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안이 야속해
"북"
분명 소리가 컸을 것이다. 소리를 듣는 순간 느낌이 오는 그것. 바지가 터졌다. 퇴근하고 돌아온 남편 바지가 찢어져 있었다.
남편과 나는 결혼 12년 차. 12년째 함께 무럭무럭 커가고 있다. 신축성 없는 남편의 바지는 탄성을 견디지 못하고 서로를 놓아준 것 같다.
이럴 땐 멋진 주부가 나서야지. 초등학교 시절 배웠던 바느질을 떠올린다. 홈질과 시침질. 그 시절 실과 시간에는 바느질 숙제가 있었다. 한복 저고리를 꿰매 오는 숙제에 엄마는 밤새도록 바느질을 하셨다.
손재주가 많지 않은 나는 바느질도 잘하는 편은 아니다. 똑바로 꿰매기가 왜 이리 힘든지. 온 신경을 기울여야 겨우 겨우 한 땀 씩 이어져 간다.
마음은 내일 도시락을 싸서 수능시험장으로 달려가도 모자라지 않을 만큼 청춘인데, 몸은 바느질할 때 안경을 벗어야 할 만큼 노안이 왔다.
"한복 바느질 누가 해줬어?" "야 엄마가 해줬지" 초등 시절 친구와 킥킥 거리며 대화하던 나는 이제 아들들에게 바느질 숙제가 있으려나 걱정하는 엄마의 나이가 되었다.
아직도 잘하는 거 하나 없고 겁이 많은 내가 누군가를 돌보고 챙겨줘야 하는 존재라는 것이 몸으로 느껴진다.
엄마로 아내로 하루하루 살아감이 기쁠 때도 슬플 때도 버거울 때도 있지만 그저 살아있음에 감사함을 느끼는 오늘이다.
바느질 숙제는 세탁소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