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보야 Feb 01. 2019

여행의 의미가 시작되는 순간

하와이로 신혼여행을 떠난 이유

"우리 신혼여행 하와이로 가자"


남편이 말했다. 아니 그 당시 남자친구였던 지금의 남편이 말했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무슨 낭만 없이 신혼여행을 하와이로 가?'

내가 생각해둔 신혼여행지는 몇 년 전 한창 유행했던 칸쿤, 스위스, 몰디브 등 무언가 신비롭고 낭만적인 그런 여행지들이었다. 그런데 하와이라니. 처음엔 바로 딱 잘라 안된다고 얘기했다. 나는 하와이가 싫다고. 사실 하와이에 대해 아는 것도 없으면서 그냥 막연히 옛날 시골 휴양지 뭐 그런 곳이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왠걸. 나는 며칠 전 하와이로 신혼여행을 다녀왔다. 왜 마음이 바뀌었느냐고?

사실 나의 결혼은 이 사람과 만난 순간부터 아주 급속도로 빠져든 사랑때문에 속전속결로 진행했다. 천천히 결혼을 생각해보기보단 둘이 더 같이 살고 싶은 맘에 부랴부랴 해치웠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 같다. 그래서인지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결혼을 하고 또 준비하는지 관심 있게 지켜본 시간이 별로 없었다. 그러다 막상 내가 결혼을 하려니 최근에 결혼한 나의 지인들의 반은 하와이로 신혼여행을 다녀온 것이 아닌가. 그렇게 많은 이들이 하와이로 신혼여행을 다녀온 것이 정말 놀라운 사실이기도 했지만 더 놀라웠던 것은 다녀온 모든 이들이 "무조건 하와이야!"라고 외쳤기 때문이다.


한 6년 정도 되었나. 대학교 3학년이던 나는 돌연 핀란드로 교환학생을 갈 것이라고 가족들에게 통보했다. 그 당시 "나 핀란드로 교환학생 갈 거야"라고 하면 다들 롯데 자일리톨 껌 광고에 나오던 "휘바 휘바 거기?"라고 얘기할 정도로 핀란드에 대한 정보가 별로 없었던 시기였다. 나는 그런 핀란드를 내가 생활해보고픈 나라로 선택했다. 사실 이유는 별거 없었다. 그냥 우연히 교육 관련 다큐멘터리를 보고 핀란드에 대한 환상이 생겼달까. 다큐멘터리 속의 핀란드는 자기 자신이 하고 싶고 또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내는 것이 교육의 본질이라고 여기고 있는 듯 보였다. 심지어 핀란드는 누군가 깜빡하고 지갑을 어딘가 흘리면 몇 시간이 지난 후 찾아가도 그 자리 그대로 있을 정도로 정직한 나라라고 했다. 지금 있는 나의 세상과는 또 다른 세계라고 느껴졌다. 나는 이렇게 막연한 로망만을 가지고 핀란드로 떠났다.


하와이를 선택한 이유도 어쩌면 다르지 않았다. '사람들이 다들 신혼여행으로 하와이를 간다고? 왜 그렇게들 가는지 나도 한 번 가보지 뭐' 가끔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를 만큼 충동적으로 결정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꽤나 큰 결정에서. 물건 하나 살 때는 최저가를 그리도 꼼꼼히 따져보면서 말이다.



이렇게 충동적으로 선택한 결과는 어땠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하와이는 나에게 최고의 여행지였다. 태양이 뜨거워도 땀이 나지 않는 날씨와 보고 있으면 내 눈으로 쏟아질 듯한 밤하늘의 수많은 별들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돈을 쓰게 만드는 아울렛의 할인율. 그야말로 모든 것이 완벽한 신혼여행지였다. 벌써부터 하와이 항공권을 다시 찾아보게 만드는 마성의 휴양지다. 반면에 핀란드는 이와 달랐다. 자기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가는 방식의 교육 방식은 확실했지만 개개인의 독립적인 개체로써의 존중이 개인적인 성향을 짙게 만든다는 것 또한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교육방식의 영향이 아닐 수도 있지만.


내가 여행할 나라를 선택할 때, 내 머릿 속의 환상과 로망이라는 것은 큰 영향을 미치곤 한다. 그곳에 있을 나의 모습을 상상하면 그려지는 풍경과 바람, 둘러싼 사람들과 같은 것이다. 디테일한 정보보다는 말이다. 그리고 때론 그 환상은 무너지고 또 가끔은 기대치 않은 긍정적 현실로 만들어지곤 한다. 이제 그 환상이란 단어는 어쩌면 편견이라 불릴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더욱 여행의 의미는 나에게 여행지를 선택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이 편견들이 무너지는 그 순간들도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인가 말이다. 신혼여행을 떠나기 전부터 다음 여행지는 꼭 발리로 가리라고 정해두었다. 우붓의 유명한 스윙체어에 앉아 사진을 찍고싶다는 생각과 그 장면에서 느껴지는 환상 그 하나로 말이다. 과연 발리에 대한 환상은 깨질지, 혹은 더 굉장한 현실로 나를 만족시킬지 다음 여행이 벌써부터 기대가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