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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이 Dec 23. 2023

참 다행입니다.

평범한 일상은 기적이다


9시 10분이 넘었는데 총무팀장이 보이지 않는다. 순간적으로 무슨 일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총무팀 직원들에게 총무팀장 연락해 보라고 했다. 전화하는 직원도 있고, 건물내부를 여기저기 확인하는 사람도 있다. 전화도 받지 않고, 휴게실 등 건물 내에서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출근 시간이 9시이며, 총무팀장은 걸어서 5분 거리의 숙소에서 거주하고 있다. 1년간 함께 근무했지만, 지금까지 늦게 출근한 날이 없었다. 더구나 오늘 출근할 때 숙소 주차장에 총무팀장 차가 주차되어 있는 것을 봤다. 출근 시간이 넘었는데도 보이지 않자, 걱정이 앞섰다.


직원 중에 한 명이 총무팀장과 통화가 됐다고 말했다. 숙소에 있다는 것이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50대에 돌연사가 간혹 인터넷에 뜨기 때문에 걱정을 했던 내 마음은 안도가 됐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총무팀장이 사무실에 들어왔다. 그는 지난밤에 불면증으로 잠을 못 자다가 새벽 5시경에 잠이 들었는데, 시간 가는지 모르고 잤다고 말했다. 나는 그에게 말했다. "참 다행입니다." (우리 앞에 무사히 나타나서......) 


오늘 지금 이 시간 일어나서, 움직이고, 먹고, 일하고, 잠자는 일상이 당연한 것 같지만, 기적 같은 일이다. 매일 출근하는 직원이 있어야 할 자리에 앉아 있는 것도 당연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순간순간 기적의 삶을 살고 있다. 기적임을 인식하지 못할 뿐이다.


당연하다고 생각하면 감사할 게 없다. 그래서 '감사'반대말이 '당연'이라는 글을 봤던 기억이 난다. 지금 여기서 이렇게 글을 쓰는 것도 기적이. 총무팀장이 보이고, 직원들 모두가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앉아 하고 있는 사무실이 평화롭다. 총무팀장이 아무 일 없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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