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뉴작 Mar 06. 2023

ep.62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인공 지능 AI 챗봇, 챗 GPT 열풍이 거세다.

AI가 처음 생활에 많이 활용했을 때보다 

왠지 더 큰 변화들이 우리 세상을 덮을 것만 같다.

학술적인 영역, 고차원의 지식 영역에선 더 빛을 발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하니, 나의 호기심도 발동을 안 할 수가 없었다. 


챗 GPT가 무엇이든 물어보면 대답해 준다는 이야기에…

챗 GPT에게 던진 나의 첫 질문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였다.

이 질문은 여젼히 내가 세상에서 가장 아리송해하는 질문 중에 하나다. 

불과 몇 주 전 대답은 ‘이것에 대한 정답은 없습니다’라는 뉘앙스였다.

역시나 아직은 한계가 있구나… 느꼈다. 

사실 이것에 대한  정답이란 것도 학계마다 다를 수 있지만 말이다. 

그리고 이번주 난 이 녀석에게 똑같은 질문을 던졌다.

그랬더니 이 녀석은 자기의 생각을 논리 정연하게 나에게 보여줬다. 

그대로 옮겨 적으면 다음과 같다.


인공지능 언어 모델로서, 

나는 개인적인 의견이나 신념이 없습니다.

하지만, 진화에 대한 과학적 이론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계란이 먼저라고 믿어집니다.

종의 진화는 여러 세대에 걸쳐 일어나는 점진적인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종의 닭의 형성을 초래한 유전적 돌연변이는 

아직 닭이 아닌 개인의 DNA에서 처음 발생했을 것입니다. 

그러고 나서 이 개체는 이 새로운 종의 유전 물질을 포함하는 알을 낳았습니다. 

그러므로 첫 번째 닭이 들어 있는 달걀은 

닭 그 자체보다 먼저 왔을 것입니다.

물론, 이것은 단지 과학적인 이론일 뿐이고 

생명의 기원에 대한 많은 다른 관점들이 있습니다.


멋스럽게 결론에 생각의 여지도 남겨줬다.

나름 이 녀석의 생각이 참으로 똑똑하게 느껴졌다.

아니 똑똑한 게 맞다.  


바로 지난달엔 심지어 챗 GPT가 직접 쓰고, 

편집과 교열까지 한 책이 두권이나 나왔다고 한다. 

한 권은 인쇄와 출간 작업을 제외한 집필·번역·교정·교열 등 

고유의 편집 작업을  단 30시간 만에 끝냈다고 한다.

와~ 참으로 얄밉지 않을 수가 없다. 

인간이 따라잡을 수 없는 글 쓰는 속도다.

 


방송 작가 선배가 에세이 한 권을 내는 데 1년이 걸렸다.

집필한 원고들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책을 기획하고 목차를 만들고 써 내려가는 데, 

선배는 거의 1년 동안 3-4시간 밖에 

못 잤다고 내게 고백했다.

본업이 있어서 평일에는 

자신이 맡고 있는 프로그램에 집중하면서

책을 내니, 그럴 수도 있겠지만, 

책을 낸다는 부담이라는 감정 또한

속도를 더디게 할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통상적으로 우리가 글을 써간다는 건 영감이라는 것도 필요하고

생각이라는 것도 필요하고 

구성이라는 것도 필요하다.

당연히 필력도 동반돼야 한다.

유명한 작가들이 달리기를 해대고, 

산책을 하고, 여행을 하고,

공부를 하고, 취재를 하는 건 다 글의 영감과 소재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 또한 글을 쓰는 데 있어서 

영감이나 소재가 안 떠오를 때

작정하고 찾기도 한다. 

하루 24시간의 일상 속에서 

어떤 지점에서건 영감을 찾으려고

나름의  노력을 한다. 

영감과 소재, 얼개 그리고 나의 문장력.

일로서 글이 아닌 이상, 

글은 공식처럼 뚝하면 나오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공식 같은 글은 나에게 그리 만족스럽지는 않다. 


여하튼, 이 모든 것들의 집결체인 책이라는 것을 

인간들은 수개월 내지 수년에 걸쳐 내기도 하는데, 

챗 GPT라는 녀석은 그 일을 단 하루가 

지난 시점에 뚝딱 해낸다는 것이 기계라고 하지만, 

얄미울 수밖에 없다.

