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많이 먹으면 죽는다?
너무 많이 먹어서 잡힌 모기를 보면서 ....
한참을 잤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렴풋이 잠이 깼다. 일어날 시간인가 하는 생각에 시계를 봤다. 새벽 1시 45분이었다. 커피를 마신날 등 새벽 2시경까지 잠을 못 자고 뒤척인 날은 있었지만, 자다가 이 시간에 깬 적은 없었다. 누워서 이리 뒤척 저리 뒤척 하여도 잠이 잘 들지 않았다. 조용해도 잠이 올까 말까 한데 모기 날아다니는 소리가 귓가에 들린다. 아직 초여름이라고 하기에도 이른 6월 말에 모기가 집안으로 들어온 것이다. 날아다니는 소리가 힘차고 사납게 느껴졌다. 내 잠을 방해하는 데는 모기도 한 몫했다. 모기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밤은 지나 새벽이 되었다. 일어나서 모기를 찾아서 두리번거렸지만 눈에 보이지 않았다.
어제 아침에 허벅지에 붉은 반점이 몇 개 보여서 피부에 트러블이 생기려나 하고 생각했었다. 어젯밤의 모기 소리를 듣고 보니 피부 트러블이 아니라 모기가 내 피를 빨아먹기 위해 빨대를 꽃았던 자국이었던 것이다. 나는 잠이 들면 모기가 물어도 알지 못할 만큼 깊이 잔다. 어제저녁에 잠을 설치긴 했어도 피부의 붉은 점이 모기에 물려서 그렇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다행이었다.
방 안에서 운동하고 있는데 모기가 눈앞으로 날아갔다. 내 눈에서 모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운동을 멈추고 빠르게 따라갔다. 화장대 앞까지 3~4미터 쫓아갔다. 이상하게 모기의 날갯짓이 둔했다. 배가 뿔룩 튀어나와 보였다. 나는 양팔을 벌려 모기를 정조준한 상태에 빠르게 두 손바닥을 부딪쳤다. 모기는 내 손바닥 사이에서 박살이 났고, 검붉은 피가 손바닥에 묻었다. 손에 모기가 쉽게 잡힌 것은 어제저녁에 내 피를 너무 많이 먹었기 때문이다. 배가 불러서 몸이 무거우니 날갯짓을 해도 빨리 날 수 없었던 것이다. 적당히 먹었으면 빠른 날갯짓으로 도망갔을 것이다.
어젯밤에 자기 몸을 가누기 힘들 만큼 많이 먹었던 모기는 죽었다. 과식하면 모기만 수명이 짧아질까? 현생 인류는 가장 풍요로운 시대에 살고 있다는 말도 있을 만큼 먹거리가 다양하고 양도 풍부하다. 우리나라는 더욱 그렇다. 그 덕분에 청소년과 청년들의 신체도 커졌다. 반면에 비만인 사람들도 많이 늘었다. 나도 그 비만인 중에 한 명이었다. 하루 세 끼니를 잘 챙겨 먹었다. 음식을 입에 넣으면 달았다. 다디단 밥을 조절하기는 어렵다. 밥, 고기 등 반찬, 그리고 과일까지 매 끼니를 잘 챙겨 먹었다. 체중이 일시에 늘어난 것은 아니지만 조금씩 늘었다. 몸이 무거워졌다. 식사를 마치고 나면 음식물이 턱까지 차 있는듯한 느낌이 들 때도 있었다. 그리고 마스크를 쓰면 입에서 음식냄새가 역겹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즈음부터 먹는 음식량을 줄여야겠다고 마음먹었다. 1년 6개월 동안 체중을 13kg 정도 감량한 지금은 정상 몸무게가 되었다. 먹는 량을 줄이고 운동을 하여 정상체중이 되니 각종 건강수치도 정말 좋아졌다. 3년 전의 건강검진에서는 이상 수치가 나와 추가적인 정밀 검진 항목이 2개 있었다. 그 항목을 정기적으로 추적 관찰하였고, 며칠 전에야 더 이상 병원에 오지 않아도 된다는 의사의 이야기를 들었다. 작년에 건강검진 때에는 추가 검진항목 없이 모든 항목에서 정상 수치였다.
몸이 무거워지고, 음식물이 턱까지 차오른 느낌, 내 입에서 느껴지는 역겨운 음식냄새가 보내는 신호를 알아차리고, 먹는 량을 줄여서 오늘도 상쾌한 토요일 오후를 보내고 있다. 위험 신호를 무시하고 계속 과하게 먹었다면, 지금 어떤 모습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젯밤에 너무 많은 피를 먹어서 무거운 몸 때문에 느려진 날갯짓으로 오늘 아침에 내 손바닥 안에서 죽었던 모기가 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어젯밤에 잠을 설쳐서 피로하고, 잠을 설치게 했던 모기도 없다. 오늘밤은 잠을 잘 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