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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역마 Jan 16. 2020

미국식 환영(?)인사

브런치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난 캐나다에 있었는데...

지금 이 곳은 미국 캘리포니아 산호세이다.

캐나다에 있는 동안 남편이 미국 주재원으로 발령이 나는 바람에 부랴부랴 한국 집을 정리하고 이곳으로 오게 되었다.


예정에도 없던 캐나다행으로 인해 혼란을 겪었던 것도 잠시... 조금 적응해 나가던 찰나 더 갑작스럽게 결정된 미국행으로 나는 그야말로 패닉이 되었다.

차라리 한국에 집을 두고 단기 1년 예정으로 왔을 때가 더 속 편했다. 긴 기간을 국외에서 보내야 하다 보니 정리해야 할 것이 너무나 많았다.

남편은 발령 시기 때문에 홀로 먼저 미국에 들어와 있어야 했고, 나 홀로 한국에 남아 집과 차를 팔고, 집기들을 정리하고 이삿짐을 꾸리고, 또 주재 생활 마치고 귀국해서 살 집을 구하러 다니고 계약하고... 그 사이사이 가족 친지 친구들과 작별인사까지...


몇 달 동안의 폭풍 같은(?) 정리를 마치고 미국으로 들어온 것이 작년 12월 초... 도착해서 며칠간은 이삿짐 정리로 그야말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한국과 달리 미국에서는 큰 가구와 짐들을 지정된 곳으로 가져다 주기만 할 뿐 정리는 해주지 않는다. 게다가 시차 적응 의지(?)라곤 1도 없는, 밤만 되면 밤도깨비처럼 정리도 안 된 집안을 온통 헤집고 다니던 쌍둥이 녀석들을 건사하면서 몇 날 며칠 이삿짐 정리가 얼마나 고되었는지 할 이야기들이 너무나 많지만 각설하고...


우리 가족은 미국에서 참으로 특별하고도 쇼킹(?)한 환영인사를 받았다.

물론 유쾌한 일은 아니었지만...

미국에서 처음으로 맞는 크리스마스에 겪은 일 치고는 너무나 가혹(?)했지만...

그래도 차라리 환영인사(?)라고 치고, 액땜했다 생각하고 넘어가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크리스마스이브에 우리가 사는 동네는 온통 파티 분위기로 들썩였다. 집집마다 오색찬란하게 꾸며놓아 번쩍번쩍하는 것은 물론, 파티에 초대된 손님들 때문인지 (각 집마다 개인 차고도 있고, 길가에 여유 주차공간도 많은데도 불구하고) 온 동네가 그간 못 보던 차들로 꽉 들어찼다.

마트 갔다 돌아오니 우리 집 주차공간에도 누가 차를 버젓이 대 놨길래, 하는 수 없이 우리가 멀리 공터를 찾아 주차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그다음 날...

오후쯤 우리 차를 다시 찾으러 갔더니 우리 눈 앞에 펼쳐진 광경....



누가 차를 이렇게.... ㅠㅠ

그야말로 충격에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안 그래도 주변에서 주의를 몇 번이나 들었는지 모른다.

미국에서는 차 안에 물건을 두면 창문을 깨고 가져가니 절대 차 안에 어떠한 것도 놔두지 말라고...

당연히 잘 지켰고 조심했다.

새로 산 지 며칠 되지도 않아 안 그래도 안에 먼지 한 톨도 없는 차인데... ㅠㅠ

그나마 누군가가 창문 깨지고 헐벗은 우리 차를 자비롭게도 비닐로 덮어주셨다.

비닐마저 없었으면 비 때문에 차 안 시트까지 흠뻑 젖었을 뻔했다... 그랬다면 우리의 우울감은 배가 되었겠지... ㅠㅠ


고학력 고소득자가 넘쳐나는 이 곳....

하지만 높은 물가는 물론이고 월세가 천정부지로 치솟아 노숙자들이 많다고 한다.

미국 도착해서 처음으로 마트에 간 날, 입구 앞 쓰레기통 옆에서 어린 딸 둘을 데리고 앉아 구걸을 하는 애기 엄마도 보았다. 극단과 극단이 공존하는 이 곳에서 앞으로 어떻게 적응을 해 나가야 할지...


물론 겪지 않았으면 더 좋았겠지만,

딸아이 말처럼 "그래도 차는 망가지지 않아서 다행이야"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혹여라도 낯선 이국땅에서 더 충격적이고 험한 일 당하지 않도록 예방주사 차원에서 우리에게 미리 이런 소소한 이벤트(?)를 겪도록 해주신 빅픽쳐라고 위안 삼기로 했다.

2020년엔 이 곳에서 좋은 일들만 가득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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