물론, 보도된 기사들에 보면, 

연결이 다소 매끄럽지 못하다고 평하는 부분도 있으나,

어쨌든 창작의 고통도 없이 물리적인 시간을 

혁신적으로 단축시켜 주는 건 맞다.

게다가 향후 이 녀석도 책을 내는 데 있어 

딥러닝 과정을 거치면 아마 지금보다 내용물이 

완성도 있게 더 훌륭해지는 건 자명한 사실일 것이다.


창작물의 집합체인 책. 

콘셉트를 잡고, 기획을 하고, 목차를 정하는 것부터 

원작자인 작가뿐 아니라, 

여러 다른 사람들의 머리를 맞대서 나올 수 있는 그런 것.

본인의 일대기를 쓴 자서전이라 할지라도 

혼자서 뚝딱 해내는 자가출판이 아닌 이상.

때론 기획자, 교정자, 편집자, 출판 디자이너 등 

여러 사람의 생각과 의견이 들어가야 완성되는 것. 

시간은 언제나 변수로 작용하는 것. 


그래도, 책이란, 

물론 작가의 자기 만족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 책의 승부수를 내는 건 독자라 생각된다.

물론, 오롯이 자기만족을 위해 

인생의 어느 시점에 책을 내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어쩔 수 없이 그 책의 가치는 

그것을 읽는 독자들의 반응을 통해 나타난다.

그러니, 책이라는 건 내는 작가도 중요하지만, 

그다음엔 그걸 읽는 독자들의 마음이 중요하다. 


챗 GPT가 만든 책에 

감흥을 받은 독자들도 있겠지만,

아직까진 우린 '책을 쓴 작가에 반응하는 독자가 있다'라는 

무기를 갖고 있긴 하다.

달리 말하면,  

인간이 책을 출간하는 데 드는 공과 시간에 대해 

챗 GPT 란 녀석에게 자괴감이 들기도 하겠지만, 

책을 읽는 독자들이 여전히 인간 작가들에게 

더 많은 호감을 표현해 준다면,

그건 아직까지 작가로서 챗 GPT에게 

자존심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기계와 이렇게 말도 안 되는 대결을 벌이고 싶진 않겠지만, 

단순히 무언가를 요약하거나, 

어떤 분야의 지식을 요약하는 책들은 

물리적인 속도에 우리가 당연히 져 줄 수밖에 없지만,

누군가를 감동시키고, 설득시키고, 감정을 전염시키는 건 

여전히 인간 작품의 책을 쓰는 작가들의 몫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챗 GPT란 녀석으로 

우린 또 한 번 문명의 이기를 경험하겠지만,

인간 작가들은 각자의 글발로써 

아마 독자들을 감동시키기 위해

더욱 필살기를 동원할 것이다.

그리고 오히려 작가 개개인들은

 더욱 브랜딩화 될지도 모른다.

독자들은 저마다 좋아하는 작가에 더 빠져들지도 모른다. 

내가 좋아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을

더욱 찾을지도 모르고,

내가 좋아하는 필력의 천명관 작가 소설책을 

더 찾을지도 모르고,

섬뜻하거나 오묘하게 읽고 싶게 만드는  김영하 작가 작품을 

더 찾을지도 모른다. 

우리의 마음을 울려주는 시와 에세이 장르엔  

울림의 최댓값이 계속 갱신될지도 모른다. 

그러니 누군가를 마음으로 설득시키는 글을 쓰는 인간 작가들이

문명에선 아직까지 먼저다. 

그리고, 그건 변하지 않았음 한다.

인간 작가들은 챗 GPT 작가에게 

지지 않았으면 한다.

진심으로... 



< 오늘의 속삭임>


자연과 기술로 기질을 새롭게 할 줄 알라.

사람의 기질은 7년마다 바뀐다고 한다.

따라서 취향도 개선하고 고양해야 한다.

사람은 태어나서 7년이 지나면 이성을 갖추게 되는데

그 후 5년마다 새로운 완벽함이 나타나야 한다. 

이런 자연적인 변화를 잘 알아채서 

이성이 더 완벽해지도록 돕고,

다른 사람들의 이성도 나아질 거로 기대해야 한다. 



                           " 사람을 얻는 지혜"       - 발타자르 그라시안-





 


작가의 이전글 ep.61 엄마의 등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