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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교회, 뿌리 깊은 신앙과 그 증인들

인천 중구 내리(內理)에 있는 교회, 내리교회

by 꿈꾸는 철이

오늘은 인천의 내리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기로 마음먹었다. 인천에 사는 나로서는 물리적 거리뿐 아니라 심리적 안정감이 컸다. 서울로 가는 것보다 교통이 편리하고 시간도 적게 들기 때문이다. 8시 50분 예배를 목표로 집을 나섰는데, 예상보다 30분 일찍 도착했다.

예배당으로 직행하기보다는 주변을 둘러보고 싶어졌다. 내리교회 인근은 평범한 주택가와 달리 이국적인 매력을 풍겼다. 오래된 듯한 건물들이 눈에 띄었고, 담쟁이넝쿨이 감싼 운치 있는 집들이 분위기를 더했다. 그러다 내동성공회 성당이 보였다. 그 순간, 다음 주에는 이곳에서 예배를 드려야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성공회 성당의 고풍스러운 자태가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예배 시간에 맞추기 위해 언덕길을 내려오니 아펜젤러 선교센터가 나타났다. 그 앞에 제물포 웨슬리 예배당이라는 붉은 벽돌 건물이 서 있었다. 아담하고 아름다운 이 건물은 내리교회 예배당을 마주 보며, '제물포 웨슬리 예배당 복원을 위한 공동기도문'이 건물에 부착되어 있었다. 그 기도문을 읽어보았다.

"교회의 머리가 되시는 주님, 한국 최초의 교회 내리의 성도가 되게 해 주심을 감사합니다. 우리의 신앙이 주님 오시는 그날, 자손만대까지 이어지기를 원합니다. 그러기 위해 우리 믿음의 뿌리를 잊지 않고자 웨슬리 예배당을 복원케 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주님, 이 예배당은 우리의 믿음과 정성과 희생 위에 세워지길 원합니다. 무시로 기도하게 하시고 자원하는 마음으로 시간과 물질을 기꺼이 드리게 하옵소서. 온 교우들이 바치는 붉은 벽돌이 모아져, 다름 아닌 우리의 마음과 몸이 주님의 몸 된 교회를 세우게 하옵소서. 그리하여 웨슬리 예배당은 우리의 눈물과 땀과 피 위에 세워지는 하늘성전이 되게 하옵소서. 주님, 새 예배당은 조원시(아펜젤러)를 비롯한 초대 목사님들이 외쳤던 진리와 생명의 복음만이 메아리치는 말씀의 전당이 되게 하옵소서.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드렸던 기도와 찬송이 끝없이 울려 퍼지게 하옵소서. 민족의 아픔을 치유하며 지치고 상한 영혼들을 품어주는 어머니 교회, 영혼의 고향이 되게 하옵소서. 내리의 후예들이 자랑스러운 선조들을 기억하며 한국과 세계의 밝은 내일을 열어가는 민족의 성지가 되게 하옵소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하옵나이다. 아멘"

최근 그리스도인 수가 줄어들고 있다는 소식을 자주 접한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이후 그 감소세가 더 두드러지는데, 이 기도문처럼 내리교회 교우들의 염원이 내 마음에도 공명했다. 나 역시 이곳에서 신앙의 뿌리가 만대까지 이어지기를 기도하며, 교회 공동체의 회복을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

계단을 내려와 예배당으로 향했다. 몇 년 전 이곳 예배당에서 하는 행사에 참석한 적이 있어 길을 물을 필요 없이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예배 시작 10분 전으로 안내자들이 밝은 미소로 맞아주었다. 뒤쪽 자리에 앉아 먼저 기도를 드렸다. 기도를 마치고 예배당을 둘러보니 높은 천장과 넓은 공간, 수많은 좌석, 그리고 전면의 파이프 오르간이 엄숙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한국 최초의 감리교회로서의 위엄이 느껴졌다. 이른 아침 예배라 참여자가 많지 않았지만, 그 덕에 더 깊은 몰입이 가능했다.

파이프 오르간의 전주가 울리며 예배가 시작되었다. 입례송, 교회 소식, 찬양, 성시 교독, 신앙 고백, 성만찬, 봉헌 및 봉헌송, 말씀 선포, 결단의 기도, 파송의 찬송, 축도, 그리고 오르간 후주로 예배가 마무리되었다. 파이프 오르간 연주는 다른 교회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특별함으로, 예배의 거룩함을 더했다. 성만찬 때는 교인들이 앞으로 나아가 전병과 포도주를 받았지만, 나는 방문객으로서 조용히 지켜보았다. 김홍규 담임목사님의 설교 주제는 '낙심 천만할 때의 감사'였다. 낙심 속에서도 감사하는 마음이 신앙의 힘이라는 메시지가 가슴에 와닿았고, 일상에서 실천해 볼 만한 통찰을 주었다.

예배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좌측에 세 분의 흉상이 눈에 들어왔다. 한 여성분이 흉상을 둘러보고 있었는데, 나처럼 방문한 듯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내리교회를 세운 선교사 두 분과 최초의 한국인 목사님 흉상이었다. 아펜젤러 선교사, 김기범 목사, 존스 선교사였다. 먼 이국땅에서 복음을 전한 그들의 헌신에 존경심이 솟아올랐다. 그 씨앗이 자라 한국 교회가 되었고, 교육의 기반이 된 점을 떠올리니 감회가 새로웠다.


P.S. 내리교회는 1885년 아펜젤러 선교사에 의해 시작된 한국 최초의 개신교 교회 중 하나로, 신자들에게 '한국의 어머니 교회'로 불린다. 1892년 존스 선교사 부부가 설립한 영화학교는 한국 최초의 초등학교로 꼽힌다. 개항기부터 선교와 교육을 병행하며, 개화기 한국에 신문물을 소개하는 데 기여했다. 현재 예배당은 1958년에 완성되었고, 아펜젤러 비전센터는 2011년, 제물포 웨슬리 예배당은 2013년에 건축되었다.


(2024.07.07. 주일. 인천 내리교회 예배 후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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