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일어서야
♣ 나를 돌아보는 물음
1. ‘스스로 일어선다’는 말은 어떤 의미인지 혀러분의 생각을 적어보세요.
2. 인공지능도 자립할 수 있을까요? 인공지능에게 있어 자립은 어떤 의미인지 여러분의 생각을 적어보세요.
간밤에 뿌린 비로 연이은 무더위가 한풀 꺾인 모양새입니다. 무더위가 서늘함이 서로 힘겨루기를 하는 가운데 엊저녁 집주변 풀숲을 걸어보니 그칠 것 같지 않던 매미는 물러가고 귀뚜라미가 특유의 목소리로 한밤을 환히 밝히고 있었습니다.
평소 감정적으로 잘 부딪치는 두 아이가 있는데 오늘도 어김없이 와서 서로의 잘못을 얘기합니다. ‘늘 서로 무심하게 대하라’고 말을 건네지만 아이들 마음에 잘 와닿지 않아 같은 잘못을 되풀이합니다.
답답한 마음에 학교 뜰 앞 잣나무, 단풍나무, 느티나무 그늘 아래에 서서 생각해 봅니다. 우리 아이들도 이들처럼 땅에 단단한 뿌리를 내리고 스스로 일어서기 위해 힘겨운 과정을 겪어내고 있을텐데 따스한 시선으로 기다려주지 못하고 너무 나무라지만은 않았는지 아이들의 시선에서 스스로를 되돌아 봅니다.
기후 위기, 인공지능, 식량 위기 등의 불안정성, 불확실성, 복잡성, 모호함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가 스스로 일어서기 위해 갖추어야 할 역량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첫째, 자기조절을 통한 자기 다스림[자치(自治)]의 힘을 키워야 합니다.
둘째, 옳고 그름을 분별할 줄 아는 지혜(智惠)의 그릇을 넓혀야 합니다.
셋째, 옳지 못한 말과 행동에 부끄러워할 줄 아는 예의와 염치를 아는 품격을 지녀야 일입니다.
넷째, 현재 혹은 향후 직업인으로서의 경제적 자립(自立)을 이룬 뒤에 그 자부심으로 우주 만물에 대한 기여(봉사와 나눔)를 해야 합니다.
이 모든 역량에는 선현들의 지혜가 담긴 글을 읽고 스스로 성찰하고, 시대의 흐름을 읽어내는 노력을 기울이며, 만물을 사랑하는 마음과 태도가 뒷받침되어야 할 것입니다.
일찍이 공자는 “나에게 절실한 일을 일상에서 묻고 또 물으라. 길은 가까이에 있으니[절문근사(切問近事)].”라고 하였고 ‘살아 있는 부처’라 불리며 《벽암록(碧巖錄)》이란 참선 교과서를 남긴 중국 송나라 때 원오극근(圓悟克勤, 1063~1135) 선사(禪師)는 “진리는 내 발아래 일상을 살피는 일에서부터[조고각하(照顧脚下)].”라는 귀한 말씀을 남겼습니다.
두 분은 비록 태어난 시기가 1,500년 이상을 달리하지만 자립과 자치의 기초를 일상에서 세심하고 면밀히 묻고 살피라는 공통된 가르침을 전합니다.
여기 자립과 자치에 관한 또 다른 우리 선현의 좋은 글이 있어 소개해 봅니다. 오늘도 평안 하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人必自治而後(인필자치이후) 사람은 반드시 자신을 다스려야
可以不待物矣(가이부대물의) 남에게 의지하지 않게 되고
自立而後(자립이후) 스스로 일어서야
可以不附物矣(가이불부물의) 남에게 빌붙지 않게 되고
有守而後(유수이후) 자신을 지켜야
可以不隨物矣(가이불수물의) 남을 따라 하지 않게 되고
羞不義而後(수불의이후) 의롭지 못한 행동을 부끄러워해야
可以免於竊物矣(가이면어절물의) 남의 물건을 훔치지 않게 되고
惡不仁而後(오불인이후) 어질지 못한 것을 싫어해야
可以免於害物矣(가이면어해물의) 남을 해치지 않게 된다네
約而言之(약이언지) 요컨대
義利之辨(의리지변) 의로운 행동과 이익을 챙기는 행동을
而已矣(이이의) 분별할 줄 알아야 한다네
- 이덕무(1741~1793), <옳음과 이로움을 말하다[의리지변(義利之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