하다. 이미 나 자신이 돌아가실 당시 어머니의 나이를 지나고 있는 지금에도 그렇다. 돌아가신 순간에 유언처럼 남기신 그 두 마디의 말씀은 아마 내 평생에 있어 절대로 잊지 못하는 내 삶의 좌우명이자 삶의 철학이 되었다. 아마도 내가 눈감는 순간에 내 아이들에게 전할 말이 될 수도 있겠다.

   어머님이 건강하셨을 때, 만약 다시 그때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수도 없이 생각해 보았다. 아마도 이 질문에 대한 완벽한 해답은 결코 얻을 수 없을 것이다. 다만 정답(正答)에 가장 가까운 차 답(次答)이 있다면 나는 '최대한 후회하지 않는 삶'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절대 후회하지 않는 삶이란 있을 수 없다. 다만 후회가 적은 삶을 살고자 노력하는 자세, 그것이 행복한 오늘을 사는 방법이다.

  내가 어릴 적부터 어머니로부터 어릴 적에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었던 말이 있다. 어머니는 내가 태어나던 해의 한여름(난 7월생이다)에 요구르트 한 병도 마음껏 사 드시지 못했다고 말씀하셨다. 만삭의 몸에 온몸이 타들어 가는 무더위에도 단돈 100원도 안 되는 그 돈이 아까워서 집까지 와서야 수돗물로 갈증을 식혔다는 것이다. 자식을 향한 당신의 끝없는 사랑이 느껴지면서도 한편으로는 내 삶에 있어서 끝없는 죄책감이 드는 말이기도 하다. 나는 그렇게 평생을 고생만 하시면서 사셨던 어머니지만 오히려 마음속으로 그런 어머니를 원망하는 게 한 가지가 있다.


  '단 하루라도 어머니 자신을 위한 삶을 사셨으면….'


  그리고 어머니가 돌아가신 그 날부터 나는 결단코 어머니처럼 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미래를 위한 저축(그것이 돈이든 무엇이든지 간에)은 당연히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이 오늘의 작은 행복을 희생해 가면서까지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절실히 느꼈기 때문이다. 내게는 이미 돌아가신 어머니께 아주 작은 효도라도 해 드릴 방법이 남아있지 않았다. 




  지금으로부터 약 7년 전인 2010년. '생존 독서'를 시작하고 얼마 안 지나서 '가수 요조'가 나오는 '청춘 페스티벌'이라는 동영상을 보게 되었다. 이 강연에서 요조는 사고로 동생을 잃었던 내용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한다.

  저는 이제 30대가 되었어요지난 20대를 돌아보면 가장 후회되는 것이 왜 좀 더 무모하지 못했을까?’ 그게 제일 많이 후회돼요그래서 20대 젊은 친구들에게 가장 해주고 싶은 말은.

  몸 사리지 마세요.” , “저금도 너무 많이 하지 마세요.”

   정말 충격을 받았던 게 20대는 돈의 80%를 저금해야 한 대요그래야 늙어서 편하게 산대요첫째늙어서까지 우리가 산다는 보장이 어디 있으며 둘째늙어서 잘 살려고 오늘 먹고 싶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왜 참아야 하죠물론 돈을 모으는 건 중요한 일이에요그래야 목돈이 모이고나이 들었을 땐 편안한 삶을 영유할 수 있죠근데 우리가 언제 죽을지는 사실 아무도 몰라요저금만 하다가 오늘을 너무 고되게 살지 말고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오늘 드시고요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오늘 가세요왜냐하면우리는 언제 죽을지 몰라요제가 자꾸 죽음죽음 얘기해서 죄송한데요. 3년 전에 제 동생이 교통사고로 죽었어요청량리역에서 지하철 공사를 하던 포클레인에 깔려서 즉사했습니다그 날 아침 언니 운동화 좀 신고 나갈게.”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근데 죽었어요그런 일을 겪고 나니까 내가 왜 이렇게 고생하면서 돈을 모아야 하고 올지 안 올지 확실하지도 않은 미래를 확신하면서 오늘을 고생고생 살아야 하나 싶어요저는 제 생각이 맞다고 생각해요여러분내일은 안 올 수도 있어요. (중략)

   여러분 진짜 저금 많이 하지 마세요먹고 싶은 거 먹어야 해요남이 한다고안정적이라고 공무원 시험 준비하고대기업 입사에 목매고 그러지 마세요.

  오늘이 제일 중요하고 제일 소중한 날이에요내일보다 더."     


  이 동영상을 보고 느낀 것은 바로 내 어머니의 죽음 뒤에 느꼈던 바로 그 느낌이었다.

  '아주 작은 행복이라도 좋다. 오늘 행복하라.'

