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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레미 Jan 18. 2020

CES에 나타난 대체육류 (1)

대체육류는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인가?

최근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세계 최대 IT·가전 박람회인 CES(Consumer Electrics Show) 2020이 열렸습니다. 매년 CES에서는 많은 기업들이 자사의 획기적인 기술을 소개하고 이번에도 삼성 전자, 구글 등 글로벌 기업들이 대거 참여하였습니다. 이번 CES에서 제 눈길을 끌었던 기술 트렌드는 대체육류였습니다. 특히 이번 CES에서 대체육류를 판매하고 있는 미국의 스타트업 임파서블 푸드(Impossible Foods)가 대체육류로 만든 샌드위치를 주면서 많은 주목을 끌었습니다. 그렇다면 왜 세계 최대 IT 가전 박람회에서 느닷없이 대체육류가 등장한 것일까요?

최근의 기술 트렌드를 보면 전자기기 및 소프트웨어가 끊임없이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하고 있지만,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조용히 성장하고 있었던 산업이 바로 푸드테크(FoodTech) 산업입니다. 푸드테크란 음식과 관련된 기술을 의미하는데, 이 푸드테크에서 최근 대체육류 산업이 엄청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대체육류란 ‘가짜 고기’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대체육류는 크게 식물성 고기와 배양육으로 나눌 수 있는데, 아직 배양육은 상용화되기에는 멀었지만 현재 식물성 고기는 상용화되고 있습니다. 맛과 식감은 소고기, 돼지고기 등과 같지만 동물성 단백질이 아닌 콩, 대두와 같은 식물로부터 추출한 식물성 단백질만을 사용하였고, 오늘날 대부분의 육류에 들어있는 글루텐, 동물 호르몬, 항생제 등이 첨가되지 않아 기존의 고기보다 훨씬 건강하다는 평을 받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대체육류 산업을 이끌고 있는 미국의 대표적인 기업이 비욘드 미트(Beyond Meat)와 임파서블 푸드(Impossible Foods)입니다.

