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무늘보 Jun 27. 2021

그날 밤, 아기도 울고 나도 울었다.

워킹맘의 둘째 출산기

이른 밤, 악을 쓰고 한 시간을 넘게 우는 아이를 보며 엄마는 수만 가지 생각을 했다.

한 시간 째 악을 쓰고 울었다. 우유도 아니였거 기저귀도 아니었다. 늘 그렇듯 이유는 없었다. 아니 있어도 알 수 없었다. 그렇게 짐볼 위에서 아이를 달래는 엄마의 머릿속은 수만 가지 생각으로 가득했다.


아이를 매번 이렇게 안아서 달랠 수도 없고, 분명 이건 잠투정인데…. 어느 블로그에서 본 대로 혼자 잘 수 있게 좀 울릴까? 너무 울어서 탈장이 생기면 어쩌지? 하지만, 그래도 교육은 시켜야 하는데…?


아직 어린 첫째 아이는 그런 엄마를 따라다니며 자지 않을 갖은 핑계를 늘어놓았다. 엄마는 결단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아가를 껌껌한 거실에 있는 아기 침대에 홀로 놓았다. 그리고 첫째를 재우기 위해 방으로 돌아왔다. 이 모든 걸 엄마를 따라다니며 목격한 아이는 방에 들어와 아빠에게 놀란 얼굴로 대성통곡을 하며 울기 시작했다.


아빠… 엄마가 아기를 무서운 껌껌한 거실에 혼자 두고 왔어… 아기 어떡해…?


순간, 아빠와 엄마는 첫째 아이의 행동에 놀랍고 기특한 마음에 눈을 마주치며 웃었다. 하지만, 엄마의 웃음은 이내 울음이 되었다. 엄마의 머릿속에 피어났던 수만 가지 생각이 하나의 연기가 되어 머릿속에서 터지는 느낌이었다.


엄마는 엉엉 울기 시작했다.

첫째 아이도 아기를 걱정하며 울고 있었다. 거실에선 홀로 방치된 둘째 아이가 악을 쓰며 울고 있었다.

.

.

.

.

.

.



그날은 새벽부터 예상치 않았다.

보통 새벽 4시에 수유하면 아침 7시까지는 내리자던 둘째가 6시부터 울기 시작했고, 첫째도 둘째의 울음소리에 일찍 잠에서 깨어 엄마를 바라보았다. 둘째의 울음은 6시 반이 가까이 되어서도 계속되었고 속도 모르는 남편은 아이가 배가 고파서 그런 거 아니냐며 우유를 주자고 했다. 어떻게 지켜온 수유 텀인데, 그렇게 우유를 막 주면 배속이 좋지 않아 더 울 수도 있다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계속 우유를 주고 끝내자고 보챘다. 설상가상으로 평소보다 일찍 깬 첫째 아이는 이유 없는 짜증을 쏟아내며 자는 아빠에게 놀자고 졸라댔다.


황금 같은 주말, 아니 엉망이 된 주말

원래는 주중에 밀린 일을 처리하느라 힘들었을 남편을 위해 큰맘 먹고 주말 자유시간을 준비했었다. 오전에는 큰 아이를 데리고 키즈카페를 오후에는 육아 동지인 친구를 집으로 불러 남편에게 단 몇 시간이라도 카페에서 편히 눈치 보지 않고 핸드폰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하고자 했다. 하지만, 아침부터 일이 꼬였다. 첫째 아이를 꼬드기기 위해 마련한 특별한 빵 모닝은 아이의 이유 없는 짜증으로 인해 효과를 보지 못했고, 키즈카페 만남은 육아에 치인 멤버들의 지각으로 인해 만남의 시간이 늦어지게 되었다.


늦은 점심, 키즈카페에서 만났다.

늦은 점심에야 아이들을 데리고 만날 수 있었고, 10분 웨이팅이면 충분히 들어갈 수 있는 키즈카페도 주말 늦은 점심 방문 시간에는 한 시간이 넘는 웨이팅 시간을 요구했다. 그나마 입장은 순조로웠다. 하지만, 애들이 그렇듯 남자아이 둘은 서로 잘 놀다가도 금세 다퉜다. 다투는 아이들을 대리고 솔로몬보다 더 솔로몬 같은 결론을 내주고 한참을 달래어 주면 다시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단짝이 되어 노는 아이들을 보며 이번 위기도 잘 넘겼다는 안도감과 동시에 허망함이 동시에 몰려온다. 그렇게 한참을 혼란의 도가니탕에서 보내고 배고프다는 아이들을 이끌고 쇼핑몰을 배회한다. 누구는 샌드위치, 누구는 치킨을 먹고 싶다고 외치지만 엄마의 목적은 하나이다. ‘떠들어도 덜 눈치 보이는 곳’이 오늘의 목적지이다.


할 말이 더 많은 엄마의 하루는 다음 편에서 계속…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