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coronavirus) 공연계에 미치는 영향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럽대륙에 상륙하면서 행정 당국에서 국민들에게 가능하면 외출을 삼가하고 집에서 머물기를 권고했지만 많은 공연 단체와 극장주들은 작품을 취소하지 않았다. 시카고의 광대 보보(BOBO)가 어머님이 돌아가시는 상황에서 무대를 향하며 했다는 표현대로 이런 상황에서도 ‘쇼는 계속되어야 한다(The show must go on)’일까? 아니면 막대한 금전적 피해를 그저 피했으면 하는 것일까?
공연 제작은 길게는 해를 넘어가기도 하고 짧게는 몇 개월 정도 사전에 준비되는 과정을 필연적으로 수반한다. 해외 투어링(Touring)이라도 있을 경우엔 이 기간 동안 예술가들과 계약하고 항공권, 호텔 등을 조금이라도 저렴한 시기에 사전 예약을 통해 확정한 후 공연에 소요되는 각종 소품, 장치 등을 화물로 발송하기도 한다. 투어를 위해 새롭게 제작진이 꾸려져 별도 리허설을 하는 동안 비용 집행이 다소 늦어진다면 부득이하게 관련자들이 조금씩 비용을 부담하는 방식도 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이것이 수출, 내수경제, 관광시장 및 환율에 미치는 영향을 진단하는 기사들이 많지만 우리 공연 산업이 감당해야할 몫은 크게 보도되지 않아 안타깝다.
아마도 영국 공연계에선 세계 보건기구(WHO)가 최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해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하기 전까지 그 심각성을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 아닐까? WHO가 교역이나 이동 제한까지는 권고하지 않았지만 그날로부터 영국의 공연 단체들은 조금씩 초조함을 보이기 시작했다. 어둡고 축축한 런던의 겨울이 지나가고 봄이 다가올 땐지구의 남반구에서부터 공연 축제가 서서히 시작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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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은 2월 시작되는 호주의 애들레이드 프린지(The Adelaide Festival and Fringe)가 있고, 오클랜드 축제(Auckland Festival), 그리고 아시아에서 주목받는 홍콩 예술제(Hong Kong Arts Festival)가 있다. 하지만 홍콩 예술제를 앞두고 제작년엔 6개 참가팀이 취소를 통보 했고, 이중에서 미국 보스톤 심포니(Boston Symphony Orchestra)는 홍콩을 시작으로 연계된 아시아 투어 일정을 모두 취소하면서 한국 일정까지 피해가 발생했던적이 있었다.
유난히 대극장이 밀집해 있는 런던 웨스트엔드는 얼마전 라이시움 극장(Lyceum Theatre, 2100 석)관객 중 한 분에게 폐렴증상이 나타나 공연 진행에 문제가 발생한 것 외엔 특별한 조치를 발표하지 않고 있었으나 브리스톨(Bristol Old Vic’s production of Cyrano)과 런던의 일부 공연(Sadler’s Wells)은 스스로 공연 최소를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제작사측에서 먼저 취소를 결정하는 것도 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을 우려해 해당 지방 정부에서 극장을 강제로 폐쇄한 경우도 있다. 어떤 경우에서든 공연이 취소되거나 일부 일정이 변경되더라도 위에 언급된 사전 준비기간의 노력과 지불한 비용들의 회수 기회를 포기하는것과 같아 경제적 여파는 엄청나게 다가온다. 이미 예약된 티켓들의 환불과 작품활동을 위해 정부 기금을 받은 단체들의 후속 조치 등 해결해야할 일들이 쌓여간다.
천재지변 또는 불가항력Act of God (Force Majeure)
당장 제작사는 무엇을 근거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일반적으로 계약서 조항엔 천재지변 약관이 들어 있기 마련이다. 거기에 보통 ‘Act of God (Force Majeure)’으로 표기되는데 법률 용어로 사람이 컨트롤 할 수 없는 것, 예를 들어 지진, 태풍, 화재, 기상변화, 질병 등을 먼저 언급하고 두번째 조항에 전쟁, 테러, 분쟁, 기타 사고 등을 명시하고 있다. 제작사나 예매처, 극장의 입장에서 위와 같은 문제로 작품이 연기되거나 아예 최소가 된다면 피해 범위를 최소화해 방어하려는 차원에서 만들어진 일종의 면책 조항이다. 일반 보험사에서 조차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는 영역인것이다.
이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는 접촉이나 공기중 전파가 될 수도 있는 질병으로 불가항력에 속한다. 하지만 대부분 극장에서는 이미 예약된 티켓에 대해 전액 환불을 해주지만 제작사로서는 공연 취소와 관련해 져야하는 모든 경제적 부담을 떠안게 된다.
웨스트엔드나 브로드웨이 작품, 해외 투어링 공연에서 예측할 수 없는 사태 또한 대비해야하는 것은 언제나 프로듀서의 몫이다. 그래서 일반 보험을 넘어서는 계약조건으로 공연 취소를 대비해 “공연 프로듀서와 제작사 보험 (Theatre Producers & Production Insurance)”이라 불리는 상품이 있다. 작품의 사이즈와 상관없이 필요에 따라 보상되는 범위를 직접 정해 들어두는 보험으로 고용된 배우, 창작진들의 임금, 장비, 여행, 의료 등 취소에 따른 다양한 금전적 보상이 뒤따른다.
안타깝게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취소되는 작품에 손해배상은 아직까지 적용되지 못하고 있다. 기존 질병이 아닌 알려지지 않은 “신종”은 보험사에서 조차 예측하지 못했기 때문.
하지만 유난히 공연 제작이 많은 런던에서 쇼 엔터테인먼트(영상, 공연, 음악)와 스포츠 이벤트 회사들을 대상으로 보험사 상품을 매칭하는 인테그로(Intregro)사 대표인 앤디 루지(Andy Rudge)에 따르면 “안타깝게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취소되는 작품에 손해배상은 아직까지 적용되지 못하고 있다”고 전해왔다. 기존 질병이 아닌 알려지지 않은 “신종”은 보험사에서 조차 예측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보험사라고 해서 그 어떠한 상황에서 무조건 보상이라는 상품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 하긴 그런 상품이 있었다면 보험료가 높아 제작사에서 가입할 여력이 없을지도 모른다. 다만 앤디 대표는 공연 제작사를 상대하는 보험사에서 이를 철저히 외면할 수 없어 “선의의 차원(a gesture of goodwill)에서 조치가 있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바이러스의 상황이 어떻게 끝이 나든 <쇼는 계속 되어야 한다>는 광대 보보. 주로 이 표현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는 슬픈 뉘앙스를 갖는다. 그래서 그날 보보는 광대의 분장에 눈물을 그려 넣게 되고 이것이 오늘날 세계 모든 광대들이 자신의 얼굴 분장에 눈물을 그려 넣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외부에서 다가오는 시어터의 적, 불확실한 것 조차 예측해야하는 프로듀서의 얼굴 또한 오늘은 같은 모습으로 그려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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