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동순 Feb 24. 2023

네 고통은 나뭇잎 하나 푸르게 하지 못한다

[수줍은 표지 산책]

참 멋진 제목이나

멋지게 보이긴

참 힘든 제목이다


우선 제목의 길이가 너무 길다

이런 긴 문장은 어디에 어떻게 배치해도

자세 나오기힘들다

제목계의 문제아이면서

레이아웃계의 아웃감이다


그래서인지

디자이너의 갖은 노력이 엿보인다

길고 긴 제목과 지은이 출판사 로고를

우측에 정렬했다

거기에 제목은 가로로 눕혀

세로로 주욱 늘어뜨렸다

이미지적인 리듬감을 주기 위해

배치도 폰트크기도 다르게 주었다


그 위에는 검정 박스를 치고

지은이 이름을 가두었고

맨 아래에는 출판사 로고를 배치했다

제목, 지은이, 출판사 로고 각각 따로 논다

거기에 폰트크기 또한 고만고만하다

눈에 확 띄기 힘들다


제목만으론 임팩트를 주기는

힘들다고 판단했나 보다

쪽에는 시인의

모노톤 사진이 큼지막하게 배치되어 있다

이 사진은 작가도 자신인지 알아보기 힘들어 뵌다

오히려 책제목이 '이상시선집'이었음 더 어울렸을 수도 있겠다

요즘 작가인데도 모던보이 내음이 물씬 풍긴다

거기에 멋을 더 보태고 싶어서인지

읽히지도 않는 문장들을 이미지 사이사이에 수놓았다

뭐랄까 출판 당시의 북디자인 트렌드를

잘 반영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짙게 느껴진다


개정판에서는

'이성복 아포리즘'도드라지게

'책제목'은 상대적으로 작게 레이아웃했다

전체적으로 한 가지 폰트를 쓰고

세로쓰기로 통일하였다

이미지도 과감히 없애

전보다 꽤 심플해졌다


이성복의 고통은 비록 나뭇잎 한 장 푸르게 하지는 못했을지라도

디자이너의 얼굴만큼은 시뻘겋게 물들였을 가능성이 높다



작가의 이전글 운명은 쾅쾅쾅 문을 두드린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