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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레미 Sep 25. 2019

바야흐로 넷플릭스 전성시대

넷플릭스는 어떻게 거인이 되었는가?

여러분은 넷플릭스(Netflix)를 자주 사용하시나요? 저는 넷플릭스 열혈 이용자라고 해도 될 만큼 애용하고 있습니다. 정말 다양한 영화와 드라마를 굉장히 합리적이고 저렴한 가격으로 시청할 수 있다는 것이 저에게 정말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영화나 드라마 등의 동영상 콘텐츠를 주로 인터넷에서 다운로드하여서 보았는데, 이제는 넷플릭스 같은 콘텐츠 플랫폼 구독 후 스트리밍(streaming)해서 볼 수 있는 시대가 열렸습니다. 스트리밍이란 ‘콘텐츠를 다운로드하지 않고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재생한다’라는 뜻으로 이해하면 편할 것 같습니다.


이처럼 넷플릭스와 같이 스트리밍 등의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영상 플랫폼 산업을 포괄적으로 OTT 산업이라고 부릅니다. OTT는 ‘Over The Top’의 약자입니다. Top이란 TV에 연결되는 셋톱박스(Set Top Box)를 의미하는데, 요즘은 셋톱박스의 유무와 관계없이 인터넷 기반의 동영상 서비스를 포괄해서 부르는 개념입니다. 오늘날 넷플릭스를 비롯하여 굉장히 다양한 OTT 서비스가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넷플릭스의 입지는 단연 독보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넷플릭스가 어떻게 성장했고 성공할 수 있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기존 미디어 생태계에 위협을 주는지 알아보겠습니다. 하지만 그에 앞서 OTT 서비스가 어떻게 등장하였는지 간단하게 짚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OTT 서비스의 등장


앞서 설명한 것처럼 OTT 서비스란 인터넷을 기반으로 동영상을 시청할 수 있는 서비스를 의미합니다. 이러한 OTT 서비스는 초고속 인터넷이 본격적으로 보급되면서 성장했습니다. 끊기지 않는 빠른 인터넷 속도가 보장되어야 영화와 드라마 등을 제대로 즐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OTT 서비스는 2000년대 중후반부터 등장하기 시작했는데, OTT 서비스의 절대강자 넷플릭스도 2007년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4G LTE의 발전

하지만 OTT 산업 성장의 변곡점은 스마트폰의 대중화와 4G LTE 환경의 등장부터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아이폰의 화려한 데뷔 이후 스마트폰이 우리 손에 쥐어지게 되었고, TV, 데스크톱을 대신해서 언제 어디서나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하드웨어적 환경이 만들어졌습니다. 게다가 4G LTE가 본격적으로 보급되면서 스마트폰으로도 끊김 없이 언제 어디서나 실시간 스트리밍이 가능해졌습니다. 스마트폰과 3G 환경이 결합하면서 트위터,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 미디어(Social Media) 기업들이 시장에 붐을 일으켰다면, 4G LTE 환경에서는 넷플릭스와 유튜브(YouTube)와 같은 영상 콘텐츠 플랫폼 기업들이 라이프 스타일을 지배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OTT 시장의 절대강자, 넷플릭스


넷플릭스는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OTT 산업의 절대강자라고도 불립니다. 2016년 1월 한국에서 정식으로 서비스를 출시하고, 2017년 봉준호 감독의 <옥자>가 넷플릭스를 통해 배급되자 국내 주요 배급사들이 배급을 보이콧하면서부터 대중들에게 넷플릭스가 각인되었습니다. 이후 넷플릭스는 한국 시장에서 끊임없이 성장하면서 <킹덤>, <미스터 선샤인> 등의 한국 드라마에 투자하기도 하였습니다.


