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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제일교회, 역사의 숨결과 신앙의 울림

신앙과 역사와 사람이 공존하는 교회

by 꿈꾸는 철이

정동제일교회와 아펜젤러

주일 아침 9시 15분에 시작하는 정동제일교회의 예배를 드린 후 역사관을 둘러보았다. 지금은 역사관 앞 휴게실에서 키보드를 두드리며, 그 감동을 기록하고 있다. 정동제일교회는 1885년 미국 감리교 선교사 헨리 아펜젤러에 의해 세워진 한국 기독교의 요람이다.

1883년 4월 5일 부활절 아침, 제물포에 도착한 아펜젤러는 이렇게 기도했다: “그날 사망의 권세를 이기신 주께서 이 백성을 얽어맨 결박을 끊으사 하나님의 자녀로서의 자유와 빛을 주시옵소서.” 그는 17년간 조선 선교에 헌신하며 정동제일교회, 배재학당, 한글 성서 번역이라는 소중한 유산을 남겼다.


3.1 운동과 정동제일교회의 민족정신

정동제일교회는 3.1 운동의 중심에 있었다. 교인들은 신앙과 민족정신을 품고 독립운동에 적극 참여했다. 3.1 독립선언서 서명자 33인 중 이필주 목사와 박동환 전도사가 이 교회 출신이며, 특히 이필주 목사는 비밀회의를 주도하며 핵심 역할을 했다.

유관순 열사도 3년간 이곳 예배에 참석하며 신앙과 민족의식을 키웠다. 그녀는 3.1 운동에 뛰어들었고, 서대문형무소에서 고문 끝에 순국했다. 1920년 10월 14일, 그녀의 장례는 일제의 감시 속에서 이곳 정동제일교회에서 치러졌다.


예배, 경이와 평온의 시간

예배는 전주와 입례, 부름과 기원, 경배찬송, 교독문, 신앙고백, 송영, 공중기도, 주기도문, 찬송, 성도의 교제, 성경봉독, 찬양, 설교, 공동체기도, 결단찬송, 봉헌과 축도로 진행되었다. 각 순서가 정성스럽게 준비되어 깊은 몰입을 이끌었다. 찬양대가 부르는 찬송의 맑은 울림은 가슴을 숙연하게 했고, 햇살이 스며든 예배당의 따뜻한 공기가 마음을 감쌌다. 천영태 목사의 설교, “나라가 임하시오며, 제자로 삼고”는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로 사는 삶과 직분의 권위에 대해 묻는 메시지였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맡긴 일을 감당한 만큼 권위를 주신다”는 말씀은 나를 돌아보게 했다.

예배 후, 모두가 떠난 예배당에 홀로 앉아 기도했다. 텅 빈 공간에서 파이프 오르간의 은은한 반향과 양쪽 대형 스크린의 잔잔한 빛이 눈에 들어왔다. 높은 천장과 소박한 단상, 찬양대 좌석은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품위 있는 분위기를 자아냈다. 예배당의 나무 향과 고요함이 마음을 정리해주었고, 이 순간을 오래 간직하고 싶어 사진을 찍었다.


역사관과 교회 외관, 역사의 숨결

예배를 마치고 역사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역사관에는 아펜젤러의 성서 번역 원고와 유관순 열사의 흔적이 담긴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이어 교회 외관을 둘러보았다. 벧엘예배당과 잰센기념관의 붉은 벽돌은 개화기 선교의 열정을 떠올리게 했고, 모던하면서도 심플한 내부는 남녀노소 누구나 편안히 머물 수 있는 공간으로 다가왔다. 건물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과 선선한 바람의 속삭임은 마치 아펜젤러와 이필주 목사의 기도가 살아 숨 쉬는 듯했다.


다시 찾고 싶은 곳

정동제일교회에서의 예배와 역사관 방문은 경이와 평온이 공존하는 시간이었다. 아펜젤러, 이필주 목사, 유관순 열사가 걸었던 그 자리에서 예배드리고 숨 쉬는 순간, 가슴 깊은 곳에서 감격이 솟아올랐다. 서울에서 예배를 드려야 한다면, 다시 이곳을 찾고 싶다. 이곳은 단순한 교회가 아니라, 한국 기독교와 민족의 역사가 살아 있는 성지다.



(2024. 7. 28. 09:15분 정동제일교회에서 예배를 드린 후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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