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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성훈 Apr 19. 2024

라스트 캐슬 (The Last Castle /2002)

눈에 거슬리는 죄수는 사고를 가장한 살인조차 주저하지 않는 악명높은 군형무소의 절대 권력자 교도소장 윈터(제임스 갠돌피니 분)에게는 군인으로서 치명적인 컴플렉스가 있었다. 단 한번의 실전 경험도 없었다는 것. 그런 그에게 전설적인 군인이자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지닌 어윈(로버트 레드포드 분) 장군이 호송되어 온 것은 골치아픈 딜레마를 안겨주는 사건이 아닐 수 없었다.


한 나라에 왕이 둘일 수 없듯 윈터가 구축한 형무소는 하나의 제국이자 성이었으니 두 사람의 대치와 격돌은 불을 보듯 뻔한 일.

그렇잖아도 심상잖은 기류에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으니 바로 윈터가 수집한 전쟁 유품을 보면서 페레즈(스티브 버튼 분) 대위와 어윈이 나눈 대화를 윈터가 알게 된 것이다. 윈터의 컴플렉스를 자극해서 수치심과 모멸감을 느끼게 하고 어윈에게 개인적인 앙심까지 품게 만든 것이다.


• 페레즈: 장군님은요? (윈터 소장처럼 전쟁 유품을) 수집하시냐는 뜻입니다.

• 유진 어윈: 난 여행지에서 모은 동전 뿐이야. 전쟁 소장품에 흥미가 없으셨던 아버지의 영향일거야. 이런 소장품을 가진 자라면, 실전 경험이 전무하다는 뜻일거야. (윈터) 소장에게 이건 단순한 유물이지만, 참전 베테랑 군인에겐 적에게 고통을 박아준 금속일뿐이야.


정작 입었어야 했던 시기에는 입어보지 않았던 군복을 걸치고 영화에서나 봤을 총을 겨누는 대통령의 사진이 잊을만하면 신문 1면을 장식하고 전쟁사도 한번 안읽어봤으면서 전쟁 불사까지 호언하는 기이한 현상을 언제까지 봐 넘겨야 할지 모르겠다.

그들이 원하는 건 아프리카 어느 독재자의 가슴팍에 주렁주렁 달린 훈장인 것 같기도 하다. 수많은 주검의 숫자만큼은 될 수 없고 하늘을 주저앉히는 어머니의 통곡 대신 울려퍼지는 팡파레 속에서 치러지는 훈장 수여식에서 말이다.


태어나 단 한번도 서민의 고충을 겪어보지 않았으면서 선거철에만 시장 방문을 하고 물가를 걱정하는 정치인,

실패와 좌절없이 승승장구하는 인생을 살아왔으면서 한 순간의 고통으로 거듭난 양 구는 오피니언 리더,

책으로만 배운 진리와 정의를 금과옥조로 여기면서 타인의 생각과 삶을 이해하고 지배하려는 드는 지식인,

좁은 우물 안에서 바라 본 세상이 전부인양 대우받고 누리는데만 길들여져 타인의 삶에는 관심이 없는 전문가,

그들이야말로 형무소 바깥세상에서 군림하는 윈터 소장과 다를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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