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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보야 May 03. 2019

엄마가 돼보지 않은 새댁의 생각

결혼하면 꼭 물어본다. 2세 계획은?

아주 어릴 적에 생각한 아이를 낳는다는 것은 엄마가 된다는 느낌과는 달랐다.  어린 시절에는 거의 생각해보지 않았던. 그저 '우리 가족에 아이가 한 명 생긴다, 낳는다는 건 너무 아프겠지' 이런 막연한 느낌이었다면, 결혼 전후 듣는 여러 얘기를 통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내 친구들과 직장 상사 등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또래들이 주변에 많아지면서는 육아에 대해서 정말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그중 자주 나오는 얘기들은 아이를 낳으면 나라는 사람이 없어진다, 밥 한 술 제대로 뜨기 힘들 정도로 눈코 뜰 새 없다, 그렇지만 아이가 가져다주는 행복은 지금까지 인생에 없던 행복이다. 등등


그리고 결혼 후 내가 가장 많이 받은 질문도 '아이는 언제 낳을 계획이야?'였다. 결혼 전엔 나도 기혼자들에게 그런 것들이 이따금씩 궁금하곤 했던 것도 같다. 그런데 막상 결혼하고 나니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그 질문을 할 줄이야. 나의 2세 계획이 그렇게나 궁금한 것인가. 내 계획이 궁금한 것보다는 아이가 있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결혼이 출산으로 이어지는 구조와 힘든 그 경험들을 구구절절 설명하고 싶은 모양이고, 낳지 않은 사람들은 본인의 계획과 비교해보고픈 그런 심리가 있는 것 같다.


왜냐하면 나의 대답에 돌아오는 답변들이 보통 그랬으니까.


2세 계획은 어떻게 돼? 아이는 언제 낳을 거야?   

나의 대답은 지금까지 "아직 낳을지 낳지 않을지도 결정하지 않았어"였다. 그럴 때면 아이가 있는 사람들은 "천천히 낳아. 얼마나 힘드냐면~ 구구절절" 아이가 없는 사람들은 "엇? 그럼 남편한테도 그렇게 얘기했어? 뭐라그래?" 대충 이런 반응이다. 아이를 낳은 사람들은 출산과 육아의 경험이 얼마나 힘든지부터가 이야기의 시작이다. 그런데 그게 나의 2세 계획과 무슨 관련인지는 아직까지 모르겠다. 그래서 안낳는게 좋을까 하고 되물으면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게 세상만사 무엇보다 힘들지만 그만큼 행복하다고 답한다.

반면 아직 결혼도 하지 않은 나의 친구들에겐 내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하니 하나는 '나는 낳고 싶다. 4년 후 쯤?' 이라는  반면 또 하나, 둘은 '나는 기를 자신이 없어' '아플까봐 무서워서 못 낳겠어' 혹은 '둘이서 그냥 살고 싶어' 라며 반응했다.  


요즘 하도 2세 계획을 묻는 사람들이 많아서 혼자 머릿속으로 낳는다는 가정하에 한 번 생각해 보았다. '내년에는 회사에서 할 일이 산더미인데 이거는 끝내야 돼' 그 순간 내년은 계획 속에서 물 건너간다. '엇, 근데 내후년을 넘어가면 내 남편이 곧 마흔이 되고, 아이가 스물이면 대체 남편이 몇 살인 거야...' 갑자기 또 앞당겨야 할 것 같았다. 이런 생각들이 반복되고 결국 내 머릿속에 남는 답은 없었다.


결혼한 지 두 달째인데 왜 벌써부터 이런 생각을 해야 하는 건가.


그런데 사람들이 이야기하길 이 문제는 아주 중요하다고 했다. 결혼 전에도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고. 사실 '결혼 = 출산'이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있는 반면 반대로 결혼과 출산은 별개로 생각해야 할 문제라고 딱 잘라 말하는 사람도 있다. 이렇게 각자 가진 베이스의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결혼, 출산, 육아 등 인생에서 큰 문제들은 미리 그와 나의 가치관을 나눠봐야 한다고. 물론 우리 부부도 결혼 전 이런 얘기를 했었다. 그때의 나는 살아보면서 결정하고 싶다고 얘기했다. 가끔 보면 "나는 반드시 할 거야" "아니 절대 안 해" 이 두 가지로 표현하기 힘든 마음 가짐과 이성적 판단이 있을 수 있지 않은가. 나에게 결혼도, 출산도, 육아도 그랬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결정하지 않았다.  

남편과 둘이 사는 삶이 너무나 행복해서 그저 둘 뿐이고 싶어 질 수도, 혹은 그를 닮은 아이를 낳고 싶은 마음이 들 수도. 그건 두 달 된 새댁에겐 모를 일이니까.

그냥 아무 생각 안 하고 사는 기간도 좀 있고 그럼 안될까?


그러니 이 글을 읽는 모든 이들에게, 전하고픈 말.

제발, 남의 2세 계획은 관심 갖지 마세요.



그 와중에 조카는 눈에 넣어도 안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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