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여성 홀로 해외여행....
아르헨티나 53세의 자유 여행자를 만났다.
을지로 3가역에서 전철을 기다리면서 의자에 잠깐 앉아 있었다. 머리가 백발인 중년의 외국인 여성이 핸드폰을 바라보면서 나에게 다가온다. 도움이 필요해서 온다는 것을 직감으로 알 수 있었다. 자신의 휴대폰을 내 쪽으로 내밀며 지하철 노선도의 '을지로입구역'을 가리키며 어떻게 가는지 묻는 듯했다. 나는 영어를 할 수 있는지 물었다. 못한다고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서 'Spanish'라고 말했다. 내 핸드폰의 번역앱을 열고 한국어에서 스페니쉬로 번역하는 설정으로 변경하고 다시 확인 질문을 했다. 나는 '을지로입구역'은 지금 있는 '을지로3가역'에서 한 정거장 가면 된다고 이야기해 줬다. 그리고, 내가 궁금한 몇 가지 질문을 했다. 그녀는 아르헨티나에서 왔고, 53세로 늙은 사람이며, 일본을 여행했고, 4일 후에 한국을 떠나 중국을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혼자 왔냐고 물었더니, 혼자라고 했다.
기다리던 전철이 플랫폼에 들어왔다. 우리는 함께 전철에 탔고, 그녀는 '을지로입구역'에서 내렸다. 그녀가 열차에서 내리고 나서 나에게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특히, 자신을 늙은 사람이고 표현했던 말이 여운을 남겼다. 일단, 머리가 백발이긴 하지만 외모에서 늙었다고 표현할 정도로 나이 들어 보이지는 않았다. 그리고, 남미의 아르헨티나에서 동북아시아의 한국과 일본과 중국을 홀로 자유여행할 수 있는 열정과 용기가 대단했다. 영어를 전혀 할 수 없는데도 홀로 자유 여행을 하고 있는 도전에 감동했다. 나는 매년 1회 이상 다른 나라의 문화나 역사 등을 탐방하는 여행을 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퇴직 후에는 더 자유롭게 여행하고 싶은 로망이 있다. 핸드폰 번역앱 하나 들고 다른 나라를 누비는 53세의 아르헨티나 여성 여행가는 나에게 큰 자신감을 심어 줬다.
작년 2월에 캄보디아에 자유여행을 갔었다. 시엠림 시내에서 자전거를 대여하여 앙코르와트 정문까지 자전거로 이동했다. 앙코로와트 진입 다리인 레인보우브리지 앞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3~4시간 정도 앙코르와트 내부를 관람하고 돌아왔다. 자전거를 타려고 보니, 앞바퀴가 펑크가 나있었다.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펑크를 수리해야 하는데 영어가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번역앱과 콩글리쉬와 몸짓 손짓을 섞어가며 간신히 소통하여 펑크를 수리하고 숙소까지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 절실하게 느꼈던 것이 영어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었다. 그 이후 바쁘게 지나가는 일상 속에서 영어에 대한 생각을 잊었다. 5개월 정도 후인 7월 말에 동아프리카의 우간다를 갔다. 우간다 사람들과 대화를 하고 싶은데 영어가 입 밖으로 나오지 않고 머릿속과 입안에서만 맴돌았다. 현지 사람들과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으니 여행 만족도에 2%가 부족했다. 우간다 여행 중 영어 말하기의 중요성을 또다시 절실히 느꼈다.
우간다에서 귀국하자마자 영어를 시작했다. 벌써 300일이 넘었다. 매일 영어를 듣고, 영어를 말하고, 영어로 쓰고 있다. 하루에 1시간 이상 한다. 이렇게 정년퇴직 때까지 6년 동안 지속하면 자전거가 펑크 나도 외국의 현지인을 만나도 주저함 없이 의사소통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영어를 지속할 수 있게 하는 힘이다. 이제는 습관이 되어서 영어를 배우는 것이 어렵거나 힘들지도 않다. 그저 일상일 뿐이다. 영어를 못해도 홀로 자유여행하는 외국인 여성을 보며 새삼 자신감이 더 생겼다. 왜냐하면 나는 지금도 조금은 영어로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꾸준히 영어를 공부하고, 연습하고, 활용할 것이다. 나의 귀와 입에 영어를 장착하면 세계의 역사, 문화와 환경을 알아가려는 나의 도전이 더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헬렌 켈러는 말했다. "삶은 하나의 모험이거나, 그렇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니다." 을지로3가역에서 만났던 아르헨티나 53세 여성의 여행은 아름다운 도전이며 모험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