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티미] 어느새 사람이 된 혈육

친 남동생에게 주는 글

by 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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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살의 아이는 그 어느 날도 엄마 손을 잡고 산부인과에 갔다. 그날따라 엄마와 의사 선생님의 접견 시간이 길었다. 진료실의 문이 열렸다. 아이는 깜짝 놀랬다. 엄마가 이동식 침대에 실려 아파하며 지나갔다. 그 이후로 기억이 없다. 그 날은 그렇게 내 혈육이 생겨난 날이다.



엄마는 3살이라고 말을 하고 생각하고 행동하기 시작한 나와 함께 동생의 간접적인 육아를 함께했다. 지금 생각하면 위험한 행동이지만 뒷자리에 나와 동생을 태우고, 엄마가 “소정아, 우유.”라고 말하면 우유병을 동생의 입에 물렸다. 자동차 뒷자석에 아이용 좌석에서 칭얼대던 동생은 자라고 자라, 운전석에서 우리 가족의 행선지를 전두지휘 하고 있다.



싸우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엄청 싸웠다. 누나가 하는 건 무조건 재밌을 것 같아서 따라하던 동생과 컴퓨터 서핑, 게임에 미쳐있었다. 학교를 가지 않은 휴일에는 부모님이 컴퓨터 사용시간을 시간대별로 정리하여 마치 정보검색실 마냥 사용했지만 서로 1분,2분,3분만 더… 기다리다가 누군가 폭력을 가하면 전쟁이 시작됐다. 보통 훈육은 엄마가 담당했는 데 어느 아침 컴퓨터로 또 싸우는 우리 남매를 아빠가 심하게 혼낸 적이 있다. 그때 난생 처음 아빠에게 혼난 우리 남매는 얼떨떨한 마음에 반성하게 됐다. 언제는 밥상 앞에서 싸우게 되었는 데 밥상 예절이 중요했던 가정에서 이는 말로 다스릴 수 없기 때문에 엄마는 우리 둘을 끌고 내복 바람으로 집에서 쫓아냈다. 우리 남매는 꼴에 부끄럽다고 누가 내복 입은 모습을 볼까봐 계단에 숨어서 오돌오돌 떨었다. 이렇게 둘이 전생에 원수진 것 마냥 싸우다가 혼날 땐 한 마음으로 “잘 못 했어요” 라고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모습을 볼 때면 엄마는 우리가 더 원수 같을 때가 있어서 약올랐다고 한다.



그렇게 철없이, 끝없이 싸우던 남매가 각자의 사춘기를 보내며 서먹해지고 대화가 줄어들다가 성인이 되어 다시 철이 들어 이젠 제법 어른다운 대화를 나누기 까지 많은 세월이 흘렀다. 성인이 된 엄마는 3년 전 구미가 당기는 미션을 줬다. 둘이 싸우지 않고 영국 여행을 다녀오면 비행기 비용을 대신 지불하겠다고. 냉큼 받아먹었고 우리 남매는 둘이서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사실 런던 여행도 순탄치 않았다. 이야기 하면 더 글이 길어질 것 같아서 생략 하겠다만, 웃긴 일화가 많다. 실시간으로 인스타그램에 여행 기간 동안 그날의 에피소드를 적어뒀다. 내 지인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여기서 여행을 언급하는 이유는 첫 해외여행을 위해 그 때 동생이 ‘티미’라는 영어 이름을 기념비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친구들과 지인들을 나의 혈육을 티미라고 부른다.



성격상 어떤 이의 거울이 되고 싶지 않고 특히 동생에게 보여지는 나를 생각하진 않았는 데 종종 엄마를 통해 티미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듣곤 한다. 앞에서는 칭찬 한 마디 쉽게 안 주던 놈이 가끔 부모님, 본인 친구들에게 내 자랑을 한다. 나는 그냥 산 건데 본인 딴에는 감명이 깊었을까? 놈의 입방정으로 적어도 가족 앞에서는 떳떳하게 살고 있다.



근래 3년 사이, 어떤 계기에서 그렇게 느꼈는 지 생각이 잘 나진 않지만 장남 행세를 한다. 아니면 장녀인 내가 전보다는 가족에 대한 짐을 내려놓은 걸 수도 있다. 내가 만나는 남자친구를 만나고 평가한다던가 (?) 가정에 행사나 우환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낸다거나… 심지어 얼마 전에 세상이 망해도 나에게 언제 가는 지 알려주지 않았던 제주도를 다녀와서 최근 이별을 겪은 나에게 넌지시 “전소정, 제주도 좋더라. 더워지기 전에 제주도 같이 갈래?” 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근데 미안하다. 난 친구랑 가려고 생각 중임.) 그래서 점차 한심했던 남동생에게 가끔 의지하게 되고 때론 고맙다. 장녀인 내가 해결해줄 수 없는 것들을 차남인 본인이 흐린 눈 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 뿌듯하다. 한편으로는, 추측하건데 본인이 이전부터 그 왕관을 갖고 싶었고 드디어 자연스럽게 갖게 되어 즐기는 듯하다. 어쨌든 본인이 행복하다면야 아무렴 상관 없다.



누군가 우리 남매와의 사이를 물으면 괜히 현실 남매의 모습을 맞추고 싶어서 괜히 툴툴대며 대답한다. 하지만 이 글의 끝에서 올해부터는 “남매랑 사이 어때요?” 라고 묻는다면 “나쁘진 않아요.” 라고 답변하는 정도. 딱 그 정도부터 시작하기로. 어쨌든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어느 부부 밑에서 자랐고 어리숙한 어린 시절을 함께 겪었고 지금은 서로 방향은 다르지만 같은 마음으로 가족을 지키고 있으니까. 글자 그대로 하나 뿐인 “친” 남동생 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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