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예술가를 꿈꾸며
나는 그림을 그리며 먹고살고 싶었다.
한 마디로 예술가로서 부족함 없이 살아가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인생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걸 알지 않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 결국 예술과 상업의 시소를 타며 그림과 관련된 직업을 갖게 되었다.
나만의 스타일, 화풍을 가지고 이것저것 자유롭게 그렸던 때가 있다.
그때는 호기롭게 그림을 그려 돈을 벌었었기 때문에 매일 열정을 가지고 그림을 그렸던 것 같다.
지금은 클라이언트 잡(Client job)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때의 자유가 그립기도 하다. 표현의 자유란 온전히 내 것을 그릴 때 비로소 빛을 발하는 것 같다. 그때는 잘 몰랐던 것들을 시간이 지난 후에야 알게 되는데, 인생에 있어 다 비슷한 맥락인 듯싶다.
어찌 됐건 나는 그림을 더 이상 그리기 어려워지는 시기가 왔었다.
난 서울에서 지방으로 돌아온 이후 수요와 공급에 대한 시장성과 기회와 발견의 부재를 통해 포기해야 할 것들이 많았다.
요즘같은 때엔 천재도 운이 따라야 하는 시대고 노력도 필요한 시대다. 천재도 아니고 스타 예술가도 아니지만 좋아하는 일을 시작하며 다가온 현실에 한 번 더 도전해 보지 못한 게 아쉬웠다. 너무 빨리 포기한 건가 싶기도 하고..
그때는 생각해 보면 자영업자의 시초였는데 돈을 잘 버는 달이 있다면 못 버는 달이 있다는 걸 이해하지 못했다. 노동의 대가로 항상 월급을 받았기에 그런 부분을 받아들이기 어려웠고 이겨내지 못했다.
결국은 좋아하는 일을 지속하는 게 돈을 벌어야 하는 것에 무릎을 꿇게 되었다. 그 길로 나는 창업과 관련된 교육을 받고 이런저런 시간을 지나 그림과는 멀어지게 되었다.
그래도 자꾸만 그림을 그리고 싶어지고 눈앞에 아른아른했지만 뭔가 잘 안 됐다.
다른 사람들은 취미로 그림을 그리면 어떻겠냐 말해 시도했지만, 펜을 들고 연필을 들고 무언가 그리려고 하면 그만큼의 시간이 나에게는 사치라 느껴졌다. 그 시간이 너무나 아까웠다. 평소의 킬링타임들은 뭐지 싶은데 마음이 너무나 불편했다.
아마 그림을 좋아하는 마음보다는 어느새 돈을 버는 하나의 수단으로 자리매김되어 버린 탓이 크다.
'이걸로 수익을 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하지 말아야지..'
이런 생각 때문에 죄책감이 들어 몇 번 그리다 또 포기하게 되었다.
최근에 주변 사람들과 이런 나의 생각들을 공유하며 조언을 듣고 내 맘도 다르게 먹었다.
그래서 내가 다시 그리고 싶은 것들을 조금씩 그려보려 한다.
매일매일 루틴처럼 연습했던 기초부터 다시 시작했다.
신문 다 읽고 버리기 전에 선 연습, 원 연습, 타원 연습을 해봤다.
예전에 많이 했던 터라 몸이 반응한다.
손목이 아닌 팔을 사용하면 날렵하고 쭉 뻗은 직선이 그어진다.
이제는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으니 마음 편히 내가 좋아하는 그림을 그려볼 수 있지 않을까?
나는 그림을 다시 좋아해 보려 한다.
사무실 한 편의 작은 작업대를 벗 삼아 방구석 예술가가 되어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