  이후로 나는 틈만 날 때마다 이 동영상을 보면서 '행복의 정의'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마찬가지로 매일 하루를 마감하고 잠이 드는 순간에 거울 속 나 자신을 보면서 '오늘 너는 얼마나 행복했니?'라고 물어본다.

  많은 부모는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가리켜 '놀아준다.'라고 말한다. 그 말뜻은 부모로서 자기 자신은 조금도 행복하지 않은데 자녀들을 위해 희생한다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지난 주말에 아이들과 놀아주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 몰라.'

  '주중에는 직장에서 상사와 부하직원에게 시달리는데, 주말마저도 아내와 아이들에게 시달리네. 도대체 왜 나만을 위한 시간은 없는 걸까?'

  나는 이런 표현조차도 매우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 동안 나부터 즐거워야 한다. 아이들만 즐거운 것이 아니라 그들과 함께 하는 나 자신도 함께 행복해야 한다. 그렇게 함께 하는 시간을 즐기는 것, 그것이 곧 진정한 행복이다. 그 순간은 언제 다시 올 수 있을지 모른다. 그렇게 아이들은 금세 성장하고 나 또한 금세 나이를 먹어갈 것이기 때문이다. 일방적으로 누군가의 행복을 위해서 희생하는 것, 그것은 진정한 의미의 행복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부모님을 위해서 식사자리를 마련하는 자식들을 가리켜 '효도'한다고 표현한다. 만약 그들이 부모님과 함께 하는 식사시간을 진정으로 즐기고 있다면, 그렇게 모두가 행복함을 느끼고 있다면 그것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행복이다.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은 그 자체만으로 행복의 시간인 것이다.




  꾸뻬 씨의 행복 여행을 보면 다섯 가지의 행복이 나온다.

  행복에는 여러 가지가 있어말하자면 행복의 종류 같은 것이지다섯 종류로 분류해 볼게.

  먼저 두 종류는 흥분한 상태의 행복이고다른 두 종류는 평화로운 행복이야.

  흥분한 상태의 행복은 기쁜 일이 일어나는 것파티를 여는 것여행을 떠나는 것 등이지.

  흥분한 상태의 행복에 속하는 또 다른 것은이건 직업과 관련된 것일 수도 있지만운동이나 정원 가꾸기좋아하는 사람의 경우 복잡한 계산에 몰두하는 일일 수도 있어.

  다음에는 두 종류의 평화로운 행복이 있어간단히 말하면 삶에 대해 만족을 느끼는 거야그리고 그 만족감이 지속하기를 바라는 것이지비교하는 것주위의 아는 사람들이나 아니면 자신의 지난 과거와 비교함으로써 자신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또는 전혀 비교하지 않음으로써 행복을 발견하는 것도 여기에 속하지.

  또 다른 행복은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든지 받아들이고마음의 평온함을 유지하는 것이야미래에 맞이하게 될 자신의 죽음까지도 포함해서.

  마지막 다섯 번째 행복은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는 행복이야우정사랑나눔다른 사람들의 행복과 불행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 등을 통해 자신이 다른 사람들에게 쓸모가 있다고 느끼며 이것은 우리를 평화롭게 만들어 주지그리고 우리가 다른 이들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을 세상으로부터 인정받기를 기대하지 않으면서도우리 스스로 느낄 수 있어이것은 근원적인 행복으로 우리를 데려다주지."

     

  이 다섯 번째 행복이 내가 지금까지 찾아 헤매던, 나를 위한 행복을 말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사실 행복은 어떤 조건이 주어졌을 때 충족되는 것이 아니라, 지금 현재 마음의 상태일 뿐이다. 내가 무언가를 갖게 되거나, 누구를 만나야만, 또는 어디를 가야만 느껴지는 것이 아니다. 행복은 지금 이 순간, 내가 조용히 눈을 감고 지금의 내게 주어진 아주 작은 것이라고 기뻐하고 감사하는 것, 그것이 곧 행복이다.     

  에이브러햄 링컨은 '사람들은 자신이 행복해지겠다고 결심한 딱 그 수준만큼만 행복해진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단 한 번뿐인 삶에서 누구보다 행복해지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누구나 다 행복을 바라면서도 지금 자신이 누리고 있는 삶의 행복이 누군가가 바라는 행복인 것을 모르고 살아간다. 당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는 오늘 행복을 느껴야 한다. 내일의 더 큰 행복을 위해서 오늘 불행을 참으라는 것은 결코 진정한 의미의 행복이 아니다. 오늘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이 내일도 행복할 수 있다.     

  

----------------------------
-  유튜브 : 청춘페스티벌 (가수 요조 편)
               오늘 마실 아메리카노를 내일로 미루지 말자.
https://youtu.be/jBxZ7RC8Ouw               

- 2019년 UN 발표 국가별 행복지수
https://koreastory1.tistory.com/429

작가의 이전글 책을 읽고 싶지 않을 때 읽는 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