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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 경 Apr 10. 2024

기대하되 기대하지 않는 삶

문장록 #2


https://pin.it/3ccQ2Xj


✦ 중년게이머 김실장 [돈이 될까? 라는 생각으로는 시도할 수 없는 것]


“대부분의 게임사들이 가성비가 안 맞다는 이유, 효율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대충 만들거나 그냥 있기만 한 케이스로 그냥 넘어가는 영역, 스킵되는 영역인데, (=게임 스토리) 어마어마한 리소스와 비용과 시간을 들여서 도전을 한 거지. 근데 그렇게 만들어진 콘텐츠를 접할 때 어떤 마음을 갖느냐?” ”’아니, 이걸 이렇게까지 공들여 만든다고?’ 그 생각이 먼저 들었는데, 이렇게까지 만든 걸 보니까 감동이 오는 거야.” ”비효율에서 오는 감동인 거지. 효율 이런 걸 떠나서 이 사람들이 정말 공을 들여서 만들었다는 걸 알게 되니까 더 큰 감동이 오는 거야. 그냥 돈 벌려고 만들었다기보다는 그야말로 감동을 주기 위해서 만들었다는 생각이 드니까.” ”그래서 그 생각이 들었어. 아, 감동이라는 건 비효율에서 나오는 거구나. 효율을 따져서 감동이라는 걸 받기가 되게 힘들겠구나.” ”비효율이 감동을 만들고, 감동을 준 게임들이 오랜 시간 유저들에게 기억된다는 얘기지.”


✦ 썸원레터 [클라쓰의 차이는 어디서 나오나?]


[주니어가 일잘러가 되기 전에]

(…) 커리어 초기에는 아무리 좋은 영감을 얻더라도, 그저 생각으로만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그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에겐 ‘일잘러가 되기 보다는, 누군가의 성공에 기여하는 사람부터 되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를 하곤 하는데, 커리어 초기에는 단순히 스킬을 배우는 것보다는 흔히 말하는 ‘팔로워십’을 제대로 가지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성공이나 성장을 갈망하기 전에, 먼저 누군가의 성공에 기여하는 것. 어찌 보면 수동적이고 우둔해 보일 수 있는 말이지만, 그 과정을 돕다 보면 배우게 되는 것들도 있다. (…) 설령 그 기여가 성공으로 결실을 맺지 못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배우는 것들도 있다. 누군가의 성공을 돕다 보면, 본인이 차마 생각하지 못했던 디테일들을 알게 되고, 그렇게 시야가 넓어질 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경험과 네트워크도 쌓이게 되니까본인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부분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지도 명확하게 알게 되고. (…) 참으로 아이러니하지만, 모두가 자신의 이익만을 쫓는 이 광활한 세상에서, 다른 사람의 성공을 위해 기여하는 것이 어쩌면 모든 일의 시작이자 기본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어쩌면 이러한 생각에서부터 ‘사회’나 ‘조직’이라는 네트워크가 만들어졌는지도 모르지.


✦ 소얀 [밑줄일기 : 문득 조바심이 들 때]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촉을 세우길 바라요. 우선 이 직장에서 만족한다는 것 자체가 처우뿐 아니라 내가 잘 맞는 일을 하고 있는지, 일을 잘 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해주는 곳인지 생각해 보시길 바라요. (…) 지금 손에 넣은 안정감도, 생각보다 깨지기 쉬워요. 업황은 생각보다 자주 바뀝니다. 어떤 회사에 다닌다는 것이 더 이상 안정을 보장해 주지 않습니다. 그런 불안정 속에서 우리는 내가 가진 커리어로 오래오래 살아남을 수 있는 실력을 갈고 닦아야 합니다. (…) 물론 체제가 잘 잡힌 회사에 다니면서 배울 수 있는 점이 많다는 생각은 들지만, 그럼에도 내가 있는 자리에서 배울 수 있는 걸 배우겠습니다. 나는 일하기 좋은 회사에 있는지, 나에게 맞는 자리에 있는지 주기적으로 점검해보세요.