넷플릭스 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스(Reed Hastings)

넷플릭스는 1997년 리드 헤이스팅스(Reed Hastings)가 설립하였으며, 처음에는 비디오/DVD 대여 사업으로 시작하였습니다. 당시 미국에는 블록버스터(Blockbuster)라는 엄청난 규모의 비디오/DVD 대여 업체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는데, 그 영향력은 패스트푸드 업계로 따지면 맥도날드 정도였다고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블록버스터에도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는데 바로 연체료였습니다. 블록버스터는 비디오/DVD가 반납일을 넘겼을 때 하루 1달러의 연체료를 부과했는데, 그러지 않으면 다른 고객들이 비디오/DVD를 빌리지 못 하는 문제가 생기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사용자들은 연체료에 불만을 가졌고, 실제로 리드 헤이스팅스는 블록버스터에 40달러 연체료를 지불한 이후, 차라리 연체료 없는 월정액 비디오/DVD 대여 서비스를 본인이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합니다.


Blockbuster vs. Netflix

넷플릭스는 블록버스터와는 달리 고객이 원하는 작품을 배송해주는 방식을 택했고, 고객이 비디오/DVD를 반납하지 않으면 다음 작품을 받을 수 없게 하는 방식으로 재고를 관리했습니다. 즉, 한 달 동안 정해진 금액을 내고 무한히 많은 비디오/DVD를 빌려볼 수도 있지만, 하나의 작품만 죽어라고 볼 수도 있는 것입니다. 연체료 없는 이러한 혁신적인 유통 방식으로 비디오/DVD 대여 시장의 판을 바꾼 넷플릭스는 손쉽게 고객을 확보할 수 있었고, 블록버스터는 사양길을 걷게 됩니다. 결국 시대의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블록버스터는 2010년 사업을 종료하게 됩니다. 넷플릭스가 블록버스터를 이길 수 있었던 데에는 더 많은 전략이 있지만 여기서는 이 정도로만 언급하도록 하겠습니다.


2007년은 넷플릭스에 또 다른 변환점이 되는 해였습니다. 최초로 월정액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한 것인데, 이미 성공적인 기업이었지만 이후 넷플릭스는 경이로울 정도라고 할 수 있을 만큼 폭발적으로 성장하였고, 미국의 기업에서 전 세계의 미디어를 지배하는 기업이 됩니다. 현재 넷플릭스는 유료 회원 수 1억 3000만 명, 시가총액 1530억 달러(173조 원)의 거대 기업으로 성장하였습니다. 2018년에는 세계 최대 미디어 기업인 디즈니와 굴지의 컴캐스트(Comcast)의 시가총액을 잠깐 뛰어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습니다. 수많은 OTT 기업 중에서도 넷플릭스는 어떻게 이렇게 빨리 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을까요? 다양한 요인이 있겠지만 넷플릭스의 성공 비결은 크게 두 가지로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오리지널 시리즈


넷플릭스 성장의 일등 공신은 오리지널 시리즈 제작에 있습니다. 경영학적 관점으로 보았을 때 기업이 충성고객을 만드는 좋은 방법의 하나는 다른 경쟁 업체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재화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가령 많은 사람이 이마트에 가는 이유가 롯데마트나 홈플러스에는 없는 노브랜드(No Brand)와 피코크(PEACOCK)를 사러 가는 것처럼 말입니다.


넷플릭스는 왓챠 플레이, 훌루(hulu) 등 다른 경쟁 스트리밍 서비스에서는 제공하지 않고 오직 넷플릭스에서만 볼 수 있는 오리지널 시리즈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게 너무 많습니다. 그리고 그 콘텐츠의 질도 정말 뛰어납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가 본격적인 주목을 받은 계기는 2013년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인데, 이후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 <블랙 미러>, <기묘한 이야기>, <루머의 루머의 루머> 등 수많은 인기 콘텐츠를 제작했습니다. 2018년에 제작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의 시간 총합은 약 1,500시간에 달할 정도라고 합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하우스 오브 카드>

