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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레미 Dec 08. 2019

Facebook 파헤치기

페이스북은 어떻게 성공했는가

여러분은 스마트폰을 쓰는 시간 대부분을 무엇을 하는 데 사용하시나요? 검색, 동영상 시청 등 다양한 목적을 가지고 시간을 보내겠지만, 생각해보면 우리가 꼭 어떤 목적을 가지고 스마트폰을 하기보다는 습관적으로 혹은 시간을 때우기 위해서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요즘은 유튜브가 우리의 무의식적 스마트폰 사용을 부추기는 주범이지만, 페이스북 같은 전통적인 소셜 미디어 역시 여전히 건재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페이스북이 광고판으로 변질되었다고 말은 하지만 전 세계 스마트폰 사용자의 대부분이 이 소셜 미디어를 아직까지 활발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은 역사상 사용자 1억 명을 가장 빨리 돌파한 다섯 개의 플랫폼 가운데 세 가지(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왓츠앱)를 소유하고 있을 정도로 우리의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페이스북이 어떻게 이렇게 거대한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연결 지향
재미, 트렌드 파악 등 페이스북을 사용하는 이유는 굉장히 다양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연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페이스북을 통해서는 오랫동안 연락이 끊겼던 친구와 다시 간단한 대화를 나눌 수 있고,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의 일상도 보면서 친밀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친하지 않은 친구라도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글을 통해 어떻게 살아가는지 알게 되면서 더욱 친밀감을 느끼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누군가는 인간의 가장 중요한 본성 중 하나가 사회성이라고 말합니다.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가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로 협력을 꼽았습니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남과 소통하고 의견을 나누고 함께 일하는 특성이 인류 문명의 발전을 일으켰고, 이것이 인류의 본성 중 하나라는 것입니다. 페이스북은 이런 인류의 본성을 매우 영리하게 건드렸습니다. 남과 소통하고 싶은 욕구를 무한으로 충족시켜주며, 사적으로는 그다지 친하지 않은 사람과, 심지어 단 한 번도 마주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볼 일 없는 사람과도 관계를 맺으면서 살아갈 수 있게 해 주니 말입니다.

2. 인정의 욕구: 좋아요의 미학
인간은 인정을 받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습니다. 타인과 함께 협력해 살아가는 인간은 타인의 시선에서 절대 초연할 수 없고, 항상 이에 영향을 받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그 인정의 욕구를 건드리는 것이 바로 ‘좋아요’입니다. 우리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사진 혹은 게시물을 올리면 아무런 고민 없이 올리는 경우는 드뭅니다. 보통은 타인이 어떻게 생각할지, 어떤 평가를 내릴지, ‘싫어요’를 받지는 않을지 등을 고민하고 글도 평소와는 다르게 맞춤법도 검토하면서 올립니다. 그리고 몇 개의 ‘좋아요’를 받을까 신경 씁니다. 좋아요가 10개에서 20개, 50개로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우리는 희열을 느낍니다. 그리고 이러한 것을 의식해 우리는 페이스북에 계속해서 접속하게 되고, 페이스북 피드에 뜨는 다른 콘텐츠를 소비하게 됩니다.

3. 갈망을 제시하는 페이스북
우리는 전통적으로 소비를 할 때 어떤 것을 사고 싶어 하는 욕구가 생기면 그것에 대한 정보를 탐색한 후 구매를 합니다. 그리고 구매 이후 평가를 내립니다. 예를 들어, 제가 영어 공부를 위해 영어 단어장을 구매하고 싶다면(인지), 여러 가지 영어 단어장을 알아보고(정보 탐색), 서점에 가서 가장 마음에 다는 단어장을 구매합니다(구매). 이후 공부를 하면서 이 단어장에 대한 평가를 내리게 되는 것입니다. 마케팅에서는 이러한 과정을 ‘Marketing Funnel(마케팅 퍼널)’이라고 부릅니다. 가장 영향력이 큰 것부터 인지, 정보 탐색, 구매, 지지 순입니다. 페이스북은 이 마케팅 퍼널에서 ‘인지’ 영역을 건드리고 있습니다. 스콧 갤러웨이 교수는 <플랫폼 제국의 미래>에서 소셜 미디어는 갈망을 제시한다고 말합니다. 친구가 유럽 여행을 한 사진들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면 우리는 유럽에 가고 싶다는 갈망을 느끼고, 페이스북에서 피부에 좋은 클렌징 오일을 보면서 구매하고 싶은 충동을 느낍니다. 갤러웨이 교수는, 구글이 상품이 어떤 것인지와 어떻게 얻을 수 있는지, 아마존은 상품의 구매 및 배송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면, 페이스북은 우리가 가지고 싶어 하는 그 '무엇'을 제시한다고 말합니다.