✦ 오렌지레터 [10월 3주 : 사랑하는 순간을 단어로 만든다면]


sobremesa(소브레메사, 스페인어): 함께 식사를 마친 뒤에 아무도 자리를 뜨지 않고 빈 접시를 앞에 둔 채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

sturmfrei(슈투름프라이, 독일어): 아무도 지켜보는 사람 없이 집에 혼자 남아,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자유

esprit de l’escalier(에스프리 드 레스칼리에, 프랑스어): 계단을 내려오면서 떠오르는 농담, 대화를 마친 뒤에야 아까 어떻게 대답했어야 하는지 이해되는 느낌

cafune(카푸네, 포르투갈어): 사랑하는 사람의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부드럽게 빗어 내리는 일


단어를 하나씩 읽어보며 저도 그런 순간이 있었는지 떠올려보고, 저는 지나쳤던 장면을 누군가는 포착해서 언어화한 것에 감탄했습니다. 개인의 경험이 한 사람에게 맺혀있지 않고 당시 느꼈던 감정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은 마음, 그런 마음이 반복적으로 여럿에게 오가면서 단어가 만들어졌을 테니까요.


✦ 썸원레터 [때로는 지루한 순간 속에도 자신을 던질 수 있어야 해요!]


[저절로 넓어지는 네트워크나 경험 같은 건 없어요!]

한 개인의 네트워크는 자신이 움직인 만큼 넓어집니다. 가만히 혼자 있어도 저절로 넓어지는 네트워크 같은 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아요.


✦ 박연준 [인생은 이상하게 흐른다]


12p. 이러저러한 일들. 그건 삶의 축약이자, 시간의 외투가 될 수 있는 말이다. 시간은 웬만하면 외투를 벗고 싶어하지 않는다. 외투를 벗으면 많은 것들이 함부로 쏟아져나올 수 있으므로.


✦ 이승희 [별게 다 영감]


3p. 꺼내지 않을 뿐, 누구나 자신만의 생각을 갖고 있다. 어떤 식으로든 내 생각을 꺼내 보여줘야 나라는 존재를 더 단단하고 뾰족하게 만들어갈 수 있다. 내가 던진 말들이 영감의 주파수가 맞는 사람들을 만나 더 나은 생각으로 발전하는 것을 보는 즐거움은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다. 일상적 기록은 나에 대한 증거가 되기도 한다. 하루하루는 지나치면 무료하다. 그러나 기록한 후에 들여다보는 하루하루는 특별하다. 기록이 나만의 언어를 만들고, 내 생각과 뜻을 알리게 하는 것이다. 모두가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는 시대에 내가 생각하는 크리에이터란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사람이 아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꺼낼 수 있는 사람, 자기 생각으로 일을 만들 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크리에이터가 아닐까.


7p. “어디서 영감을 얻으세요?” 영감의 시작은 떠들썩한 ‘호들갑’으로부터. 뭉툭한 것을 뾰족하게 다듬는 것은 태도에서 시작된다고 믿는다. 태도라 말하니 뭔가 거창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다른 말로 하면 ‘사소한 것을 위대하게 바라보는 힘’이다. 이런 태도를 가진 사람만이 영감을 얻는다.


✦ 그랑핸드 단편 에세이 [낡은 서점의 경이]


�️  이렇게 거창하지는 않을지라도 내가 문장을 수집하는 이유가 어떤 면에서 비슷하다고 느꼈다.

ㄴ 공간의 힘을 더 믿게 되는 요즘. 내가 어떤 공간에 매력을 느끼는지 어렴풋이 알고 있으나 말로 정의 내리지 못하고 있었는데 ‘멸균 처리된 백색의 공간’과 ‘한 사람의 공고한 영향력이 두드러지는’이라는 표현 덕분에 그것(내가 매력을 느끼는 공간)에 대해 나름대로 정의해볼 수 있을 것 같다.


✦ 글랜스레터 [워크워크: 직원들의 ‘옷’은 브랜딩의 시작]


요즘 힙한 브랜드가 많습니다. 때로는 그게 허상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멋있지만 기억에 남지는 않죠.


�️ 이효리와 이찬혁의 대화가 떠올랐다. ‘어느새부터 힙합은 안 멋져.’ 이효리는 힙합 말고도 멋지지 않은 게 많다고 하며 이찬혁의 가사에 공감하고, 그가 대단하다고 말했다. 이찬혁은 그 가사에 대해 ‘시대에 던지는 메시지라고 생각했다.’ ‘.힙합이나 장르라기보다는 모든 게 빠르고 유행처럼 지나가고 그런 것들 속에서 멋진 걸 찾기가 되게 힘들다.’고 말했다. 나로서 살아가는 것의 중요성. ‘오늘 되게 나다웠다’고 말할 수 있는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에 대한 욕구가 생겼다.


✦ 밑미레터 [지금 무엇을 기대하나요?]