비욘드 미트는 열정적인 동물운동가이자 연구원이었던 이선 브라운(Ethan Brown)에 의해 2009년 창립된 기업입니다. 이후에도 기술하겠지만 현재 소, 돼지, 닭을 양육하는 방식은 환경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동물의 권리 문제가 대두될 만큼 열악한 환경에서 길러집니다. 이렇게 도축되는 동물의 삶을 개선하는 것과 더불어 사람들에게 건강한 고기를 공급하기 위해 비욘드 미트는 설립됩니다. 이후 빌 게이츠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에 의해 투자를 받으며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으며, 2019년 나스닥에도 상장을 했고 시가총액이 약 67억 달러(약 8조 원)에 달합니다(2020.01.18 기준). 비욘드 미트의 경쟁사인 임파서블 푸드는 스탠퍼드 대학교 분자생물학 교수였던 패트릭 오 브라운(Patick O. Brown)이 2011년 창업했으며, 2016년 7월 첫 제품 임파서블 버거를 출시하였습니다. 임파서블 푸드 역시 빌 게이츠, 구글 벤처스 등의 수많은 투자자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으며 대체육류의 미래를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임파서블 푸드의 식물성 햄버거 패티는 미국 버거킹을 비롯해서 홍콩과 싱가포르 등 전 세계 1만 7000여 곳의 패스트푸드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습니다. 창업자이자 CEO인 패트릭 브라운은 2035년까지 전 세계 식량 공급 체인에서 도축 육류를 없애는 것이 목표라고 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채식주의자들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인데, 대체육류는 이러한 채식주의자 및 종교적인 이유로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이슬람교도의 환영을 받고 있습니다. 또한 육식을 하면서도 마음 한 편으로 환경적인 요인 때문에 걱정을 하던 사람들에게 훌륭한 대체제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대체육류가 이렇게 빠른 시간 안에 각광을 받으면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대체육류가 전 세계 환경오염의 주범인 육류 생산을 막을 수 있는 훌륭한 대안이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육류 생산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훨씬 심각합니다. 영국의 싱크탱크 채텀하우스(Chatham House) 등이 육류 및 낙농제품 소비와 기후변화 간 관계를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세계의 농토 약 3분의 1이 동물 사료 재배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유럽연합 27개 회원국의 밀 생산량 45%가 사료로 쓰이고, 전체 사료의 30%는 수입되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개발도상국의 육류 소비 추세가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상황을 이대로 방치할 경우 지구 기온을 산업화 이전보다 2도 이내 상승으로 억제한다는 유엔 목표 달성은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가축 사육 그 자체 역시 엄청난 환경적인 악영향을 끼치는데, 이는 다른 식량에 비해 토지와 물 등을 매우 비효율적으로 사용하여 삼림 벌채, 주거지 파괴, 생물 멸종 등을 초래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전 세계에는 소가 15억 마리가 있는데, 이들의 방귀와 트림을 통해 배출하는 메탄가스는 이산화탄소보다 온실가스 효과가 23배나 높고, 이들의 배출량이 연간 1억 톤에 이릅니다. 또 소 1kg을 생산하는 데에는 물 617kg이 필요하며 온실가스 배출량은 5배나 많습니다. 소가 끼치는 환경오염의 영향이 가장 심각하지만 돼지와 닭이 끼치는 영향 역시 엄청납니다. 영국 레스터 대학 팀은 학술지 ‘영국 왕립 오픈 사이언스’에 전 세계에 길러지는 닭의 개체수가 230억 마리 정도가 된다고 밝혔으며, 2017년 통계청은 전 세계 양돈 농가에서 사용되는 돼지는 9억 6000만 마리로 추정했습니다. 이처럼 엄청난 양의 육류들은 좁은 공간에서 항생제, 스테로이드 등의 약물을 투여받으며 사육되고, 이들의 사체 및 배설물은 환경오염의 주범이 되며 유행성 전염병을 만들기도 하는 등 환경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이처럼 환경오염의 주범이 되는 육류 생산을 저지할 수 있는 대체육류가 각광받는 것은 환경보호를 생각하는 세계적 추세를 따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혹자는 이러한 움직임에 육류를 도축하고 있던 대기업들의 반발을 예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미국의 대형 육류 기업들은 로비를 통해 대체육류 움직임을 저지하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대체육류 시장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며 뛰어들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국 육류 기업을 주름잡고 있었던 타이슨(Tyson Foods), 스미스필드(Smithfield Foods), 홀맬(Hormel Foods), 퍼듀(Perdue Farms), 네슬레(Nestle) 모두 대체육류 생산에 뛰어들었으며 이미 미국 슈퍼마켓에 식물성 단백질 버거, 미트볼, 치킨너겟 등을 내놓고 있습니다. 또한 뉴욕타임스는 2030년까지 대체육류 산업의 규모는 최대 850억 달러(약 99조 4500억 원)까지 성장할 수 있다고 내다보았습니다. 실제로 업계들은 대체육류 산업을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고 판단하며 식물성 단백질 대체육류를 내놓고 있고, 도축된 고기와 식물성 단백질을 합성한 육류 제품도 출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육류 거대기업들이 함께 대체육류 산업을 육성하여 비욘드 미트와 임파서블 푸드와 같은 스타트업을 흡수하려는 전략이 아닌가라는 의심의 눈초리도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 대형 석유 기업들이 예전에 친환경업체들을 인수하고 그들의 사업을 중단하는 일이 있었던 것을 고려하면 비합리적인 의심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들 대형 유류 기업들이 몇 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이 사업에 투자를 해왔다는 점, 대체육류에 대한 분명한 소비자들의 수요가 있다는 점,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들 비욘드 미트 및 임파서블 푸드와 같은 대체육류 스타트업이 매각 의사가 전혀 없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대체육류 산업은 대기업의 참여와 함께 점점 커져갈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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