넷플릭스는 단순히 양으로만 승부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성과 대중성을 갖춘 콘텐츠를 앞세운다는 것이 엄청난 강점입니다. 2018년 미국의 에미상 시상식에서 넷플릭스의 작품은 122개 부문 노미네이트, 23개 부문 수상으로 노미네이트 수 단독 1위, 수상 수는 HBO와 공동 1위를 달성하는 쾌거를 거두었습니다. 또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로마>는 2019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동상을 비롯해 3관왕을 차지했으며, 세계 3대 영화제라고 불리는 베니스 국제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블랙 미러>로 2017년 69회 에미상 2관왕을 한 찰리 브루커(Charlie Brooker)

이렇게 넷플릭스가 수많은 양질의 오리지널 시리즈를 제작할 수 있는 이유는 엄청난 자본력에 있습니다. 2018년 넷플릭스는 연간 약 120억 달러(약 13조원)를 콘텐츠 제작비로 투자했습니다. 2016년 한국 방송산업 전체 매출이 약 15조 9000억이라는 점을 계산하면 엄청난 액수입니다. 이처럼 넷플릭스는 엄청난 수의 유료 회원으로 벌어들인 돈의 대부분을 다시 콘텐츠 제작비로 쏟아부으면서 더 많은 유료회원을 빠른 기세로 확대해 나가고 있습니다. 기존의 미디어 기업들은 넷플릭스만큼 엄청난 금액을 콘텐츠에 투자할 여력이 없습니다. 넷플릭스의 콘텐츠 투자액은 기존의 미국의 전통 미디어 강자 HBO의 3배 이상, 영국 BBC의 6배에 달하는 수준입니다.


넷플릭스의 기형적인 재무 구조

넷플릭스 대부분의 수익이 다시 콘텐츠 투자로 이어지는 기형적인 재무 구조 때문에 많은 투자자가 넷플릭스의 장래가 마냥 밝지만은 않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전략 때문에 전 세계의 전통 미디어 기업들이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넷플릭스는 한국 콘텐츠도 제작하기 시작했는데, 넷플릭스는 봉준호 감독의 <옥자>에 한국 영화 사상 최대 제작비인 580억 원을 투자했으며, 드라마 <킹덤>과 <미스터 선샤인>에는 각각 약 100억과 300억을 투자했습니다. 이러한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우는 넷플릭스는 자연히 미디어 강자로 자리매김했습니다.



2. 알고리즘 기반의 직관적인 큐레이션


넷플릭스는 데이터를 정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회사입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뿐만 아니라 고객의 취향을 바탕으로 영화를 추천해주는 시네 매치(CineMatch) 알고리즘이 고객을 끌어모았습니다. 2006년 넷플릭스는 ‘넷플릭스 프라이즈(Netflix Prize)라는 콘테스트를 개최하여 시네 매치의 정확도를 10% 개선하는 팀에게 100만 달러를 주기로 했습니다. 3년간 4만 개의 팀이 달려든 이 대회에서 많은 데이터 과학자는 상금보다 엄청난 양의 넷플릭스 데이터를 만질 수 있다는 것에 흥분하였는데, 넷플릭스는 이를 통해 혁신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넷플릭스 프라이즈 (Netflix Prize)

콘텐츠 제작에서도 넷플릭스는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가령 넷플릭스의 <하우스 오브 카드>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드라마로 유명합니다. 사용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데이비드 핀처(David Fincher)가 감독하고 케빈 스페이시(Kevin Spacey)가 주연을 맡은 오리지널 시리즈라면 성공하겠다는 결론이 나왔고, 이를 바탕으로 콘텐츠를 제작한 결과 엄청난 히트를 칠 수 있었습니다.


<The Atlantic>이라는 미국 잡지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영화를 7만 개가 넘는 장르로 분류한다고 합니다. 어떻게 이렇게 세부적으로 분류할 수 있을까요? 토드 옐린(Todd Yellin) 넷플릭스 제품 혁신 부사장은 신작이 입고되면 콘텐츠 팀이 일일이 감상한 후 해당 작품과 관련 있다고 생각되는 모든 태그를 매우 자세하게 입력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사용자가 처음 넷플릭스에 가입하면 자신의 취향에 맞는 콘텐츠 3개를 고르게 되는데, 3개의 콘텐츠에 붙은 태그를 바탕으로 컴퓨터 알고리즘이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찾습니다. 이후 사용자가 계속해서 서비스를 사용할수록 정교하게 취향 태그를 분석하면서 추천을 정교화시키는 방식입니다. 넷플릭스 알고리즘에 대해서는 기회가 된다면 추후에 다시 리뷰하도록 하겠습니다.



