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원과 마무리
모든 치료의 과정들은 순조로웠다. 배액관에도 피가 많이 고이지 않았고, 절개 부위의 통증도 없었다. 마취 시 기도관 삽입으로 목 안쪽이 불편했지만, 하루 이틀 정도 지나니 통증은 사라졌다. 수술 다음날 아침식사만 죽이 나왔고, 점심부터는 정상식으로 먹을 수 있었다.
월요일에 입원해서, 화요일에 수술을 받았고, 목요일 오전에 퇴원했다.
그리고 휴가와 병가가 끝났고, 회사로 복귀했다. 나의 일상은 매일 아침 호르몬제를 복용하는 것과 목 흉터를 위해 습윤밴드를 붙이는 것 말고는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서른 다섯, 나는 암환자였다. 세상에 나 혼자 있는 것 같았던 긴 터널을 지났다. 수술 당시는 소스라치게 두려웠고, 눈물 나게 무서웠으며, 절대 반복하고 싶지는 않은 순간이었다.
이제 나는 서른 다섯을 지나 서른 여섯이 되어 새 봄을 맞는다. 나는 여전히 살아있다.
모든 기억은 미화되기 마련이다. 사법시험을 합격하고 10년이 지난 지금의 나는 당시에는 매일매일이 끔찍했었던 고시 공부했던 순간들이 가끔 그립기도 하다. 어쩌면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내가 수술을 했던 그 기억들도 조금은 미화된 기억으로 남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진단부터 수술까지 모든 과정을 무사히 마쳤듯이 혹시 밤잠을 설치며 걱정하고 있을 갑상선암으로 투병 중인 어떤 이가 무사히 모든 과정을 마치기를. 내가 살아있듯 당신도 살아 낼 것이고, 내 목소리가 잘 나오듯 당신도 무사히 수술을 마칠 거라는 말을 전하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