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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누 Jul 14. 2023

아프리카에서 연구자로 살아가기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하루를 살아간다. 내가 매일을 살아가는 힘은 호기심이다. 무구한 역사 속에서 작은 생명체로 태어나, 내가 보고 느낄 수 있는 모든 것들을 편견 없이 받아들이고 새로운 경험을 충분히 누리며 살기를 바랐다. 갑자기 왜 아프리카로 가게 되었냐는 질문에 여러 버전의 답변을 늘어놓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내가 원래 그런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무언가를 성취하기 위해서나, 외부적인 압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아프리카로 향했던 것은 아니다. 그렇게 대단할 것도 대단하지 않을 것도 없이, 누군가의 친구로, 이웃으로 살아가기를 바랐다. 아프리카 대륙이 마주한 수많은 대상화를 떨치고, 모든 것을 직접 피부로 느끼고 싶었다.


안타깝게도 모든 과정이 마음처럼 쉽게 진행되지는 않았다. 나의 오랜 꿈을 이루기 위해, 남편과 나는 일 년도 채 지나지 않은 신혼집을 정리하고, 한국을 떠나서도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했다. 그 과정에서 나는 안정적으로 다니던 박사과정을 그만두었고, 남편은 한국에서 할 수 있는 다른 일을 포기하고 아프리카에서 파견직으로 근무할 수 있는 일을 시작했다. 계획대로 되지 않을 때마다 수없이 나에게 되물었다. 꼭 해야 하는 일일까. 그깟 호기심을 위해, 평생을 살아온 편안한 한국, 한국에서 살아가는 가족들, 소중한 일상을 포기할만한 가치가 있는 것일까.


고민에 놓일 때마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가장 의미 있다고 생각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네팔의 작은 마을에서 학교에 태양광 모듈을 설치해 주었던 기억, 국제기구에서 일하며 국가기관과 학교 관계자를 만나 나누었던 이야기들, 언젠가는 한국을 떠나 신흥국에서 살겠다는 지난 다짐. 지금이어야 하는 이유가 없는 만큼, 지금이 아니면 안 되는 이유도 없었다. 그렇게 몇 번의 고민 끝에 르완다에 정착하여 살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무작정 르완다행 비행기표를 구매했지만, 어떤 일을 하며 살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 남아있었다. 지난 대학원에서 나는 경영 데이터를 분석하여 인과관계를 설명하는 연구를 했지만, 신흥국 시장에서 개인이 정교한 데이터를 확보하여 연구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또한 수치화할 수 있는 개념으로 인과관계를 설명하여 외적 타당성을 확보하는 양적 연구방법론에도 개인적인 회의감이 들던 차였다. 숫자는 흥미로운 현상을 논리적으로 설명해 주지만, 실제 환경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개별 대상의 독특성과 맥락성을 파악하고, 문제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연구자로 내가 경험한 아프리카를 기록하기로 했다. 르완다에서 살며 보고 느낀 것, 읽었던 책과 논문, 갑작스럽게 스쳐 지나가는 생각들을 작성하며 생각을 정리할 것이다. 근대적 사고방식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실존의 모호한 성격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무의미한 세계를 마주할 용기가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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