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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성훈 Mar 05. 2023

여정의 목표는 자기 자신이다

"문송하다."는 말을 몰랐다. 취업이 어려운 문과생들이 자조하는 말이라고 했다. 다행히도 나는 취업에 그다지 애로를 겪지않던 세대였던데다 공대생이었다.

역사적으로 이공계 출신은 세상을 이롭게 혹은 발전시키는데 두드러진 활약을 보였다. 그런데 혼자 이뤄냈던 경우는 드물고 그 변화가 항상 긍정적이지만도 않았다.

반면 문과 출신들이 일으킨 세상의 변화는 혁명적이었으며 혼자서도 누군가 혹은 여러 사람의 삶을 통채 바꿔놓는 경우를 흔히 보게 된다.


"문약하다."는 말은 우리나라의 문과출신, 특히 문인에게 적합할 것 같다.

작금의 세상을 쪼개는 뇌성벽력도 들리지 않을 뿐더러 누군가의 영혼까지 뒤흔들어 놓는 문장도 기대하기 어렵다.

신변잡기, 어디서나 비슷한 맛인 알록달록한 마카롱 같은 소설과 에세이, 허황된 경마 예상지나 다름없는 자기계발서가 인기를 끌고 범람한다.


안다. 문인들만의 탓이 아님을, 아쉽다는 말이고 힘과 통찰력이 느껴지는 글을 만나고 싶다는 간절함의 발로다.

치렁대는 장신구 문장의 나열 말고 폐부를 쑤시는 통증을 느끼고 싶고 그 구멍으로 드나드는 상쾌한 바람이 그립다.

그들이 어떻게든 다퉈서 미디어에 얼굴을 내밀어야 하고, 내키지 않는 강연과 마켓팅에 내몰리지 않는 시절이 왔으면 좋겠다는 말이다.


나이듦이 기꺼울 때가 있다. 이해의 폭이 한치 정도는 넓어지고 사유가 손톱만큼은 높아진 것 같을 때다.  

그래도 여전히 불평은 많고 비판은 거칠다. 불평할수록 지금의 상태를 잘 버틴다. 비판은 다듬어지지 않을 수록 정직하다. 다만 애써 삭히느라 가스가 차거나 불필요한 감정을 동반하는 일이 드물어진 것에 위안을 삼는다.


ㆍㆍㆍㆍㆍㆍ


[ 워싱턴 D.C.의 외무부 연수원에서 동아시아나 서남아시아로 발령받은 외무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던 도중에, 나는 한 가지 흥미로운 경험을 한 적이 있다. 한번은 내가 담당한 조에 아주 똑똑한 흑인이 한 사람 있었는데, 그는 이제 막 오스트리아 빈에서의 근무를 마치고 인도로 발령을 받은 참이었다.


 그가 속한 조에서는 매번 나를 워터게이트 호텔에 있는 아주 훌륭한 레스토랑으로 초대해 점심을 대접했는데, 하루는 그들이 바로 이 사람에게 나를 거기까지 차로 모시고 오라고 한 모양이었다.


 그는 아주 훌륭한 스포츠카를 타고 있었고, 매우 남자다운 사람이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그는 맨 먼저 내게 흑인으로 산다는 것에 관해, 그리고 자기에게 불리한 것들에 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그래, 이 친구한테 본때를 보여 줘야겠군. 이런 불평을 듣는 것도 이제는 이골이 났으니까.'

그래서 나는 이렇게 말했다. “제가 아는 다른 사람들이 즐겨 쓰는 표현을 빌리자면, 당신은 이미 출세한 사람입니다. 당신은 잘 나가고 있습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기에게 불리한 어떤 것을 갖고 있게 마련입니다.

어떤 사람은 매력이 없고, 그로 인해 자기가 불리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사람은 카톨릭 국가에서 개신교 신자로 살아갑니다.

어떤 사람은 개신교 국가에서 카톨릭 신자로 살아가죠. 당신이 오로지 흑인이라는 사실만 갖고서 당신의 삶에 있어서 부정적인 것들을 계속 들먹이며 비난한다면, 당신은 인간이 됨으로써 얻은 다른 특권들을 깡그리 부정하는 셈입니다. 그렇다면 당신은 다만 흑인에 불과할 뿐입니다. 아직 인간이 되지는 못한 셈이죠.”


바로 그때 우리의 일행이 식당으로 들어왔고, 그는 나머지 시간 내내 침묵을 지키며 앉아 있었다. 다음 달에 또다시 강연을 맡아 연수원 사무실로 갔더니, 그곳 담당자가 이렇게 말했다.

“저기요, 조. 지난번에 그 친구한테 무슨 말을 한 겁니까?” 내가 말했다. “어, 모르겠는데요. 왜요?” 그가 말했다. “아니, 그 친구가 당신 책을 모조리 사가지고 와서는, 지금 밑에 있는데 거기다 당신 서명을 모두 받고 싶다는 거예요. 그래서 내가 물어봤죠. 왜 갑자기 그러느냐고 말이에요. 그랬더니 그 친구가 그러던걸요. "캠벨 교수님이 나를 인간으로 만들어 주셨거든.”


 그것은 내게도 큰 교훈이었으며, 그렇게 남의 동정받기를 원하는 사람들에 대한 즉효약이나 마찬가지였다. 나는 그 사실이 자랑스러웠다. 다시 말해 그는 이제껏 자기만의 지옥에 빠져 있었던 것이다. 그는 자신의 한계라고 스스로 설정한 것 너머를 결코 볼 수 없었던 것이다.

여러분이 이와 비슷한 어떤 일을 할 때마다, 여러분은 그것이 올바른 일임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적어도 여러분이 그 사람에게 뭔가 뛰어넘을 것을 제공한다고 치면 말이다. 여러분이 사실 그에게 관심이 없다면, 여러분은 그냥 그에게 동의할 수도 있다. “아, 불쌍한 친구, 이해가 가네. 그건 정말 힘든 일이지.”

여정의 목표는 여러분 자신이다. 즉 여러분 자신을 찾는 것이다. … 여러분의 삶에서 장애물은 무엇이며, 여러분은 그것을 어떻게 광휘로 변모시킬 것인가? 스스로에게 이렇게 한번 물어보라. “내 길의 가장 큰 장애물은 무엇인가?”


사람이라면 누구나 반드시 노력해야 할 일은 바로 의식을 확장하는 것, 그렇게 함으로써 지식과 사랑이 보다 더 크고 더 큰 지평을 얻게 하는 것이다. 여정의 목표는 여러분 자신을 의식으로 발견하는 것이다. ]

<신화와 인생 / 조지프  캠벨 (갈라파고스)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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