4. Size와 Target의 결합
전통적으로 마케팅에서 인지를 담당하는 것은 광고였습니다. 그리고 그 광고를 통한 마케팅의 규모(size)와 목표시장(target)은 양자택일의 문제였습니다. 즉 나의 상품을 연말 시상식 광고를 통해 보여주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면(size를 선택), 그 상품을 구체적으로 필요로 하는 타깃은 포기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내가 샴푸 광고를 KBS 연말 시상식 직전에 내보낸다면 수 만 명의 사람들이 보게 되겠지만, 그 샴푸를 정작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몇 명 되지 않을 것입니다. 반대로 구체적인 target에 접근한다면 size를 포기해야만 했습니다. 내가 샴푸를 정말 필요로 하는 target 집단이 탈모를 겪는 중년 남성과 여성이라면 탈모 제품을 판매하는 쇼핑 매장, 마트 등을 중심으로 마케팅을 해야 할 것입니다. Target은 매우 잘 잡을 수 있겠지만, size를 넓히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개인의 데이터를 활용하여 개인이 필요로 하는 제품을 모두 맞춤형으로 광고합니다. Targeting을 매우 잘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전 세계 15억 명을 대상으로 합니다. 역사상 마케팅에서 이런 일은 전혀 없었다고 합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소셜 미디어에서는 개인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올린 포스트의 성향, 좋아요, 개인 프로필, 친구 관계, 검색 기록 등을 근거로 우리의 성향을 파악하고 우리에게 맞춤형 광고를 하는 것입니다.

5. 엄청난 양의 데이터
방금 얘기했듯이 페이스북에는 사용자들이 자발적으로 엄청난 양의 개인정보를 내놓고 있습니다. 개인정보 유출에 매우 민감해하고 이를 비판적으로 보는 사람도 있지만, 오늘날의 사람들은 개인정보 유출을 일상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어 보이지는 않습니다. 스콧 갤러웨이 교수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사용자 등록과 데이터 처리 및 반복을 현금화하면서 살아가는 기업입니다. 우리가 어떤 클릭을 하는지 등을 통해 페이스북은 엄청난 양의 개인정보를 얻어내고 있습니다. 이에 반면 20세기의 강자였던 TV 프로그램과 신문은 양질의 정보를 제공함에도 사용자로부터 처음 등록한 주소 이외에는 아무런 정보를 얻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기존의 미디어 기업들은 이 싸움에서 철저하게 패배만 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페이스북의 문제점


1. 개인정보 문제
페이스북은 예전부터 정치권을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개인정보 유출의 비난을 받아왔습니다. 2018년 마크 저커버그는 미 의회에서 청문회를 가지기도 했습니다. 페이스북이 엄청난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는 것은 굳이 강조해도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또 많은 사람들이 데이터 유출에 대해 둔감해하고 있는 사실 때문에 이는 우리가 페이스북으로부터 얻는 서비스에 대한 대가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사용자들의 개인정보 관리에 소홀하다는 비판을 꾸준히 받아오고 있으며, 최근에는 환경(Environment), 사회적 책임(Social Responsibility), 지배구조(Governance)의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들로 구성된 미국 스탠다드푸어스(S&P)의 ESG 지수에서도 퇴출당했습니다.

