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레미 Jan 18. 2020

CES에 나타난 대체육류 (2)

식물성 고기와 배양육의 미래

지난 글에서는 올해 CES에서 주목받았던 대체 육류 산업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그렇다면 이 대체 육류는 어떠한 원리로 생산되는 것일까요? 대체 육류는 크게 식물성 고기와 배양육으로 나뉩니다. 식물성 고기는 콩, 호박, 버섯 등에서 식물성 단백질을 추출해서 만듭니다. 물론 식물성 고기가 등장하기 전에도 콩고기라는 제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두, 콩 등의 남은 건더기로 만든 기존의 콩고기와 비교하면 식물성 고기는 맛, 향, 식감이 진짜 고기와 훨씬 비슷합니다. 식물성 고기 산업을 선도하는 기업 비욘드 미트(Beyond Meat)는 식물성 단백질을 가열, 냉각, 압축하는 과정을 거쳐 동물성 단백질 구조처럼 재구성하는 데 성공했고, 이는 고기와 비슷한 식감을 구현하는 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또 다른 식물성 고기 스타트업 임파서블 미트(Impossible Meat)의 식물성 고기에는 육즙까지 흘러나오는데, 헴(heme)이 이것의 비결입니다. 임파서블 푸드의 수많은 공학자, 요리사 등은 고기의 맛과 식감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오랜 기간 연구하고 고기를 분자 단위로 분석한 끝에 기존 고기의 맛과 식감의 비결이 헴이라는 것을 찾았습니다. 헴은 헤모글로빈에 있는 붉은 색소 분자로 철분을 함유하고 있는데, 이는 콩과 식물 뿌리에서도 추출할 수 있으며 임파서블 미트는 이를 맥주 효모에 주입해 발효해 생산합니다. 식물성 고기는 고기에 핏기를 띠게 하고 고기 맛을 나게 만드는 헴을 비롯해 식물성 단백질, 비타민, 코코넛 지방 등을 결합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물론 진짜 고기와 비교하면 맛이 떨어진다는 것이 중평입니다. 가격 또한 국내 판매가가 227g에 약 12,000원 정도로 같은 양의 한우보다 비싼 편입니다. 하지만 기술이 점점 발전하고 있고 수요가 가파르게 올라가는 이 추세에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면 생산단가가 낮아져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지난 편에서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대체 육류의 또 다른 종류인 배양육(cultured meat) 연구 및 산업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식물성 고기와 배양육의 가장 큰 차이점은, 식물성 고기는 식물성 단백질을 사용하여 고기의 맛과 식감을 만든 대체 육류인 반면, 배양육은 소, 돼지, 닭 등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하여 실험실에서 배양한 후 고기 색깔을 입혔다는 것입니다. 사이언스 타임스에 따르면 2013년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대 마크 포스트(Mark Post) 교수가 처음으로 배양육 햄버거를 선보였고, 2016년 미국의 푸드테크 업체 멤피스 미트(Memphis Meats)가 처음으로 배양육 미트볼을, 2017년에는 배양육 치킨과 오리 고기를 선보였습니다. 미국의 한 언론사가 실시한 블라인드 테스트에서는 이 배양육 미트볼을 맛본 사람들은 당연히 미트볼이라고 정도로 강한 고기 맛을 느꼈다고 말합니다. 만약 이 기술이 성공적으로 개발된다면 미래에 육류 산업은 직접 소, 돼지, 닭 등을 기르는 것이 아니라 현재 종자 산업처럼 육류 줄기세포를 종자처럼 판매하여 수익을 버는 구조로 가지 않을까 예상해봅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는 횡성 한우 줄기세포, 제주 흑한우 줄기세포 등을 실험실에 라이선스를 넘겨 배양육을 기르는 구조로 말입니다. 배양육 시장에는 포스트 교수가 설립한 모사 미트(Mosa Meat), 미국의 맴피스 미트(Memphis Meats), 저스트(JUST), 뉴에이지 미트(New Age Meats) 등이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첫 시제품은 1개에 2,500달러나 되었지만, 현재는 250달러까지 낮아진 상태입니다. 싱크탱크 좋은 음식연구소(The Good Food Institute)의 브루스 프리드리히(bBruce Friedrich)는 테드 강연에서 2020년에는 배양육이 시판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배양육을 실험실에서 만드는 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동물의 특정 부위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합니다. 이를 소태아 혈청(Fetal Bovine Serum)이 든 용기에 집어넣습니다. 줄기세포는 혈청을 먹으며 근육세포로 분화하고, 근육세포들이 뭉쳐 근육조직이 됩니다. 몇 주가 지나면 국수가락 모양의 단백질 조직이 만들어집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인공 배양육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 배양육 생산은 몇 가지 기술적인 문제점을 겪고 있습니다. 첫째, 세포를 배양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배양 기술이 많이 발전했지만, 아직까지도 치킨 너겟 한 조각을 만들려면 2주라는 시간이 걸립니다. 둘째, 배양육의 생산 비용이 매우 높습니다. 배양육 생산 비용의 80%는 소태아 혈청이 차지한다고 합니다. 앞으로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소태아 혈청을 대체할 물질을 개발하여 가격을 인하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합니다.


사견을 붙이자면, 대체 육류 성공의 관건은 결국 가격 경쟁력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사육을 통해 생산되는 고기, 우유, 계란 등의 식품들은 굉장히 성공적으로 대량 공급되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성공적인 체제를 단순히 환경 문제에 호소하는 방식만으로는 뒤집어엎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체 육류는 이들과 비슷한 혹은 낮은 가격을 제시하여야만 할 것입니다. 식물성 고기가 성공적으로 생산된다고 하더라도 기존의 육류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할 수 없다면, 기존의 육류 시스템에 타격은 줄 수는 있어도 기존의 동물 사육 시스템은 유지될 것입니다. 특히 개발도상국의 평균 소득이 높아지면서 육류 소비가 증가하면 저렴한 육류에 대한 수요는 점점 증가할 것이기 때문에, 현재 사육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식물성 육류의 가격을 기존의 육류보다 낮출 정도로의 기술 개발과 생산 라인 구축이 중요합니다. 식물성 고기가 성공적으로 가격 하락에 성공하더라도 소비자들의 계란, 우유 등 육류 부산물에 대한 수요 때문에 사육은 계속될 것입니다. 현재 대체 육류처럼 대체 계란, 대체 우유, 대체 어류 등이 활발히 연구 및 개발되고 있는데 부산물에 대한 대체제 역시 상용화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식물성 고기가 아닌 고기 본연의 맛을 추구하는 소비자들 역시 비싼 값이라도 지불하면서 고기를 계속 사 먹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배양육 역시 가격 경쟁력을 갖추어 시장에 합리적인 가격으로 안전하게 제시되어야 현재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동물 사육으로 인한 동물 권리, 안전성,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CES에 나타난 대체육류 (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