넷플릭스, 축복인가 위협인가?


넷플릭스의 등장으로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미디어 생태계가 급격하게 변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미디어 생태계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있던 지상파 방송사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는 18년 중반까지만 해도 국내 유료 가입자가 20만 명에 그쳤지만, IPTV(인터넷 TV) 사업자인 LG U+의 제휴로 4월 말 기준 가입자가 150만 명을 돌파하였습니다. 이제 사람들은 지상파 드라마와 예능이 아닌 넷플릭스에서 백억 단위의 액수가 투자된 콘텐츠를 시청합니다.


넷플릭스와 LG U+의 제휴

한국 영화도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습니다. 2017년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는 전통적인 CJ E&M, 롯데엔터테인먼트 등의 배급사를 통한 유통이 아닌 넷플릭스를 통한 공개를 선택했습니다. 대형 배급사와 상영관이 보이콧을 선언하여 화제가 되기도 하였는데, 엄청난 자본력을 앞세워 기존의 영화 유통 메커니즘을 바꿔놓은 넷플릭스의 행보는 앞으로도 계속 위협이 될 것입니다.


넷플릭스의 최초 한국 콘텐츠 <옥자>

이러한 넷플릭스의 위협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2018년 칸 국제 영화제는 극장 개봉작이 아니라는 이유로 넷플릭스 제작 영화들을 후보작에서 배제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유럽에서는 넷플릭스의 VOD 점유율이 80%를 넘어서고 있으며, 유럽연합은 OTT 사업 규제 법안을 발의하여 최소 30% 이상의 콘텐츠를 지역 내에서 제작하게 하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하였습니다. 프랑스나 독일은 OTT 사업자 수익의 일부를 세금 혹은 영화진흥기금으로 추징하기로 하였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미국에서도 마찬가지이며 넷플릭스 유료 이용자는 이미 미국 케이블 TV 유료 시청자를 뛰어넘는 일명 ‘cord-cutting’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넷플릭스는 우리 미디어 소비 환경에 정말 많은 변화를 가져다주었습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드라마나 예능 방영 시간이 되면 본방사수를 하려고 노력하였던 우리가 언제부터 스트리밍으로 언제 어디서든 시청하는 환경에 살게 되었습니다. 콘텐츠 제작의 절대 갑이었던 지상파 방송은 추락을 하였고, 그 자리를 어느 순간 스트리밍 서비스가 대체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넷플릭스를 위시한 OTT 서비스의 성장이 있지요. 미디어 콘텐츠의 경쟁은 콘텐츠 질의 향상을 가져왔지만 무시무시한 자본력을 앞세운 넷플릭스 앞에 속수무책으로 쓰러지는 유럽의 콘텐츠 산업을 보면 우리도 넷플릭스에 대항할 수 있게 많은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참고자료

1. 김기홍, [공공성으로 본 영화이야기] 2019년 넷플릭스와 디즈니의 대결과 공공성, 월간 공공정책

2. 조영신, 넷플릭스의 빅 데이터(Big Data), 인문학적 상상력과의 접점, KISDI

3. 박주영, 넷플릭스 성공 요인은?, 영화진흥위원회

4. 이옥원, 빅데이터로 성공 방정식 썼다… 스타벅스·넷플릭스, 매일경제

5. 조은혜, 한국 콘텐츠 시장을 흔들다, 넷플릭스(Netflix)의 '성공의 이유', smartPC사랑

6. 안갑성, 넷플릭스는 왜 `영화관` 없이도 성공할 수 있었을까,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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