2. 사회 양극화: 맞춤형 정보 편향성 지향
페이스북은 우리의 모든 것을 알고 있습니다. 소셜 미디어 특성상 우리 삶의 빛나는 부분만 보이기 때문에 이들이 얻는 정보가 과연 정확할까라는 의문을 가지는 사람도 있지만, 사실 우리 가족 친구들보다도, 어쩌면 우리가 우리 자신을 아는 것 보다도 훨씬 우리를 잘 알지도 모릅니다. 페이스북의 알고리즘은 우리의 성향에 맞게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특히 우리의 정치적 편향성을 매우 세부적으로 분류합니다. 예를 들어 제가 '정의당'에 좋아요를 하고 있거나, '유시민'과 같은 진보 인사에 '좋아요'를 한다면 분명 페이스북은 저를 정치적 진보 성향으로 분류할 것입니다. 또한 제 전공이 '사회학'이라면 LGBTQ를 지지하는 진보주의자로 분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문제는 이런 방식으로 사람들의 정치적 편향성을 알아낸 뒤 계속해서 급진적인 내용에 좋아요를 누를 때까지 피드를 도배한다는 사실입니다.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에 따르면 사람들은 정치적 패러다임이 이미 잡혀있고, 진보적 내용 보수적 내용을 자신의 패러다임에 맞게 해석합니다. 예를 들어 제가 진보주의자라면 아무리 보수에서 통계에 기반해 진보 진영의 논리를 반박해도 다른 꿍꿍이가 잊지 않을까 의심하지만, 진보에서 의심쩍은 얘기를 하는 경우 비교적 의심 없이 받아들인다는 것입니다. 즉 사람들은 자신의 편향성에 맞추어 내용을 편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의 특성상 진보주의자들이 진보적인 내용을 계속해서 받아들이게 하는 이러한 페이스북의 알고리즘은 사람들의 정치적 편향성을 극대화시킬 가능성이 큽니다. 다양한 주제를 바탕으로 이성으로 판단하게끔 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편향성을 기반으로 그 편향성을 더욱 굳건히 하는 데에 몰두한다는 것입니다.

3. 미디어로서의 책임감
더 큰 문제는 페이스북에 개제된 많은 콘텐츠들이 사실 여부를 따지지 않고 올려진다는 것에 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편향성에 맞는 정보들을 무한으로 받아들이지만, 이 정보들이 과연 진실인지에 대한 검토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페이스북은 이에 대해 자신은 플랫폼이지 언론이 아니라고 발뺌합니다. 오히려 정보에 대한 검열의 위험성을 지적하는데, 페이스북이 이러는 이유는 수익에 있습니다. 페이스북이 정보를 검열하기 시작하면 극단주의자들이 옹호하는 콘텐츠의 삭제를 의미하고 이는 곧 사용자 이탈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또한 미디어를 검열하는 데 있어서 인력의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이 때문에 페이스북은 가짜 뉴스 검열을 위해 인공지능을 사용하는데, 허무맹랑한 가짜 뉴스가 아닌 교묘하게 조작되거나 왜곡된 내용을 담긴 콘텐츠는 검열할 수가 없어서 개인적으로 문제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페이스북의 또 다른 문제점은 소위 황색언론이라고 불리는 미디어들의 신뢰성을 높여준다는 것입니다. 예전에 황색언론은 그들이 제공하는 정보 채널에 단독적으로 게시되었지만, 이제는 <뉴욕타임스>, <파이낸셜타임스>와 같은 공신력 있는 신문과 타블로이드가 함께 놓인다는 데에 문제가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기존의 공신력 있는 미디어들이 추락하고 수익 문제가 생기면서 공신력 있는 미디어 콘텐츠 제공에 대한 문제점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4. 엄청난 규모의 인수
페이스북은 작은 스타트업으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미국 시가총액 5위 안에 들어가는 엄청난 기업이 되었습니다. 페이스북은 2012년 인스타그램, 2016년 왓츠앱을 인수하면서 그야말로 소셜 미디어를 장악하게 되었고, 2012년 오큘러스 인수를 시작으로 가상현실 사업에도 뛰어들었습니다. 미래의 미디어는 모바일 화면으로 소통하는 것이 아닌, 가상현실을 통해 이루어질 것이라는 예측 때문입니다. 페이스북은 마음만 먹으면 작은 스타트업은 무너뜨릴 돈과 인력이 넘칩니다. 이는 단순히 페이스북 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스타트업들의 꿈이 독립된 회사로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페이스북과 같은 거대 기업에 인수되는 것이 되어버린 현실에서 혁신은 거대 기업의 전유물이 되어버리지는 않을지 걱정입니다.

FAANG으로 분류되며 시가총액 최상위를 달리고 있는 페이스북이지만 이와 같이 많은 논란들이 있습니다. 현재. 페이스북은 이외에도 가상화폐 리브라와 관련해 엄청난 논란을 겪고 있는데 이는 다음에 포스팅하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 페이스북의 행보는 계속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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