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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 써 봄 Oct 10. 2024

안 하던 '짓'을 하고 싶은 날이 있다.

님아 그 선택을 하지 마오.

지난주 연휴가 끝나고 큰애가 열이 났다. 한글날까지 그는 나와 함께 있었다. 겨우 오늘 자유를 누리는 중이다. 


아이들이 없을 때의 주부의 가장 큰 일과는 청소다. 드문드문 있는 연휴는 주부의 청소리듬을 잃게 한다. 가족이 모두 있을 때는 치워도 딱히 소용이 없다. 


안 하던 짓을 하고 싶은 날이 있다. 그게 바로 오늘이었다. 빨랫감을 넣고 돌아 나오는데, 하수구 구멍이 보였다. 욕실 하수구는 자주 청소하지만, 세탁실 하수구는 딱히 신경을 쓰지 않았다. 들춰보니 청소를 해야 할 것 같아서, 구석구석 깨끗하게 닦고 다시 조립을 해 두었다. 왠지 세탁도 깨끗하게 잘 될 것이라는 느낌적인 느낌. '작은 곳의 위생도 안 놓치는 나는야 프로주부 우훗' 하며 뿌듯해하던 참이다. 



커피타임을 후에 '건조기에 빨래를 넣어두고 오늘 연재글을 쓰겠어. 완벽한 계획이군.' 흐뭇해하며 세탁실 문을 연 순간! 얼음이 되었다. 눈앞에는 하얗고 예쁜 거품이 동동 떠있는 샘물이  펼쳐져 있었다. 

"으악"

하수구 뚜껑을 열어 부속을 모두 빼냈다. 그래도 물이 내려가지 않는다. 

순간적으로 어디가 막혔나. 돈 드는 일 아닐까. 안 하던 짓을 왜 했을까. 생각이 빠르게 스쳐간다. 


장갑이고 뭐고 낄 시간이 없다. 

하수구 속에 손을 푹 넣었다. 물티슈 한 장이 나왔다. 그리고 하수구 입구 쪽에 있는 머리카락 뭉치가 잡혀 빼냈다. 콸콸 활명수와 같이 내려가는 물소리에 안도감을 느낀다. 


세탁실에 깔려있던 매트가 다 젖었다. 재빨리 화장실로 옮겨 놓는다. 추석 때 친정서 가져온 쌀 한포대가 젖었다. 쌀을 소분하여 냉장고에 넣었다. 



평소 더러운 것에도 눈을 꼭 감고 잘 지내던 나였는데.. 오늘은 소위 뭐가 씌인날이다. 깨끗한 하수구 하나를 얻고, 세탁실 물청소, 매트 빨래와  젖은 쌀을 얻었다. 



한결같은 인간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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