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전업 화가이며 그렇게 될 겁니다.
그림을 그릴 때 나는 잘 그려지는 느낌이 참 좋다. 손재주가 좋은 사람들은 알 것이다. 무언가 뚝딱 그려내거나 만들어냈을 때의 짜릿함. 주변의 칭찬과 부러움은 덤이다. 위의 그림은 내가 프로크리에이트 어플로 손가락을 활용하여 그린 스케치다. 애플팬슬 1세대조차 지원되지 않은 모델을 아직까지 사용하고 있어 필압이 전혀 적용되지 않는다. 터치가 되는 볼펜으로 그려도 섬세한 표현이 불가하다. 그럼에도 이러한 열악한 환경(?)에서도 용케 이것저것 그려내며 일도 하고 있다. 내가 그림에 대한 기억을 조각조각 모아놓고 보니 지금의 나는 디자이너지만 그림을 활용하여 일을 하고 있던 것이다. 말인즉슨 손으로 직접 그린 그림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디자인에 적용하고 있었다. 그렇다. 나는 그림으로 먹고살 수 없다면서 이별을 택한 것 같았지만 결국 지금까지도 그림덕에 디자인업도 하고 있던 거다.
타투이스트로 활동할 때 한동안 아래 스타일의 그림을 그렸었다. 판화느낌도 나면서 에칭화의 느낌처럼 선으로 음영을 표현하는 게 멋지고 마음에 들었다. 안 그려봤던 화풍이라 한동안 이런 느낌의 그림을 그렸었다.
디자인업을 하면서 나는 2018년부터는 브랜딩을 주로 작업했었는데 단순히 로고(B.I / C.I) 작업만 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에 대한 전반적인 디자인을 진행했다. 나는 백터기반의 일러스트레이터를 활용한 깔끔한 로고도 좋지만 클라이언트의 브랜드가 추구하는 방향과 그림이 어우러질 수 있다면 적극적으로 제안했다.
브랜드의 무드와 판매하는 상품들과도 어우러지는 빈티지한 콘셉트는 그림이 로고에 들어감으로 추구하는 느낌이 배가 되었다. 브런치에는 디자이너로서 이야기하기보다는 그림에 대한 이야기만 하고 싶으니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는 더 하지 않겠다.
실제로 마음에 드는 구름 느낌이 잘 나지 않아 몇 번이고 그렸던 기억이 난다. 특히 가로선만을 활용해 구름을 표현하는 게 까다로웠고 로고 특성상 거꾸로 봐도 구름처럼 보여야 해서 모양을 마름모 형태로 다듬어야 했다. 역시 자유로운 습작이 아니라 계획적으로 그린 제도나 도면 같은 그림이다.
처음 그렸던 큰 구름은 로고에 활용하기에 뭔지 알 수 없어 작은 구름으로 진행하였다. 빈티지한 느낌이 잘 드러날 수 있도록 펜으로 그린 그림을 찍고 디지털화하여 로고로 사용하기 쉽도록 작업하였다.
메인으로 사용되는 로고에 그림이 들어가니 독창적이고 클래식하다. 한동안 레트로 디자인이 유행하고 지금도 뉴트로 디자인으로 모던한 빈티지 같은 작업들이 많이 보인다. 이때도 그랬고 지금까지도 작업에 그림을 넣을 수만 있다면 나는 손으로 연필을 쥐고 노트에 끄적인다. 참 웃긴 게 브런치에 처음 글을 쓰면서 그림으로 먹고살 수 없어서 나는 디자이너가 되었다고 했는데, 그림과 동반자로 같이 먹고 사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하! 그렇다. 그림으로 먹고살 수 없단 말은 옛말이다. 나이를 먹고도 화가로 데뷔하는 사람들도 많으니 전업 화가를 꿈꾸며 그림과 함께 열심히 일 해야겠다.