* 기대가 위험한 이유

기대는 미래에 일어날 일을 통제하려는 욕구에서 출발해요. 이미 내 머릿속에 일어나야 하는 것들이 그려져 있기 때문에, 바로 지금 현재에 일어나는 일과, 내 머릿속에 만들어 내고 있는 드라마를 끊임없이 비교하게 만들어요. 시야가 내 머릿속에 만들어놓은 드라마로 한정되기 때문에 존재하는 가능성과 기쁨의 가능성을 닫아버리고 현재에 온전히 집중하게 되죠. 기대는 내 머릿속에 만들어 놓은 기준으로 타인의 행동을 평가하게 만들어 버리고, 우리의 관계를 매우 조건적으로 만들어 버리죠. 미래의 무언가를 담보로 한 조건부 관게는 아슬아슬한 줄타기처럼 결코 서로의 안에서 편안함을 느낄 수 없어요.


 * 기대하되 기대하지 않는 삶

기대가 없는 삶이야말로 현재가 주는 삶의 선물을 온전히 누릴 수 있는 삶이에요.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기 때문에 삶에서 일어나는 그 무엇이든, 관계에서 벌어지는 그 어떤 일이든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죠. 기대하되 결과나 실제로 벌어지는 일에 대해서 집착하지 않는 초연함은 기대가 주는 괴로움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 될 수 있어요. 기대를 내려놓는 것이 괴롭다면, 기대가 충족되지 않았을 때 괴로워하고 실망하는 나의 마음을 먼저 알아차려 보세요. 나의 괴로움이 사실은 기대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이 기대를 내려놓고 초연한 마음으로 건너갈 수 있는 시작이 될 테니까요.


✦  썸원레터 [텍스트를 읽는 건 창의성을 키우는 ‘최고의 무기’입니다!]


* 인생에서 거둘 수 있는 가장 큰 성공은 ‘텍스트’에서 나와요! “모든 텍스트에서 얻는 영감은 (단순히) 방법을 얻는 게 아니라, 감정과 이성을 포괄하는 지혜를 얻는 거예요.” 

* 너무 창의적이면, 오히려 외면받을 수 있어요! 사람들은 자신이 과감하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반긴다고 말은 하지만, 실제로는 거부한다. (…) 우리는 일터에서 안전하고 확실하다고 느껴지는 아이디어를 훨씬 더 선호한다. (…) 우리 스스로는 참신함을 갈망한다고 믿지만, 실제로 우리가 선호하는 것은 ‘익숙함’이다.


✦ 안진훈 [창의성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상황이 어려워질수록 더욱 빛을 발하는 것이 인간의 창의성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자신의 뇌를 창의적으로 만들 수 있을까? 첫째, 외부 자극에 대한 ‘지적 감수성’을 키워야 한다. 긁을 읽을 때 단순히 지식과 정보를 얻는 읽기가 아닌 자신의 뇌를 변화시키는 읽기를 권하고 싶다. (…) 따라서 독자는 글을 읽을 때 저자가 자신의 생각을 어떻게 글자로 암호화했는지를 역으로 추적해서 암호를 해독해 문자 속에 갇힌 저자의 생각을 탈출시켜야 한다. 그렇게 하면 글을 대할 때마다 지적 감수성이 좋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둘째, 뇌에 ‘구조적 인지자극’을 줘야 한다. 뇌에 가장 강렬한 자극은 무엇이든 직접 체험을 하는 것이다. 셋째, 이렇게 글을 읽으면 강력한 인지자극이 일어나 뇌 속에 지적 폭풍이 분다. (…) 그 순간 밀려오는 것이 ‘지적 감동’이다. 이때 뇌가 도파민 세례를 받으면서 엄청난 지적 쾌감을 느끼고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성취감이 몰려온다. 넷째, 지적 감동은 ‘지적 중독’으로 이어진다. 지적으로 중독되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주도적으로 과제에 매달린다. 이것이 바로 열정이다.


✦ 이지영의 대중문화와 철학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온 우주를 걸고서라도]


아무리 편을 갈라서 싸워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때, 자신이 맞다는 확신에 가득 찬 이들의 싸움이 어떤 것도 해결하지 못할 때, 우리는 사실 그 싸움 자체가 갈등을 해소하기보다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분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목표를 잃은 싸움. 이때 필요한 것은 분노가 아니다. 우리의 마지막 희망은 다정함일 수밖에 없다. 다정함은 그 모든 갈등을 잠깐이나마 멈추고, 우리가 무엇을 위해 싸우고 있었는지 돌아보게 만들기 때문이다.


“조간신문과 저녁뉴스가 들려주는 사건, 사고 소식에는 인간의 잔인함이 넘쳐나지만, 진화의 역사에서 살아남은 종들 중에서 가장 다정하고 협력적인 종이 바로 우리 인간이다.”, 최재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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