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보이지 않는 꼬리표

권고사직, 왜 하필 나일까?

by 이세상

나에게는 보이지 않는 꼬리표가 하나 더 생겼다.

남들에게 숨기고 싶은 건 모두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그게 보이지 않는 꼬리표이지 않을까 싶다.


올해는 수도권 살이 시작한지 딱 10년이 된 해이다. 그동안 열심히 돈을 모았고 그 돈으로 크진 않지만

은행에 좀 빌려 작은 전셋집을 구했으며 30대가 넘아서야 처음으로 부모님과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바로 여행 직후 였다.

그 다음날 나는 하루만에 권고사직이 되었다. 꿈인가 싶었지만 다음날 눈뜨니 갈 곳이 사라졌다.

당연하다고 여기던 생활이 정말 단 하루만에 당연하지않게 되었다.


동료들과 가족은 “이렇게 된거 쉬면서 차근 차근 해보자”라고 메신저 또는 전화로 애써 위로를 해준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나는 나를 잘안다고 생각했다. 지금 쉬면 또 쉬고 싶고 적응되면 도태될까봐 두려워 할꺼

같다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평소 자신감 넘치고 하루를 즐기던 나의 모습이 아닌, 부정적이고 스스로를 불쌍한 사람처럼 여기는 내가 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친구들과 지인들에게는 나의 일상을 숨기기 위해, ‘보이지 않는 꼬리표’를 최대한 감추려 애썼다. 연락을 줄였고, 관계를 더 만들어 나가려 하지 않았다.



아침 7시, 옷을 갈아입고 헬스장으로 몸을 옮겼다. 도착하자마자 힘도 없고, 기운도 없었다.

그 아침 헬스장을 부지런히 빠져나가는 사람들을 제외하고 남은 사람들은, 왠지 나와 처지가 비슷해 보였다.

새로운 도전을 하는 사람들보다는, 실패했거나, 짤렸거나, 직업이 없을 것 같은 나쁜 생각들만 머릿속에 가득 찼다.

덤벨? 바벨? 들 힘조차 없었다. 런닝머신에 몸을 실어 걷기 시작했다.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걸으면서도 어제의 내가 믿기지 않으면서, <스케줄러로 하루 일정을 짜볼까?> 아니면 <이 상황을 그림으로 그려볼까?> 하는 생각이 스쳐갔다.


"우울할 땐 뛰고, 슬플 땐 걷고, 괴로울 땐 써라."라는 SNS 자기계발 컨텐츠에서 봤던 것 중 하나 인듯한데,

지금의 내 상황에 어울리는 말 같고, 공감이 되기도 했다.


헬스장을 빠져나와, 가방에 노트북, 스케줄러, 필기구를 챙겨 '보이지않는 꼬리표' 위에 나의 이야기를

끄적이고자 스타벅스로 발을 옮겼다.


그렇게 나의 권고사직 다음날의 하루 또는 백수 시작의 하루였다.




[이세상 생각]

지금 나처럼 실패라고 느껴지는 순간이라면, 자의든 타의든 퇴사를 하게 되었다면, 이 순간이 무너질 것 같다면,

"다른 생각은 하지 말고 아침 일찍 동네든 공원이든 나가서 걷고, 헬스장에서 런닝머신을 걸어보는 것"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