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use of Shinsegae, 오후 3시, 일상의 시선
통영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오후 3시가 약간 못 된 시간. 출발까지 40여 분 남았다. 주위를 둘러보니 'House of Shinsegae'가 눈에 들어왔다. 그쪽 방향으로 깊숙이 들여다보니, 오르내리는 에스컬레이터에 사람들이 빽빽했다. 입구의 분위기가 시선을 끌어당겼다. 어느 사이 발걸음이 이끌려 에스컬레이터에 올라 있었다.
내려가는 계단에서 눈이 바삐 움직였다. 중앙 홀은 빈자리가 거의 보이지 않을 만큼 붐볐지만, 시끄럽거나 혼란스럽지 않았다. 테이블은 적당한 간격으로 배치되어 있고, 은은한 조명이 여유를 더했다. 좌측 식당으로 시선이 갔다. 20~30세대들이 2~3명씩 앉아 있었고, 빈 테이블은 한두 개. 점심시간이 지났는데 왜 이렇게 많을까, 시계를 보니 오후 3시 7분. 두 시간 전 러시가 끝났을 텐데, 피크 타임엔 얼마나 붐빌까. 궁금증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음식 가격이 더 궁금해졌다. 한우 채끝등심 1++(국내산) 100g 37,500원, 1등급 27,500원, 이베리코 흑돼지 목살(스페인산) 17,500원. 스페셜 메뉴 투뿔 스테이크 하이라이스 27,500원. 사람들을 살짝 훑어보니, 대부분 편안해 보였다. 오후 3시를 넘긴 여유로운 식사—나처럼 버스를 기다리는 이들일까, 아침과 점심을 합친 아점을 채운 후 점심과 저녁 사이의 점저를 앞당긴 사람들? 업무 미팅 중 조용히 협의하는 건가? 그 생각들은 물거품처럼 스러졌지만, 여운이 남았다.
발걸음을 옮기니 다른 식당들도 비슷했다. 둘러보는 동안 소비의 중심이 여성이라는 사실이 새삼 와닿았다. 여성들끼리 앉은 테이블이 가장 많았고, 그녀들의 웃음소리가 홀을 은은히 채웠다. 간혹 남녀 혼성 테이블이 보였지만, 남자들끼리는 눈에 띄지 않았다. 느린 발걸음과 달리 눈동자는 재빠르게 움직였고, 호기심이 가득 찼다. 버스 시간이 다가왔다. 사람들, 공간, 조명, 분위기, 식당—이 모든 관찰을 접을 때였다. 경부선 터미널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안내판에 시선을 고정하고, 발걸음에 속도를 더했다. 인생은, 어쩌면 이런 순간으로 채워지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